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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핀테크꽃’이 피었습니다 ② NH농협은행

“우리 목표는 ‘디지털 격차’ 더 벌리는 것”

원업, 올원뱅크 등 인기 몰이…2030세대가 선호하는 은행으로 거듭나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우리 목표는 ‘디지털 격차’ 더 벌리는 것”

NH농협은행 NH디지털R&D센터 직원들의 사무공간(위). 이 센터는 국내 은행권 최대 규모의 ‘핀테크 양성소’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 신설됐다. [김도균]

NH농협은행 NH디지털R&D센터 직원들의 사무공간(위). 이 센터는 국내 은행권 최대 규모의 ‘핀테크 양성소’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 신설됐다. [김도균]

파란색 양복에 빨간 장미를 가슴에 꽂고 턱수염까지 기른 남자가 “내가 네 새애비다” 하고 등장한다. 딸은 엄마에게, 엄마는 남자에게 컵에 담긴 물을 끼얹고, 남자는 “이젠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따윈 필요 없어!” 하며 실물 OTP를 삼키다 쓰러진다. 

이 ‘병맛’ 유튜브 영상은 NH농협은행(농협은행)이 지난해 12월 개별 운영되던 5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합하며 새로 출시한 모바일뱅킹 앱 ‘NH스마트뱅킹 원업’(원업)을 소개하는 2부작 홍보물. ‘시간순삭 극한기획드라마 : 새애비다’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두 편을 합쳐 175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만 인기를 끈 게 아니다. 원업은 5개월간 고객 200만 명을 확보했을 정도로 국내 모바일뱅킹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4월 초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에도 올랐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원업이 사용하기 편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가입 고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업의 대표적인 편리한 기능은 ‘모바일 OTP’와 ‘키보드뱅킹’이다. 원업 사용자는 앱에서 모바일 OTP를 발급 받아 6자리 핀(PIN)번호를 입력해 본인인증을 할 수 있다. 더는 실물 OTP를 갖고 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원업 앱을 실행하지 않고도 문자메시지 창에서 ‘NH’ 마크를 클릭해 바로 송금할 수 있다(키보드뱅킹). 

원업과 함께 농협은행의 양대 디지털채널로 손꼽히는 ‘올원뱅크’ 역시 반응이 좋다. 출시 2년 5개월 만에 가입고객 3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이 중 20, 30대가 41%에 달할 정도로 젊은 세대가 즐겨 사용한다.


141개의 오픈 API, 50여 개 업체가 활용 중

NH농협은행이 지난해 12월 모바일뱅킹 앱 ‘NH스마트뱅킹 원업’을 출시하면서 제작한 유튜브 영상(아래)과 NH농협은행의 또 다른 모바일뱅킹 앱 ‘올원뱅크’의 음성 송금 서비스 화면. [올원뱅크 앱 화면 캡처, NH농협은행 유튜브 캡처]

NH농협은행이 지난해 12월 모바일뱅킹 앱 ‘NH스마트뱅킹 원업’을 출시하면서 제작한 유튜브 영상(아래)과 NH농협은행의 또 다른 모바일뱅킹 앱 ‘올원뱅크’의 음성 송금 서비스 화면. [올원뱅크 앱 화면 캡처, NH농협은행 유튜브 캡처]

농협은행은 올원뱅크의 인기 비결로 편리한 간편송금 기능을 꼽는다. 이 앱을 이용하면 음성이나 문자메시지로 송금할 수 있다. ‘엄마’의 휴대전화번호나 계좌번호를 미리 등록해놓는다면 “엄마, 10만 원” 하는 음성으로 송금이 가능하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음성을 인식해 송금하는 정확도가 매우 높은 편으로 인공지능(AI) 학습을 통해 정확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휴대전화번호를 이용한 송금은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더치페이가 일상화됐지만 계좌번호를 외우기 어렵다는 고민에서 시작된 서비스다. 휴대전화번호로 송금할 수 있어 계좌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다. 



이러한 ‘킬러’ 서비스에 힘입어 올원뱅크의 지난해 방문자 수는 995만 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265% 증가했다. 간편송금 누적 금액은 10조 원을 돌파했다.
 
‘농업인이 즐겨 사용하는 은행일 것 같다’는 이미지와 달리 농협은행은 디지털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원업, 올원뱅크가 전면에서 일반 소비자의 ‘디지털 니즈’에 대응하고 있다면, 적극적인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전략은 국내 핀테크(금융+기술)업계의 열린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오픈 API란 입출금, 이체, 잔액조회 등 은행 고유의 기능을 외부에 개방해 핀테크업체들이 이를 활용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하는 것. 농협은행은 2015년 국내 은행권 최초로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을 출범시키고 현재까지 141개의 오픈 API를 외부에 제공, 50여 개 기업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오픈 API가 활용되는 분야는 간편결제, 송금, 자산관리, P2P금융 등 다양하다. 지난 한 해 오픈플랫폼을 통해 처리된 금융 거래 규모는 380만 건, 1조8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농협은행의 전체 금융 거래 규모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체 은행 거래 가운데 비대면 거래 비중이 97%가 된 것도 최근 몇 년 사이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며 “오픈 API 거래 비중이 크지 않고, 거기서 얻는 당장의 수익이 적더라도 은행들이 미래를 대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농협은행은 핀테크업계가 요구하는 맞춤형 오픈 API에 주력해 P2P 자금관리 API, P2P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API, 예치 자금관리 API 등을 선보였다. 오픈 API 처리 장치, 핀테크 보안인증 등 7개 비즈니스 모델(BM) 특허도 획득했다.

이 중 특히 주목되는 것 중 하나는 P2P 외담대 API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 P2P 금융업체 ‘팝펀딩’과 함께 P2P 외담대 API를 공동 기획·개발했다. 외담대 대출이란 e커머스 등으로부터 판매 물품의 구매대금을 아직 받지 못한 소상공인이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P2P업체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 그런데 소상공인이 구매대금을 받아 대출 상환에 쓰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팝펀딩은 농협은행과 협업으로 이러한 리스크를 해소했다. 소상공인은 농협은행에 전용 통장을 개설한 뒤 외담대를 받는다. 구매대금은 이 통장으로 입금되고, 비록 소상공인 명의의 계좌더라도 그가 마음대로 출금할 수 없다. 팝펀딩 관계자는 “자본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에게 외담대는 자금 순환을 위해 꼭 필요한 금융상품이고, 투자 회원 입장에서는 농협은행이 자금 관리를 해주는 셈이니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농협은행 같은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과 협업은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등 마케팅 효과도 거둘 수 있어 핀테크업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농협은행의 제휴 노력은 핀테크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농협은행은 e커머스와의 제휴에도 나섰다. e커머스 고객이 농협은행 통장을 전용 결제계좌로 등록하면 간편하게 쇼핑 결제를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포인트 등 혜택도 주는 것이다.


단비아이엔씨가 개발 중인 로봇을 놓고 NH디지털R&D센터 직원과 단비아이엔씨 직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NH디지털혁신캠퍼스 내 회의실과 입주사의 사무공간(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도균]

단비아이엔씨가 개발 중인 로봇을 놓고 NH디지털R&D센터 직원과 단비아이엔씨 직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NH디지털혁신캠퍼스 내 회의실과 입주사의 사무공간(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도균]

농협은행의 오픈 API 전략과 핀테크 기업 육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농협은행은 2015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NH핀테크혁신센터’를 개소하고 핀테크 분야 스타트업을 입주시켜 지원, 육성해왔다. 이들 업체는 농협은행의 오픈 API를 적극 활용하는 주요 고객이 되고, 농협은행은 이들의 기술·서비스를 구매하는 주요 납품처가 된다. 농협은행은 누적 대출액 270억 원을 달성한 P2P 금융업체 ‘미드레이트’, 블록체인 전문기업 ‘아이콘루프’, 스마트 피싱 보호 서비스를 출시한 ‘데이터유니버스’ 등을 NH핀테크혁신센터의 우수 사례로 꼽는다.


국내 은행권 최대 규모 ‘핀테크 양성소’

현재 핀테크 등 50여 개 외부 업체가 NH농협은행의 오픈 API를 다방면에서 활용하고 있다. [NH농협은행 홈페이지]

현재 핀테크 등 50여 개 외부 업체가 NH농협은행의 오픈 API를 다방면에서 활용하고 있다. [NH농협은행 홈페이지]

여타 은행보다 한 발 앞서 핀테크 육성에 나선 농협은행은 최근 이러한 역할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이 오픈 API 등 디지털 분야에서 경쟁 은행들보다 2~3년 앞서 있는데, 그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는 이대훈 행장의 의지가 강력하다. 

4월 8일 농협은행은 IT센터가 있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 ‘NH디지털혁신캠퍼스’(캠퍼스)를 개소했다. 충정로 NH핀테크혁신센터를 확장·이전하고, 농협은행 디지털금융 부문에 NH디지털R&D센터를 신설해 이곳 캠퍼스에 자리 잡도록 했다. NH디지털R&D센터는 입주 스타트업과 협업하면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 트렌드를 연구한다. 


“우리 목표는 ‘디지털 격차’ 더 벌리는 것”
캠퍼스의 ‘학장’ 역할은 신형춘 NH디지털R&D센터장이 맡았다. 신 센터장은 경기 의왕 NH통합IT센터를 기획·구축하는 등 농협은행 IT 부문에서 25년간 일해온 IT 베테랑. 농협은행은 국내 3대 임팩트 투자사 중 한 곳인 ‘크레비스파트너스’와 함께 캠퍼스에 입주할 ‘NH디지털 챌린지 플러스’ 1기 업체 33곳을 선발했다(표 참조). 5월 초 현재 캠퍼스에서는 33개 스타트업의 임직원 125명과 NH디지털R&D센터 임직원 22명이 한데 어울려 일하고 있다. 크레비스파트너스가 입주사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액셀러레이터로서 기능하고, 농협은행은 이들 입주사들과 기술·서비스 협업을 도모한다. 이들 업체에 직접 투자할 용도로 200억 원 규모의 핀테크 펀드도 마련했다.


애그리테크에도 ‘주목’

NH디지털혁신캠퍼스의 휴게공간. [김도균]

NH디지털혁신캠퍼스의 휴게공간. [김도균]

33개 업체의 사업 분야는 핀테크,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다양하다. 농업과 IT를 결합한 애그리테크(AgriTech), 부동산과 IT를 결합한 프롭테크(PropTech) 분야의 회사도 있다.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사고 처리, 피해 보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고링크’, 태양광발전소를 실시간 관리하는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서비스하는 ‘에너닷’, 인공지능으로 부동산 가격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알케미랩’, 좋은 먹을거리로 비염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소앤팜토리’, 클라우드 기반의 챗봇(문자메시지나 음성으로 대화하는 기능이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플랫폼을 구축하는 ‘단비아이엔씨’ 등 기발한 아이디어나 틈새시장을 노린 업체가 다수 포진해 있다. 

이 중 주목받는 업체 중 하나는 ‘에이임팩트’다. 이 회사는 농산물 주문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 데이터로 바꾸는 직거래 플랫폼 ‘어레인지’를 개발·서비스하고 있다. 5년간 농산물 직거래 플랫폼 ‘K파머스’를 운영해온 윤성진 대표는 많은 농업인이 문자메시지, 블로그 댓글,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주문을 처리하느라 고생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비정형 데이터를 자동으로 엑셀 파일로 전환해 택배 송장 출력까지 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최근 캠퍼스를 찾은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은 “주문 처리를 하느라 밤늦게까지 일하던 농업인들이 하루 3시간을 더 잘 수 있게 하겠다”는 윤 대표의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아 농협은행 측에 “에이임팩트 같은 스타트업을 잘 키워달라”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정면 대결에서 승리하겠다”

4월 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앞줄 왼쪽부터)이 ‘다기능 스마트 ATM’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NH농협은행]

4월 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앞줄 왼쪽부터)이 ‘다기능 스마트 ATM’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NH농협은행]

신형춘 센터장은 “농민들이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덜 받고 농가 소득이 올라가 농민이 잘사는 게 농협의 사명이기 때문에, 어레인지 같은 서비스가 발전·보급되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미 1500여 농가가 어레인지 서비스에 가입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어레인지 앱을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설명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농협은행이 제공하는 업무공간이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등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에게는 금전적인 투자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올 한 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에 주력한다. 빅데이터 플랫폼 ‘NH 빅스퀘어’를 구축하고 내부적으로 데이터 사이언스 양성에도 나섰다. 높은 음성 인식률(88%)을 보이는 인공지능 업무도우미 ‘아르미 A.I’가 금융지식을 학습해 일선 영업점 직원들의 업무를 돕고 있기도 하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클라우드 브랜치’ 서비스도 성장세다. 이는 기업 자금 담당 임직원이 인터넷뱅킹에 접속하지 않고도 계좌 조회, 급여 이체, 공과금 납부, 법인카드 한도 및 내역 조회 등을 할 수 있게 한 온라인상의 가상 점포 서비스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업무 시간이 단축되고 자금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데다, 관리비도 40%가량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1985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농협맨’ 이대훈 행장은 2017년 12월 농협은행장에 취임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과 정면 대결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형춘 센터장은 “이 행장의 의지 아래 구성원들 모두 디지털 혁신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며 “스타트업들과의 상생을 적극적으로 도모해가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 신형춘 NH디지털R&D센터장
“입주 희망 스타트업 많아 고민…최대한 지원하겠다”
[김도균]

[김도균]

새로 확장·이전한 양재동 NH디지털혁신캠퍼스(캠퍼스)를 소개해달라. 

“2400㎡ 규모로 국내 금융권 최대 규모다. 사무공간, 회의실, 휴게시설 모두 널찍하다. 주차장도 여유로워 입주사에 무료 주차도 제공한다. 입주사 사이에서 금융사가 밀집한 서울 광화문이나 여의도와 떨어져 있다는 게 단점이라는 말도 나왔는데 막상 와보니 강남, 판교와 가깝고 지방을 오가기가 더 편하다고들 한다. 크레비스파트너스가 전문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고 있고, 노무·법률·특허 등을 무료로 상담해주는 회사도 들어와 있다. 최근에는 아예 변호사를 채용했다. NH디지털R&D센터 소속으로 전자금융거래법이나 오픈 API 관련 법률 자문이 주 업무지만, 입주 스타트업에 대해서도 법률 지원을 할 예정이다.” 

입주사를 지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경영 컨설팅을 제공한다. 매주 ‘챌린저스 토크’라는 이름으로 특강을 하는데, 입주사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농협경제지주, NH투자증권, 농협손해보험 등이 이곳에 와서 아이디어 공유 간담회를 열고 서로 통할 수 있는 입주사와 교류했다. 또 벤처캐피털 펀드매니저들이 투자 유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소개하고, 기업설명회(IR)를 언제 어떻게 열면 좋은지에 대해 강의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입주사 지원 기간이 6개월이다. 좀 짧지 않나. 

“그런 지적이 많아 고민하고 있다. 최대 24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들어오고 싶어 하는 스타트업이 적잖기 때문에 적절한 평가를 통해 입주사를 순환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들의 요청을 전부 다 수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아쉽지만, 최대한 지원하고자 한다. 입주사는 농협은행 맘대로 뽑지 않는다. 농협은행, 크레비스파트너스, 벤처캐피털 등이 모여 함께 평가하고 있다.” 

이번에 NH디지털R&D센터를 신설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 트렌드를 연구하고 사업화하는 일을 맡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UX)이 중요 이슈다. 이에 전사적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UI)를 통일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2명 직원 중 30%가 외부에서 채용된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다. 올해 처음으로 대졸 공채에서 디지털 전문인력 5명을 채용했는데, 그중 3명이 NH디지털R&D센터에 배정됐다.”


33개사 입주했어도 ‘조용한’ 이유


이대훈 행장이 양재동으로 출근한다고? 

“6월부터 매주 월요일 이곳 캠퍼스에서 근무한다. 이 행장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와서 마음껏 일하게끔 하라’고 강조할 정도로 캠퍼스에 관심이 많다. 여기 머물면서 NH디지털R&D센터 직원들, 그리고 입주 스타트업과 허심탄회하게 교류하며 이들이 원하는 지원을 늘려 농협의 디지털 행보를 강화하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직원들은 별 부담을 느끼지 않고, 나만 걱정이 많다.(웃음)” 

젊은 스타트업 종사자들과 동고동락하는 소감은. 

“밤낮 없이 열심히 자기 사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선한 자극을 받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챌린저스 토크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입주사끼리 서로 교류하면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장(場)을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보람과 사명감을 느낀다. 회의실 이름을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조스’ ‘제프리 힌턴’ 등으로 지었다. 입주사들이 큰 포부를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선발된 스타트업이 모두 입주했다는데, 막상 캠퍼스 내부는 조용한 느낌이다. 


“스타트업 생리를 이해해야지, 조직원 마인드로 자리 비웠다고 ‘놀고 있나?’ 의심하면 안 된다.(웃음) 밤샘 작업을 하는 사람도 있고, 외부 협력사나 투자사를 만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식자재 유통 사업을 하는 업체는 하루 종일 가락시장 공판장에 나가 있기도 한다. 판을 깔아줘 이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해주면서, 이들을 통해 급변하는 기술 흐름을 관찰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주간동아 2019.05.10 1188호 (p14~19)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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