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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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깃한 식감과 은근한 감칠맛

경남 통영의 장어 요리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5-06-22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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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깃한 식감과 은근한 감칠맛

    경남 통영에서 죽은 장어를 말리는 모습.

    장어는 여름 생선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한국인이 즐겨 먹던 생선이 아니어서 장어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편이다. 장어 하면 사람들은 대개 기름진 뱀장어를 생각한다. 뱀장어는 보통 민물장어라고도 부른다. 민물장어란 이름과 달리 뱀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나 민물에서 자란 뒤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뱀장어를 가장 많이 먹는 곳은 일본, 그중에서도 도쿄다. 도쿄가 ‘우나기’, 즉 뱀장어를 많이 먹는다면 붕장어와 하모(갯장어)는 간사이 지방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아나고는 우리말로 붕장어라고 하는 생선이다. 모양새는 뱀장어와 비슷하지만 기름기가 반밖에 안 돼 담백하다. 하모는 교토에서 유명하다.

    교토의 기온마쓰리는 일본의 3대 축제다.

    7월 한 달 동안 열리는 기온마쓰리는 하모마쓰리로도 불린다. 일본말 하모는 ‘물다’라는 뜻의 하무에서 온 말이고, 갯장어의 ‘개’도 잘 무는 개와 습성이 비슷해 붙은 이름이다. 부산 지역에서 주로 먹는 곰장어는 일본에선 거의 먹지 않는다. 곰장어를 제외한 나머지 장어 음식문화는 일본에서 넘어온 게 대부분이다.

    장어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에게 한반도 바다는 장어의 보고였다. 경남 통영은 장어 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현재는 남한 붕장어의 90%가 통영을 거쳐 전국에 유통될 정도다. 붕장어를 한국인이 전혀 먹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1814)에는 ‘해대려, 속명 붕장어(硼長魚), 눈이 크고 배안이 묵색(墨色)으로 맛이 매우 좋다’고 적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섬사람이나 바닷가 사람들이 즐겨 먹었음을 알 수 있다. 붕장어 황금어장인 통영 바다에 일본인이 출몰한 건 19세기 무렵. 일제강점기엔 히로시마 오카야마 어부들의 정착촌이 통영에 있었을 정도다.



    졸깃한 식감과 은근한 감칠맛

    경남 통영 ‘장어잡는날’ 붕장어소금구이(왼쪽)와 ‘풍년식당’ 장어구이.

    붕장어는 제철 어획 현장에서 아무런 간도 하지 않고 구워서 맛을 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탱글탱글한 식감과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통영 서호시장 근처에 있는 ‘장어잡는날’은 붕장어소금구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좋은 장어를 고르고 깔끔한 손질과 직접 만든 반찬, 붕장어구이 맛을 살려주는 소스가 물 흐르듯 편안하다. 구이가 가장 좋지만 여름 붕장어는 탕으로 먹는 게 좋다. 전남 여수와 녹동의 붕장어탕이 유명하지만 이 집 장어탕도 맛있다. 1년 미만의 작은 붕장어는 깨장어로 불리는데 통째 구워 먹는다. 일본에서는 튀겨서 먹는다. 종종 9kg이 넘는 거대한 붕장어가 잡히는데 중탕으로 익혀 약으로 먹기도 한다.

    산 붕장어와 죽은 붕장어의 가격 차이는 크다. 통영 서호시장 입구에는 말린 장어를 파는 가게가 있다. 중앙시장 뒤쪽에 있는 ‘풍년식당’은 반(半)건조 장어에 양념을 발라 연탄불에 구워 낸다. 절반 정도 말린 생선은 수분이 줄어들면서 맛이 깊고 진해진다. 밥과 함께 먹기에 적당한 맛과 식감을 지녔다. 6월이 되면 살이 오르고 본격적으로 잡히는 하모는 몸에 잔가시가 많아 손질이 까다로운 생선이지만 깊고 풍부한 맛이 난다.

    일본에선 몸에 수백 번 칼질을 해 국물에 넣어 먹는 유비키를 가장 좋아한다. 칼집 때문에 하얀 몸통이 뜨거운 국물 속에서 둥글게 말려 꽃처럼 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통영에선 하모를 유비키 대신 회로 먹는 문화가 퍼져 있다. 졸깃한 식감과 은근한 감칠맛 때문에 여름 최고 술안주로 유명하다. 서호시장 안 ‘중앙횟집’과 북신동 ‘원조하모횟집’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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