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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운항 중 사라진 비행기를 찾아라!

첨단 과학도 해결 못 한 감쪽 같은 실종 사고

  •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운항 중 사라진 비행기를 찾아라!

비행기가 또 한 대 추락했다. 저가항공사로 유명한 ‘에어아시아’ 소속 QZ 8501 여객기다. 이 항공기는 2014년 12월 28일 오후 5시 35분쯤 승객 162명을 태우고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출발해 오후 8시 30분쯤 싱가포르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륙 42분 만에 종적을 감췄다. 사흘 뒤 인근 해역을 음파탐지기로 조사한 끝에 겨우 잔해를 찾는 데 성공해 ‘실종’ 단계는 끝나고 본격적인 수습을 시작한 상태다.

그러나 2014년 3월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우고 운항하다 인도양 인근에서 사라진 MH370은 아직 잔해조차 찾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항공업계에선 비행추적 시스템 강화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행기 실종 사고는 과거에도 있었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버뮤다 삼각지대’라 부르는 카리브 해 지역에서 발생한 여러 실종 사고다. 버뮤다, 플로리다, 푸에르토리코를 잇는 삼각지대에서 수많은 배와 비행기가 사라진 것인데, 특히 1940년대 여객기 2대가 연달아 실종되면서 의혹이 커졌다. 비행기 1대는 기체 결함으로 추락했고, 다른 1대는 연료 부족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추락 당시 상황을 알 수 없어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문제는 21세기에도 이런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선 “현대 첨단 과학이 커다란 비행기의 궤적조차 알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항공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최대 시속 1000km 속도로 하늘을 날던 물체가 바다로 추락하면 찾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관제 시스템 작동해도 속수무책



운항 중 사라진 비행기를 찾아라!
정윤식 청주대 항공운항과 교수(전 공군 및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는 “간혹 항공기가 정말로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대부분은 비행기의 이동 속도가 워낙 빨라 사고 후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에어아시아 항공기 잔해도 교신 두절 지점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각 언론매체에선 사고 초기 이번 사건을 ‘항공기 실종’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첫째 이유는 관제 시스템의 한계 때문이다. 레이다는 비행기의 위치와 고도를 탐지할 수 있지만 관제사 한 명이 많게는 수십 대의 항공기를 관리한다. 따라서 주의 깊게 한 비행기만 관찰하지 않는 한 고도가 떨어지는 걸 바로 알아채기 어렵다.

게다가 항로관제 레이다는 여객기가 주로 날아다니는 고도 2만5000피트(약 7.6km) 정도에 맞춰져 있는데, 어느 순간 비행기가 레이다에서 사라져도 이것이 곧 추락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고도 1만5000피트(약 4.5km) 아래로 내려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여기지 않을 수 있다. 이 아래 높이에서 비행기가 어디로 얼마나 더 날아갔는지 알아채긴 매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비행기와 관제당국이 식별신호(Secondary Service Radar·SSR)를 주고받긴 하지만 이 신호는 조종사가 임의로 켜고 끌 수 있는 데다, 관제사가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역시 놓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여러 대의 비행기를 살펴보다 ‘3분 전에 비행기를 놓쳤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이미 비행기 위치는 최종 지점에서 50km까지 벗어났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추락 직전 조종사가 응급위치신호를 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응급상황에서 기체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우선시하다 보면 이런 일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심현철 KAIST(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비행 매뉴얼은 위급상황에 의미 없는 교신에 매달리기보다 기체를 되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라고 돼 있다”며 “당연한 조치라고 할 수 있지만, 항공기 잔해를 수습해야 할 때는 위치 확인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 했다.

물속에서도 30일 이상 버티는 블랙박스

특히 비행기가 대양 한복판을 날아가다 추락한 경우 위치 추적이 더 까다로워지는데, 바닷속으로는 레이다나 SSR 전파가 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류도 문제가 되는데, 물속에 가라앉은 항공기 위치가 계속 변할 수 있다. 이럴 경우에 대비해 모든 신형 여객기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달고 있다. 2분마다 항공기 위치를 확인해 관제국과 항공사 본부로 보내고, 심지어 서비스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문제는 이 서비스가 상당히 고가라는 점이다. 인공위성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에어아시아 같은 저가항공사는 이런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장거리 교신이 가능한 단파 무전기로 주기적으로 자기 위치를 알리지만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항공기는 추락에 대비해 구조신호를 보내는 장치도 달고 있다. 지상에 떨어지면 자동으로 현재 좌표 위치를 전파로 보내는 ELT(Emergency Locator Transmitter)다. 하지만 전파 신호기이다 보니 바다에 떨어질 경우 1~2초 반짝 신호를 보내고 물에 젖어 작동을 멈추게 된다.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했다면 수색 작업은 블랙박스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강철로 외부를 빈틈없이 감싼 블랙박스는 자기 무게의 3400배를 견디고, 1100도 고온에서도 30분간 버틸 수 있다. 또 자체적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배터리가 있어 6000m 바닷속에서도 최소 30일은 버틴다.

‘핑어(Pinger)’라는 초음파 발신기도 달고 있는데, 이 장치는 물에 닿으면 내부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주파수 탐지기로 찾을 수 있는 진동수 37.5kHz의 초음파 신호를 계속 내보내게 돼 있다. 블랙박스 탐지 장치인 ‘토드 핑어 로케이터(TPL)’를 이용하면 이 신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초음파 신호가 급격히 줄어들어 사고 해역에서 블랙박스 신호를 찾아내는 것도 대단히 까다로운 작업이다.

그렇다면 이번 에어아시아 사고 같은 ‘추락 사고’가 아니라 아예 항로 위치조차 찾지 못하고 비행기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진짜 ‘실종 사고’는 없을까. 정 교수는 “2014년 3월 발생한 말레이시아 항공기 MH370 사고 정도를 제대로 된 ‘실종 사고’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MH370은 실종 한 달 만에 남인도양 일대에서 블랙박스의 초음파 신호를 찾았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그 신호가 진짜 MH370의 것인지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다. 이 비행기는 사고 당시 행적을 알려줄 모든 신호를 일절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종적이 사라졌다. MH370의 실종 원인을 누군가 고의적으로 전파를 차단하는 상황, 즉 납치나 조종사 자폭 등으로 해석하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5.01.05 970호 (p68~69)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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