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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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를 보는 주민들의 시선

잇단 사고로 불안, 무단주차로 불만, 부동산 악재에 분노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5-01-12 0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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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롯데월드를 보는 주민들의 시선

    서울 잠실주공 5단지 곳곳에 걸린 외부인 주차 금지 현수막. 경고장을 부착하고 족쇄를 채우겠다는 문구가 선명하다.



    서울시가 1월 5일 제2롯데월드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다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임시 사용 승인을 취소하겠다는 것. 지난해 10월 14일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 개장 이후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내린 결정이다. 영화관 진동, 수족관 누수, 공사 근로자 추락사, 지하주차장 바닥 균열 등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안전사고만 10여 건이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사고 소식이 들려오니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서울시의 경고가 있은 다음 날인 1월 6일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를 찾았다. 평일 낮임을 감안해도 쇼핑객은 거의 없었다. 50% 세일이라는 빨간색 행사 포스터가 입점 매장마다 붙어 있었지만 텅 빈 매장과 대비될 뿐이었다. 대여섯씩 몰려다니며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의 목소리만 크게 울렸다. 진동 현상으로 고객 불만이 잇따랐던 지상 5층의 영화관은 출입 통제 라인이 설치됐고, 전광판에는 ‘임시 휴관’ 안내문구만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다. 지하 1층 수족관 입구도 철창으로 굳게 닫혀 있고, 매표소에서는 1년 회원권 환불 업무만 하고 있었다. 롯데그룹 측은 “영화관과 수족관은 안전점검이 계속 진행 중”이라며 “보수작업이 마무리되면 서울시에 보고한 뒤 결과에 따라 재개장 날짜를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닥 균열로 시민의 불안감에 불을 지핀 지하주차장은 전면 개방돼 있었다. 그러나 차량이 드물게 주차된 지하 2층을 제외하고 지하 6층까지 텅 비어 있었다. 바닥이 균열된 흔적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지하 4층 주차장 바닥 곳곳에선 움푹 팬 균열 자국이 쉽게 발견됐고, 그 위에 덧칠만 해놓은 모습이 낡은 건축물의 균열과 다르지 않았다. 롯데 측은 “실금이 발생한 부분에 보수제를 발랐는데 그 때문에 균열이 더 굵어 보인다. 보수제란 균열 충진제로 일종의 본드 같은 구실을 한다. 도색 작업을 하면 보수공사는 마무리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보수공사가 구조적 문제를 도외시한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 이에 대해 롯데 측은 “한국건축시공학회에서 종합 조사를 벌인 결과 1월 2일, 지하주차장 균열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교통난보다 무단주차에 더 골머리

    제2롯데월드 임시 개장에 대한 여론을 듣기 위해 인근 잠실 주민들을 만났다. 그들은 임시 개장으로 불만이 쌓인 듯 취재에 들어가자 많은 말을 쏟아냈다. 특히 제2롯데월드 대각선 맞은편에 있는 잠실주공 5단지는 외부인의 무단주차로 골머리를 앓는 중이었다. 지은 지 40년 가까이 돼 재건축을 앞둔 잠실주공 5단지는 지하주차장이 없어 입주민 차량도 이중주차를 하는 실정. 제2롯데월드가 주차 사전예약제를 실시하면서 임시 개장 이후부터 갈 곳 잃은 고객이 몰려들어 외부인 주차가 급증했다.

    단지 내에는 외부 차량에 족쇄를 채우고 경고장을 부착하겠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차량 통제를 하던 60대 주차관리요원은 “외부 차량에 경고장을 부착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으니 본체만체한다”며 “오히려 경고장을 찍는 비용만 더 들어간다”고 성토했다. 이어 “족쇄는 외부 차량에 비해 수량이 부족한 데다 남의 차에 함부로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협박성 문구”라고 설명했다.

    이곳에 사는 30대 회사원 김모 씨는 “주차 사전예약제가 효과를 발휘했는지 교통대란은 심하지 않은데 외부인 주차가 심해 너무 불편하다”며 “아파트 차원에서 일일이 통제할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에 대해선 “지인들 가운데 쇼핑몰에서 친목모임을 갖는 경우도 있었지만 사고 발생 뉴스가 연일 쏟아지다 보니 불안감 때문에 대부분 발길을 끊었다”며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제2롯데월드를 보는 주민들의 시선

    1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지하 4층 주차장 바닥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보수제를 바른 상태로 도색 작업만 하면 보수공사가 완료된다는 게 롯데그룹 측 설명이다. 2 2014년 8월 싱크홀이 발생했던 석촌지하차도 인근 도로.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토사 유실이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3, 4 잇따른 사고로 보수공사에 들어간 제2롯데월드 지상 5층 영화관과 지하 2층 수족관.

    “불안하긴 해도 이사까지는…”

    무단주차 문제는 제2롯데월드 바로 옆 송파구청에도 여파를 미쳤다. 구청이 유료주차비를 인상한 것. 당초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최초 30분은 무료, 10분당 500원, 18시 이후와 주말, 공휴일은 무료주차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최초 30분 무료는 같지만 10분당 1000원으로 2배 인상했다. 종전 무료주차 규정은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유료주차로, 공휴일도 유료주차로 전환했다. 송파구청은 “제2롯데월드 임시 개장 이후 구청에 주차하고 3~4시간씩 사라지는 사람이 많아 업무를 보러 온 민원인의 항의가 쏟아졌다”며 주차비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차비 인상 정책 이후 장시간 주차가 사라진 편이지만 전면 개장 이후에는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제2롯데월드 공사 시기와 맞물려 지난해 6월부터 잠실 곳곳에서 발생한 싱크홀이 화제가 됐다. 대표적으로 언론에 보도된 싱크홀만 대여섯 건. 특히 8월 5일 석촌지하차도 인근 도로에서 길이 8m, 깊이 5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하자 잠실 일대가 떠들썩했다. 당시 언론은 제2롯데월드 건설과 싱크홀의 관련성에 주목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인근 지하철 9호선 시공사인 삼성물산에서 굴착 작업을 하던 중 토사 유실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싱크홀 현상이 생겼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지역 상인들은 싱크홀에 대한 우려보다 언론에 불만이 많았다. 인근 보일러업체 사장은 기자라고 밝힌 순간 인터뷰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돌렸다. 바로 옆에 위치한 그릇가게 사장은 “언론의 과잉보도로 지금까지 손님이 하나도 없다”며 “잘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언론이 불안감을 조장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제2롯데월드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데 그 때문에 잠실 지반이 불안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지금까지 이 동네에서 10년 넘게 살았지만 끄떡없다”고 호통을 쳤다.

    제2롯데월드와 잠실 지역 싱크홀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전문가조차 의견이 분분하지만 실제로 불안감에 이사를 고려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막상 이사 문제를 두고 현실적으로 고민하다 보면 잠실만한 동네가 없다는 게 주민들의 속내다. 잠실대교 남단 장미 1차 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가정주부 박모 씨는 “불안하긴 하지만 아이들 학교도 잠실에 있고, 친한 친구들도 인근에 모여 살아 당장 이사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에 대해선 부실하게 지은 것이 가장 큰 불만이라고. 박씨는 “수족관이나 영화관은 아이들과 가볼 만한데 사고가 계속 발생하다 보니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가고 싶은 마음도 싹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인근 한 부동산중개인은 제2롯데월드가 부동산가격 상승에 악재라고 못 박았다. 그는 “크고 작은 사고와 싱크홀 등 악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잠실주공 5단지는 재건축 단지임에도 많게는 1억 원까지 호가가 떨어졌다”고 집값 추이를 설명했다. 잠실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것도 인근 주민들의 대표적인 불만 사항이라고 한다. 이 중개인은 “그나마 잠실은 전통적으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한강공원 인접성도 좋아 불안해하는 주민들도 막상 떠나려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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