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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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 따른 승무원에게 괜한 딴죽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 누리꾼 반응 폭발적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4-12-15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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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뉴얼 따른 승무원에게 괜한 딴죽
    12월 5일 0시 50분 미국 뉴욕 JFK 공항을 출발해 한국으로 갈 예정이던 대한항공 KE086 항공편이 이륙을 위해 공항 활주로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후진’을 했다. 게이트로 돌아간 비행기는 사무장(최고 책임 승무원)을 내려놓고 한국으로 향했다. 사건의 발단은 ‘견과류 한 봉지’. 이날 항공편 1등석에 탄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승무원으로부터 견과류(마카다미아 너츠)를 건네받고 “매뉴얼을 어겼다”며 화를 낸 것. 이후 그는 사무장을 문책하고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사실은 대한항공 직원들이 사용하는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 게시판에 올라왔고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대한항공 측은 12월 8일 “승객에게 불편을 끼쳐 사과한다”고 밝혔으나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여 화를 불렀다. 오너가의 제왕적 족벌경영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 것은 물론, 항공기 정비를 해야 하거나 승객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취하는 조치인 ‘램프리턴’은 ‘땅콩리턴’으로 불리며 조롱거리가 됐다. 여기에 대한항공 ‘일등석(FR/ CL) 웰컴드링크 SVC(서비스) 시 제공하는 마카다미아 너츠 SVC 방법 변경’ 공지에 따르면 승무원은 “음료와 함께 마카다미아 너츠를 포장 상태로 준비해 보여준다”고 명시돼 있어, 조 부사장은 매뉴얼을 제대로 따른 승무원에게 괜한 딴죽을 건 게 됐다.

    재벌가 ‘슈퍼 갑질’ 비난 쏟아져

    매뉴얼 따른 승무원에게 괜한 딴죽

    온라인에 올라온 이번 사건 관련 패러디물. 12월 5일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 대한항공 게시판에 올라온 글. DDA는 조현아 부사장, DDY는 조양호 회장을 뜻한다. ‘땅콩리턴’으로 논란이 된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왼쪽부터).

    사건에 대한 누리꾼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12월 9일 올라온 패러디물인 ‘땅콩항공 CF’ 영상은 이틀 만에 조회수 5만 건을 넘어섰다. 트위터에는 “예쁘게 보였던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갑자기 측은하게만 보인다”는 반응부터 “쌤앤파커스 박시형 전 대표는 사과하라니까 회사를 팔아버리고,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은 사과하라니까 사퇴를 해버리고. 그만두면 그만뒀지 사과는 못 하겠다는 결론” “서울시향 박현정 vs 대한항공 조현아. 누가 더 낫냐” 같은 반응도 있었다. 견과류 업계는 뜻밖의 홍보 기회를 얻었다. 한 누리꾼은 ‘땅콩 부사장 조현아 효과…마카다미아 판매 150% 증가’ 기사를 링크해 “이런 기사 나올 줄 알았다”고 적었고, 인터넷 쇼핑몰 G마켓은 트위터 공식 계정에 “긴 말은 않겠다. 그 땅콩(사실은 마카다미아)”이라며 제품 구매 링크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토니 페르난디스 에어아시아 회장은 12월 10일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허니버터칩을 소주와 함께 기내에서 제공할 계획”이라며 다만 “우리는 봉지를 개봉해 그릇에 담아줄 수는 없다. 봉지째 줄 것”이라고 덧붙여 이번 사건을 에둘러 비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 부사장은 지난해 4월 26일 대한항공 승무원을 폭행한 ‘라면 상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내 게시판에 “승무원 폭행 사건 현장에 있었던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안타깝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리고 1년 8개월여 만에 본인은 ‘땅콩리턴’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그는 지난해 ‘원정출산’ 논란에도 휩싸인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12월 10일 대한항공 부사장직을 내놨다.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는 유지한다. 같은 날 참여연대는 조 부사장을 상대로 항공법 위반, 항공보안법 위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만약 조 부사장이 항공법 제23조(승객의 협조의무)와 43조(직무집행방해죄)를 위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12월 11일 브리핑을 열고 조 부사장을 빠른 시일 내에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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