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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CSR 우수 중소기업 현장을 가다 ③

사람, 지구, 이익의 조화 열려라! 새로운 삶

지속가능 비즈니스 ‘문’ 여는 라이프게이트

  • 이탈리아 밀라노=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사람, 지구, 이익의 조화 열려라! 새로운 삶

사람, 지구, 이익의 조화 열려라! 새로운 삶

LED(발광다이오드) 등이 은은하게 비추는 라이프게이트 사무실 풍경(왼쪽). 베스트웨스턴 호텔이 참여하고 있는 ‘지구를 위한 숙박’ 프로젝트 안내 카드.

패션 산업의 도시, 오페라의 도시, 두오모(이탈리아 대성당)와 전차의 도시…. 11월 18일 아침 10시 이탈리아 밀라노 중심가 모스코바 역 근처의 오래된 5층 건물 앞에 섰다. 입구에는 별다른 장식 없이 라이프게이트(LifeGate)라고 적혀 있다. 말 그대로 ‘삶의 문’이다. 작지만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개념을 실천하고, 사람들을 새로운 삶의 길로 이끌겠다는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 것은 전날 묵은 베스트웨스턴 호텔에서였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기자가 예약한 호텔 방에서 라이프게이트의 이름이 적힌 카탈로그와 카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이탈리아의 모든 베스트웨스턴 호텔은 3년 안에 20%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목표로 라이프게이트의 ‘지구를 위한 숙박(Stay for the Planet)’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호텔은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친환경적인 물품 구매를 통해 여기에 참여한다. 고객은 예컨대 침대 덮개가 깨끗할 때는 계속 사용하고, 갈고 싶을 때만 베개 위에 이 카드를 올려놓아 청소원이 덮개를 갈게 함으로써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다. 그러면 물과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라이프게이트의 지속가능성 전략 컨설턴트인 에리카 라모리노에게 먼저 ‘지구를 위한 숙박’ 프로젝트에 대해 물었다.

미래세대를 염두에 둔 활동

사람, 지구, 이익의 조화 열려라! 새로운 삶

라이프게이트의 에리카 라모리노 지속가능성 전략 컨설턴트(왼쪽)와 에네아 로베다 최고경영자(CEO).

“그 프로젝트는 호텔 시설을 지속가능하게 개선할 수 있도록 평가하는 지속가능성 지표입니다. 이를 위해 에너지, 물, 쓰레기, 구매품, 직원 친절도 등에 대한 국제표준과 평가방법을 빌려왔습니다. 별 표시가 호텔 수준을 나타내듯 ‘지구를 위한 숙박’ 지표는 녹색 잎으로 친환경 정도를 표시합니다. 녹색 잎 5개가 최고 수준이죠. 현재 이탈리아에서 180여 개 호텔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데, 점점 많은 호텔이 관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라이프게이트는 2001년 친환경 소비자운동으로 유명한 마르코 로베다 회장이 만든 컨설팅 회사다. 로베다 회장은 1980년대 유기농 유제품을 슈퍼마켓 등에 처음으로 널리 보급한 인물로, 2008년엔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서 ‘올해의 사회적 기업가’상을 받았다. 유기농 유제품에 담았던 자신의 윤리적 가치를 다른 비즈니스와 연결하고자 만든 회사가 바로 라이프게이트다. 그는 두 가지 목적을 표방했다. 사람들이 3P(People, Planet, Profit·사람, 지구, 이익)의 조화를 삶의 규범으로 받아들여 살아가게 하고, 기업이 더 지속가능할 수 있게 돕겠다는 것. 로베다 회장은 한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기업 철학을 이렇게 말했다.

“미래세대를 염두에 둔 지속가능성 개념과 유기농 철학이 라이프게이트의 DNA입니다. 모든 라이프게이트 비즈니스 활동은 이런 지속가능성 철학을 공유합니다. 그것이 바로 3P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새로운 삶과 비즈니스의 미래입니다.”

라이프게이트는 이탈리아 북부 지방을 대상으로 한 라디오(라이프게이트 앤드 사운드), 웹사이트(www.lifegate.it),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촉진하면서 매일 300만 명 이상과 접촉한다. 라이프게이트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선택한 폴로는 30만 명이 넘는다. 직원 40여 명이 연간 160억 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문가, 과학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언론인 등이 모여 있는 라이프게이트는 컨설팅, 커뮤니케이션, 친환경 프로젝트,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 구축 등을 핵심 비즈니스로 삼고 있다.

라이프게이트는 지속가능경영 컨설팅 분야에선 이탈리아의 선두주자다. 기업들에게 사회적·환경적 성과 개선, 비용 절감, 수익 개선, 장기적 관점에서의 평판 유지, 경쟁 우위 등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도 이탈리아 지사의 지속가능경영 실행 방법을 위해 라이프게이트에 자문했다.

그린 이코노미의 중요성

친환경 프로젝트 가운데 기업과 고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도요타의 ‘이동 혁명(Mobility Revolution)’이다. 이 프로젝트는 웹사이트(www.toyota.it/mondo-toyota/ambiente

/mobility-revolution.json)에서 고객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대상 차가 얼마나 친환경적인지를 따져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먼저 도요타 차종을 선택한 뒤 다른 자동차 회사의 비교 대상 차종을 선택하고 클릭을 계속해나가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연료 효율, 가격 등을 따질 수 있다.

이 밖에도 라이프게이트는 2002년부터 제로 임팩트 프로젝트(Zero Impact Project)를 시작해 인위적 행동으로 발생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자는 운동을 펴 큰 호응을 얻었고, 라이프게이트 레스토랑, 건강검진 클리닉, 카페 등도 운영하고 있다. 2015 밀라노엑스포의 주제 가운데 하나가 ‘지속가능한 음식’이라 거기에 맞는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2006년엔 라이프게이트 에너지 파트를 만들어 에너지 관련 시스템의 공급 업무도 하고 있다. LED(발광다이오드) 제작사와 협력해 제품을 지원받고, 라이프게이트는 컨설팅과 시스템을 연결해 팔고 있다. 라이프게이트는 이 사업뿐 아니라 자사의 3P 모델을 널리 퍼뜨리고자 홍콩에서 아시아 지사를 막 출범했고, 말레이시아에서 LED 사업도 진행 중이다. 영어판 라이프게이트 웹사이트도 준비하고 있다. 에네아 로베다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그린 이코노미가 오고 있습니다. 최근의 경제 위기가 지속가능경영의 주제, 즉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으로 오래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걸 알게 했어요. 위기가 이 세계에 정말 중요한 것을 알려준 셈이죠. 이탈리아 경제는 여전히 어렵지만 라이프게이트의 비즈니스는 지속적으로 잘 되고 있고, 점점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성에 눈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에리카 라모리노 컨설턴트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지속가능성 가치를 고집하면 가끔 가격과 시간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주요 고객들의 지원 덕에 그 가치를 포기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기업 가치 실현을 극대화하기 위해 라이프게이트는 다른 친환경 기업들과도 손잡고 있다. 롬바르디아 지역의 친환경 경제 네트워크, 국제적 차원의 사회적 기업가 네트워크인 슈바프 재단 등과 연계한 활동을 펴기도 한다.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매달 모든 이가 CEO와 1시간 정도 미팅하면서 개인적인 고민을 상담한다. 이해관계자 매니저 직책도 따로 있어 내부 직원뿐 아니라 주주 등 외부 관계자들로부터도 의견을 듣고 회사 운영에 반영되게 한다.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간동아 2014.12.15 967호 (p34~35)

이탈리아 밀라노=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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