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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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취하고 파리를 질투하다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센터 … 위대한 예술의 향연

  • 백승선 여행칼럼니스트 100white@gmail.com

    입력2015-01-26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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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에 취하고 파리를 질투하다

    총 673개 유리판으로 만든 피라미드의 현대적 이미지와 옛 궁전 건물이 어우러진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 파리는 예술의 도시다. 그중에서도 미술이 핵심이다. 세계에서 손꼽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즐비하다. 흔히 여행이라 하면 자연 풍광을 즐기면서 많은 곳을 걷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파리의 미술관과 박물관은 며칠을 봐도 시간이 모자란다. 실제 도시락을 싸서 하루 종일 미술관만 돌아다니는 관광객도 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3대 미술관’은 파리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로 꼽힌다. 38만 점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루브르 박물관(Musee du Louvre), 인상파 화가들의 예술혼을 만날 수 있는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 파리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가 바로 그곳이다. 루브르에서 출발해 오르세를 거쳐 퐁피두센터를 두루 찾아가다 보면 수백 년을 거쳐 내려온 개성 넘치는 화가와 조각가들의 예술혼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예술에 취하고 파리를 질투하다

    1 유리 피라미드 아래 실내 광장. 루브르 관광 대장정의 시작과 끝이 되는 지점이다. 2 루브르 박물관 3대 걸작이라 부르는 ‘모나리자’. 3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한없이 좋아지는 고흐의 그림.

    루브르에는 모든 것이 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그림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루브르 박물관은 안다. 그리고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은 가보기를 꿈꾼다. 해마다 전 세계 800만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박물관 루브르는 건축에서도 현대와 고전을 아우른다. 유리 피라미드와 루브르 궁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새로운 아름다움이 그 자체로 걸작이다.

    38만 점 이상의 예술품을 소장한 루브르 박물관은 원래 프랑스 왕조의 궁전이었지만 800년 동안 증·개축을 거쳐 박물관으로 변모했다. 프랑스 왕들이 모은 예술품들을 보관해오다 1793년 현재의 루브르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공식 명칭은 ‘그랑루브르’로 2개의 본관 주위로 2개의 커다란 정원이 둘러싸고 있다.



    박물관 정원 앞에 자리 잡은 유리 피라미드는 21mm 두께의 다이아몬드형 유리판 603개와 삼각형 유리판 70개 등 총 673개 유리판으로 만들어졌다. 관광객은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이곳을 지나 루브르 박물관 내부에 있는 최고 미술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루브르는 단순히 박물관을 넘어 파리와 프랑스, 유럽 전체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인식된다. 실제 루브르 박물관에는 전 세계 예술품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 또한 중동관, 이집트관, 그리스·로마관, 회화관, 조각관, 장식예술관, 그래픽예술관 등 7개로 구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루브르 박물관의 3대 걸작이라 부르는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 앞은 늘 수많은 관람객으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세계의 미소’라고도 불린다. 자연스러운 생머리에 평범한 옷차림을 한 여인의 몸값은 3억 달러(약 325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녀의 앞은 항상 수많은 팬이 운집해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이 세기의 여인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운집한 관광객을 뒤에서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 중 하나다.

    액자로 보호된 그림 한 점에 지구촌 사람들이 행복해진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찍은 ‘모나리자’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의 뒤통수도 볼 수 있다. 프랑스 한 작가는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매일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한다고 한다.

    시대 흐름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벽면 한쪽을 완전히 차지한 그림을 만날 수 있다. 파올로 칼리아리 베로네제(Paolo Caliari Veronese)의 ‘가나의 혼인잔치’로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가장 장대한 스케일의 그림이다. 에밀 졸라의 소설 ‘목로주점’에서 여주인공 제르베즈는 이 그림을 보고 일행에게 “무엇을 그린 그림이냐”고 묻는다. 인물들 표정만으로는 결혼식임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장대한 크기의 결혼식 풍경이지만 웃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아 많은 사람이 그림에 가려진 사연을 궁금해한다.

    세잔이 “루브르에는 모든 것이 있으며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 이유가 짐작 가는 대목이다. 가슴이 뛸 만큼 설렘을 안고 인류의 위대한 유산을 보며 걷다 보면 각 작품에서 예술가의 영혼을 느낄 수 있다. 또 그 작품 앞에는 어김없이 그들의 뒤를 따라가는 현재의 예술가들 모습도 볼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을 나와 다시 유리 피라미드를 나올 쯤에는 이 엄청난 시대의 보물을 매일 볼 수 있는 파리 시민에 대한 부러움이 물밀 듯 몰려온다.

    인상파 예술혼 깃든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과 센 강 사이에는 프랑스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오르세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흐, 고갱, 모네, 밀레 등 19세기 인상파 화가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여기 또한 루브르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예전에 왕궁으로 쓰던 곳이다. 1804년 화재로 전소된 후 파리만국박람회 100주년을 기념해 기차역으로 지어졌지만 이용객 감소로 폐쇄됐다 17년간 노력 끝에 이탈리아 건축가 아울렌티가 1986년 12월 1일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다.

    3층 32m 높이의 이 미술관은 천장 유리 돔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기 때문에 빛의 마술사인 인상파 화가의 그림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시대적으로는 루브르 박물관과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을 잇는 교두보 기능을 하는 곳으로, 1848년부터 1914년까지 만들어진 회화, 조각, 건축,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이 19세기 이전 작품을, 퐁피두센터가 현대 작품을 주로 전시하고 있다면, 오르세 미술관에는 그사이 기간의 중심축인 인상파 화가의 그림이 주로 전시돼 있다.

    이곳에는 우리가 교과서와 미술서적을 통해 수없이 봐온 그림들이 가득하다. 어쩌면 프랑스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은 이곳에 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고흐의 강렬한 색과 선을 볼 수 있고, 르누아르가 남긴 파스텔풍의 아름다운 그림이 있으며, 야생적 분위기의 고갱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화가와 작품들만 나열해도 끝이 없다.

    밀레의 ‘이삭줍기’와 ‘만종’, 고흐의 ‘자화상’과 ‘반 고흐의 방’ ‘오베르의 교회’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모네의 ‘수련’ 연작과 ‘야외에서 인물 그리기 습작 : 양산을 쓰고 오른쪽(왼쪽)으로 몸을 돌린 여인’ ‘푸른 수련’, 드가의 ‘무용수’와 ‘발레 수업’,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와 ‘목욕하는 여인들’, 고갱의 ‘자화상’과 ‘타히티의 여인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와 ‘올랭피아’….

    회화적 감성을 충족하고 싶은 열망이 있는 경우 오르세 미술관을 찾는다면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예술에 취하고 파리를 질투하다

    센 강변에 위치한 오르세 미술관. 옛 기차역이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아름답다(왼쪽). 퐁피두센터는 지하 1층, 지상 6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4, 5층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마티스, 샤갈, 피카소 등의 작품 4만여 점이 전시돼 있다.

    현대미술의 메카 퐁피두센터

    조르주 퐁피두 프랑스 전 대통령은 1969년 “파리를 일반 사무실만큼 미술관이 많은 문화 중심지로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이 약속을 지키고자 세계 유명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퐁피두센터 건립을 위한 설계 공모에 나섰고, 650점이 넘는 응모작 가운데 이탈리아의 렌초 피아노(Renzo Piano)와 영국인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의 공동설계 작품을 채택했다. 그리고 6년 후인 77년 퐁피두센터가 문을 열었다.

    퐁피두센터는 현대미술의 메카로, 파리의 문화예술 수준을 보여주는 곳이다. 건물 자체부터 전위적이다. 배수관과 가스관, 통풍구, 심지어 에스컬레이터까지 모두 밖으로 노출돼 있다. 완공 당시 이 건물은 내부 공간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파격적인 설계와 대담한 이미지로 파리는 물론 세계 건축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퐁피두센터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6층으로 이뤄져 있다. 1층에는 영화관과 디자인숍 등 볼거리와 놀 거리가 많고 2, 3층은 도서관, 4, 5층은 국립현대미술관, 7층은 현대미술 전람회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마티스, 샤갈, 피카소 등의 현대미술 작품 4만여 점이 전시돼 있다. 이곳이 현대미술의 메카 또는 ‘문화의 공장’이라 불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퐁피두센터가 주는 색다른 즐거움과 감동은 매우 다양하다. 이곳에선 자기만의 다른 세계를 창조한 달리, 철학을 그림으로 표현한 마그리트 등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얼마든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은 20세기 미술을 연대별로 가장 잘 정리한 미술관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퐁피두센터에선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이상의 것을 볼 수 있고, 그 모든 행위는 그 자체로 자유롭다.

    퐁피두센터 옆에는 보고만 있어도 절로 미소가 번지는 분수대가 관광객을 반긴다. 러시아 작곡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이름을 딴 스트라빈스키 분수, 퐁피두 분수, 니키 분수가 바로 그것. 넓은 수영장을 방불케 하는 분수대에서 나오는 물줄기는 시원함 이상의 감동을 안겨준다.

    이 중 특히 니키 분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회를 풍자하는 조각품들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끈다. 조형물로 제작한 피카소의 그림 속 주인공들과 입술 모양 조각, 뱀 모양 조각, 새 모양 조각이 눈길을 끄는데, 관광객은 조각상의 입이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신기해한다. 심지어 ‘나나’라 불리는 거대 여성 조각상은 가슴으로 물을 뿜어낸다. 니키 분수는 파리 최초의 현대식 분수로 프랑스 여류 조각가 니키 드 생팔이 남편과 함께 만들었다. 이들 조각상의 ‘즐거운 물 뿜기’는 여행자뿐 아니라 시민에게도 ‘즐거운 쉼터’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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