명욱의 술기로운 생활

최고의 숙취 예방책은 술자리 동석자와 소통이다

2019년 마지막 술자리를 위한 안내서

  •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

    입력2019-12-1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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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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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며 좋은 사람과 한 번 더 만나고자 하는 연말연시다. 우리의 모임 자리에 언제나 등장하는 소주와 맥주, 그리고 ‘소맥’. 하지만 열심히 살아온 한 해를 떠나보내는 자리인 만큼 조금은 특별한 술을 마셔보는 건 어떨까. 다양한 방식으로 여럿이 함께 즐기기에 좋은 술을 소개한다.

    샴페인 대신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나오는 스파클링 와인을 말한다. 수도사였던 돔 페리뇽(Dom Perignon)이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졌으며, 병에서 2차 발효시켜 탄산이 와인병 안에서 용해된다. 같은 프랑스 와인이라도 샹파뉴산이 아니면 샴페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한다. 샴페인은 대부분 고가인데,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원조’ 스파클링 와인이라 값이 비싼 것이다. 그렇다면 샴페인과 맛,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가성비’는 더 좋은 스파클링 와인으로 무엇이 있을까 


    샴페인 동굴(왼쪽)과 프레시넷 아이스 로제 카바. [gettyimages, ©Freixenet]

    샴페인 동굴(왼쪽)과 프레시넷 아이스 로제 카바. [gettyimages, ©Freixenet]

    카비토리아 아파시멘토 아마로네 골드 릴리스. [gettyimages, ©Botter Casa Vinicola]

    카비토리아 아파시멘토 아마로네 골드 릴리스. [gettyimages, ©Botter Casa Vinicola]

    스페인 카바(Cava)를 추천한다. 카바란 카탈루냐어로 ‘동굴’ ‘지하실’이라는 뜻. 과거 와인 숙성실로 사용하던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다. 스페인 카탈루냐(Catalonia) 지역에서 샴페인을 제조하기 시작한 것은 1823년이다. 프랑스의 스페인 침공 때 샴페인 제조법이 전수된 무렵이다.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은 1872년부터 1960년대까지는 샴페인과 유사한 ‘참판(champ′an)’ 등으로 불렀는데, 프랑스 샴페인 업체들로부터 항의를 받아 카바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5만 원 이상 제품이 대부분인 샴페인과 달리 카바는 1만 원대 제품이 많다. 

    다양한 카바 제품 중에서도 연말에는 ‘프레시넷 아이스 로제 카바(Freixenet Ice Rose Cava)’가 좋겠다. 스페인 포도 품종인 가르나차(Garnacha)와 프랑스 부르고뉴 및 샹파뉴 지역에서 많이 쓰는 포도 품종 피노누아(Pinot Noir)를 블렌딩해 만든 것으로,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중간 형태인 로제 와인(Rose Wine)이다. 얼음을 넣어 칵테일처럼 즐기라는 의미로 제품명에 ‘아이스’가 들어간다. 풍부한 과실 향과 시트러스 향, 그리고 꾸준히 올라오는 탄산의 맛이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소비자 가격 1만 원대. 

    이탈리아 아마로네(Amarone) 와인은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향인 이탈리아 북동부 베로나를 포함한 베네토(Veneto) 지역이 주요 산지다. 이곳은 알프스 자락의 피에몬테 바롤로(Barolo), 피렌체가 위치한 토스카나(Toscana)와 함께 3대 이탈리아 와인 산지로 꼽힌다.



    말린 포도의 진한 맛, 육류에 어울려

    [사진 제공 · 이마트]

    [사진 제공 · 이마트]

    아마로네 와인의 독특한 점은 일반 포도가 아닌 말린 포도를 사용한다는 것. 먼저 11월쯤 완숙한 포도를 수확해 바람이 잘 통하는 볏짚 위에서 수개월간 말린다. ‘아파시멘토(Appassimento)’로 불리는, 4세기 무렵부터 사용된 양조 방식이다. 이 방식은 포도의 수분이 적어져 진한 와인 맛을 선사한다. 아마로네 와인은 짙은 루비 색과 풍부한 흙내, 바닐라와 초콜릿 향을 동시에 보유해 기름진 육류와 잘 어울리는 고급 와인이다. 

    ‘카비토리아 아파시멘토 아마로네 골드 릴리스(Ca’Vittoria Appassimento Amarone Gold Release)’는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Puglia)산으로, 네그로 아마로(Negro Amaro · 65%), 메를로(Merlot · 20%), 프리미티보(Primitivo · 10%)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졌다. 풍부한 보디감과 농밀하고 깊은 과실 향이 특징이다. 아마로네 와인은 보통 10만 원대지만, 이 와인의 소비자 가격은 4만 원대로 가성비가 높은 편이다.

    스파클링 막걸리, 파티에 제격

    경북 울주군 복순도가(왼쪽)와 복순도가 손막걸리. [홍중식 기자]

    경북 울주군 복순도가(왼쪽)와 복순도가 손막걸리. [홍중식 기자]

    울산 울주군 복순도가에서 생산하는 국내 최초 스파클링 막걸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 막걸리도 탄산이 있지만, 이 제품은 병 안에서 탄산이 용해돼 더욱 강력한 탄산 맛이 난다. 기존 막걸리는 병뚜껑에 틈을 내 탄산이 외부로 빠져나가게 하는데, 복순도가는 이를 완전하게 밀봉한다. 다만 탄산이 많은 만큼 병을 바로 열면 폭발(?)할 수 있다. 병뚜껑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러한 재미 덕분에 더욱 유명해졌다. 복순도가 양조장은 외국 손님도 찾아올 만큼 지역 명소가 됐다. 소비자 가격 1만 원대.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소맥 즐기기

    지평막걸리, 국순당 생막걸리, 서울 장수막걸리(왼쪽부터). [사진 제공 · 지평주조, 사진 제공 · 서울탁주]

    지평막걸리, 국순당 생막걸리, 서울 장수막걸리(왼쪽부터). [사진 제공 · 지평주조, 사진 제공 · 서울탁주]

    한국인의 회식에 소맥이 빠질 수 없다. 올 한 해 소맥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맥주 선택 시 ‘카스냐, 테라냐’였다. 종종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등 특정 소주를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소맥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보면 어떨까. 라벨을 가린 뒤 제조한 소맥을 오로지 맛과 향으로만 알아맞히는 것이다. 애주가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라 두근두근한 재미도 있을 터. 판단에 참고가 될 만한 술 정보는 이렇다. 카스는 ‘100% 비열 처리’한 신선한 맛의 맥주다. 테라는 인공 탄산을 전혀 넣지 않은, ‘100% 리얼 탄산’ 맥주. 참이슬은 대나무 숯으로 4번 걸러 ‘깨끗한 목 넘김’을 자랑하며, 처음처럼은 알칼리 환원수로 만들었다. 

    ‘장수막걸리’와 ‘국순당 생막걸리’도 블라인드 테이스팅 소재로 좋다. 지에밥과 올리고당으로 빚은 장수막걸리는 부드러운 맛을 추구하며, 국순당 생막걸리는 밥을 찌지 않은 생쌀발효법으로 제조해 생쌀 특유의 맛과 향이 있다. 여기에 ‘지평막걸리’를 추가해도 괜찮다. 지평막걸리는 순하고 부드러우며 감칠맛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 종류의 막걸리를 모두 맞힌 사람에게 맛있는 안주를 하나 더 주문할 권한을 준다면 분위기가 더욱 달아오를 것이다.

    최고의 숙취 예방은 ‘대화’

    술은 적당히 마셔야 약이다. 과하면 독이다. 수분과 당분을 많이 섭취하면 숙취를 예방할 수 있고,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콩나물이나 두부와 함께 즐기면 간에 무리를 덜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술친구와 대화다. 대화를 통해 입 밖으로, 또 땀으로 알코올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최고의 숙취 예방은 ‘소통’인 셈이다. 혼자 술 마시면서 과음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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