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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경의 ON THE STAGE

이상이 천재인 이유

연극 ‘까마귀의 눈’

이상이 천재인 이유

[사진 제공 · 국립극단]

[사진 제공 · 국립극단]

고흐, 모차르트, 카프카. 

모두 예술가 가운데 천재라는 호칭을 받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살아생전에는 부와 명예를 거머쥐지 못했다. 시대를 앞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결국 요절하거나 불우한 삶을 산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천재 예술가에게는 신비감이 감돈다. 

이상(1910~1937·본명 김해경)도 그들과 같은 부류다. 1931년 데뷔해 1937년 타계할 때까지 그는 100여 편의 시를 남겼다. 아방가르드 예술도 시대가 변하면 기성 예술로 인식되면서 고루해질 수 있다. 하지만 아방가르드 시들은 아직까지도 파격적이고 실험적이라 영원한 현대시로 추앙받는다. 

시인 이상에게는 조선총독부 건축기사, 모던보이, 화가, 소설가, 로맨티스트 같은 다양한 별명이 붙어 다닌다. 그만큼 많은 일화를 남겼다. 당연히 그의 인생을 소재로 한 공연, 영화, 소설 등도 많이 나왔다. 

올해 국립극단에서는 이상의 인생이 아니라 그의 연작시 ‘오감도(烏瞰圖)’를 소재로 한 공연 ‘까마귀의 눈’을 ‘연출가 판’ 시리즈로 선보인다. 지난해 신설된 국립극단의 ‘연출가 판’은 실험적 연극을 시도하는 연출가를 초청해 작품 개발 및 제작을 하는 프로젝트다. 



오감도는 ‘까마귀가 공중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그림’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이 시는 1934년 30편 기획 특집으로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됐지만 빗발치는 독자들의 항의로 15편을 끝으로 조기 중단된 전력이 있다. 악평만 가득했던 그의 시는 점차 재평가돼 아직까지도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이 시에서 화자는 공중 까마귀의 눈에 보이는, ‘13명의 아해’가 질주하는 도로에 집중한다. 이 시는 기존 문학의 질서를 역행한다. 맞춤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수학기호와 문장기호까지 차용했다. 


[사진 제공 · 국립극단]

[사진 제공 · 국립극단]

연출자 김철승은 시인 이상보다 더 실험적인 연출을 했다. 일단 좌석이 따로 없다. 관객은 덧신을 신고 로비에서 기다리다 연출자의 안내로 모두 함께 극장으로 들어간다. 대본도 없다.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배우들이 극을 이끌어가는 방식이다. 참신한 시도라 볼 수 있지만 문제점도 적잖았다. 

일단 소리의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 열린 극장 구조에 좌석도 따로 없이 배우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하니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즉흥극이라 극 내용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겨우 극 주제를 짐작할 즈음에 갑자기 극이 마무리됐다. 

건축기사였던 이상은 마치 건물을 설계하듯이 파격적이지만 치밀한 방식으로 시를 창작했다. 그러나 실험적, 파격적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독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 독자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난해하나 확실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오감도의 매력 아닐까.






주간동아 2019.10.18 1210호 (p71~71)

  • 공연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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