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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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씨 돌아버릴 지경”…‘비선 의혹’ 미스터리 풀리나

세월호 참사 당일 만난 역술인 이씨, 새로운 이권 청탁 의혹 일어

  • 최우열 동아일보 기자 dspn@donga.com

    입력2014-11-10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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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회 씨 돌아버릴 지경”…‘비선 의혹’ 미스터리 풀리나
    “국회 부의장 시절 역술인 이모 씨를 처음 봤고, 그가 얘기하는 군자(君子)운동에 공감해 두 번 정도 만났다. 얼마 전 일본에 출장 가기 앞서 전화가 와서 통화하기도 했고, 문자메시지로 좋은 글귀를 써서 보내주기에 종종 받고 있다.”(정의화 국회의장)

    “몇 년 전에도 (이씨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한학에 조예가 깊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 알고 지냈지, 이씨가 사주를 봐준 적도 없고 봐달라고 한 적도 없다. ‘나라를 사랑하고 애국하자. 그래야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으로서 군자의 나라가 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온다.”(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2005년쯤 한화갑 대표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주역에 능통하고 사서삼경에 달통했다고 소개를 받아 만났다. 많은 사람이 다녀가는 것 같은데 나는 어떤 사람들이 왔다 가는지 모른다. (2006년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에서 구속됐을 때) 너무 억울하다고 하기에 위로 차원에서 면회를 간 적은 있다.”(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로 지목받아온 정윤회(59) 씨가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만난 사람은 생명운동가라고 자처하는 역술인 겸 한학자 이모(57) 씨. 그의 인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방대했다. 기자와 만난 이씨는 대화에서 정관계와 법조계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유력 인사를 언급했다. 정씨는 1970년대 박 대통령과 함께 구국봉사단을 이끌던 고(故) 최태민 목사의 딸 순실(58) 씨와 결혼했다 올해 5월 이혼했다.

    이씨가 세상에 드러난 것은 세월호 침몰 당일 박 대통령과 정씨의 만남을 암시한 기사를 써 이른바 ‘7시간 논란’을 증폭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명예훼손 고발 사건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는 보도 내용의 진위를 가리고자 8월 초 정씨를 참고인(피해자)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고, 정씨의 휴대전화 통신기지국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씨의 집이자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을 잡아냈다.



    철학관 ‘○○의 정원’은 평창동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북한산 형제봉 자락의 2층 건물에 있다. 산기슭에 위치한 이씨 집에서 내려다본 서울시내는 절경이었다. 이웃 주민들은 이씨 집에 대해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가끔 목탁 소리가 들리고 중년 여성 십수 명이 드나들 때도 있지만 집 주인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가정집처럼 보이는 곳에 고급 승용차가 수없이 들락거리는 게 이상해 한 번 방문객을 붙잡고 물어보니 ‘점 보는 곳’이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지더라”고 전했다. 이씨는 1980년대부터 대구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등에서 철학관을 운영하다 2010년쯤 현재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부터는 철학관 이름을 딴 사단법인을 설립해 세계적인 영성 철학자로 알려진 디팩 초프라의 초청 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사업 외연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여야 넘나드는 방대한 인맥 과시

    “정윤회 씨 돌아버릴 지경”…‘비선 의혹’ 미스터리 풀리나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고발을 당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서울지국 장이 8월 1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그런데 이씨의 알려지지 않았던 과거는 ‘현 정권 실세’로 지목받는 정씨가 자주 찾는 사람, 유력 인사들과 수시로 통화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2006년 청주지방검찰청(청주지검) 충주지청은 이씨가 공범 정모(여) 씨로부터 사업가 유모(여) 씨를 소개받은 뒤 특정인을 법정 구속시키는 대가로 총 4억여 원을 함께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기소했다. “재판 중인 동거남이 반드시 법정 구속되도록 해주고 배후에 있는 경찰관이 파면되게 해달라”는 사업가 유씨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고 정씨와 공모해 4억 원을 받아 챙긴 사실이 유죄로 인정된 것.

    정씨와 이씨는 ‘이씨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양아들이라 아는 판검사가 많다’며 유씨에게 돈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이씨에게 1심에서 징역 2년, 2심에서 1년 6개월을 선고해 그는 실형을 살았다. 이씨는 그전에도 유사한 혐의로 구속된 전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2000년쯤 이희호 여사의 양아들을 자처하며 사업 이권을 약속했다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일명 ‘사직동팀’)에 구속됐다. 당시 청와대는 사직동팀에 특명을 하달하고, 검찰에는 “이씨 사건을 엄정히 처리하라”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 2부는 이씨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했다. 검찰 수사에서 이씨가 청와대에 드나들었던 사실, 이 여사가 이씨를 알고 있다는 사실 등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에는 한 사업가가 “이씨 소개로 이 여사를 만나 사업권을 약속받았는데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 여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관련자로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 소송을 기각했다.

    이씨가 최근에도 주변 사람을 상대로 정윤회 씨를 비롯한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씨의 지인과 가까운 A씨는 10월 29일 기자와 만나 “이씨가 지인에게 ‘박근혜 대통령과 자주 통화한다’ ‘정윤회는 내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한다’고 자랑했다. 친구 회사를 ‘SK텔레콤 납품업체에 선정되게 청와대에 얘기해주겠다’며 1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A씨는 또 “‘정씨가 한학자를 만났다’는 언론보도가 난 뒤로는 이씨가 적극적으로 ‘내가 그 정도로 정씨와 친하다’고 얘기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이씨는 제자들에게 ‘지만이(박 대통령의 동생 지만 씨)도 나를 신처럼 떠받든다’ ‘중국공산당 서열 4위가 사업을 상의하려고 왔다 갔다’고 얘기하고 제자들도 이를 그대로 믿고 있다고 한다. 이씨가 실제로 정씨를 비롯한 유력 인사들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얼마간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이씨의 철학원 제자 지인들 사이에서는 현직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10월 초 철학원을 방문해 환담을 나누다 돌아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나오는 실정이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세간엔 “최고 실세는 공식 라인에선 최경환(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비선 라인에선 정윤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씨 ‘몸값’은 천정부지다. 그런 상황을 알면서 정씨는 왜 이런 이력을 가진 역술인을 세월호 참사 당일은 물론이고 한 달에 한두 번꼴로 만나왔을까. 이씨는 과거 알선수재죄로 복역한 전력 외에도 현재도 이권 청탁 의혹을 사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로 촉발한 ‘세월호 침몰 당시 박 대통령이 정씨를 만나고 있었다’는 설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씨가 정씨의 동의나 묵인 아래 영향력을 과시한 것은 아닌지 새로운 의혹이 꿈틀거리고 있다.

    “정윤회 씨 돌아버릴 지경”…‘비선 의혹’ 미스터리 풀리나

    ‘비선 실세’ 의혹 당사자인 정윤회 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방문했던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주택. 정씨는 이 집에서 16년 지기인 역술인 이모 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명석하고 치밀한 사람”

    이씨는 10월 30일 평창동 ‘○○의 정원’에서 기자와 만나 정씨와의 관계를 털어놓으면서도 이런 의혹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다음은 이씨와의 일문일답.

    ▼ 정윤회 씨와는 어떻게 알게 돼 인연을 이어왔나.

    “16년 전인 1998년 당초 박근혜 후보에게 공천이 예상되던 경북 문경·예천 지역구가 아니라 대구 달성군에 공천이 떨어질 상황이 되자, 정 실장(이씨는 정씨를 ‘실장’이라고 불렀다)이 상당히 근심하더라.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기조실장 출신 엄삼탁 후보가 여당 후보였지 않나. 그런데 내가 ‘볼 것도 없이 당선되니 걱정 마라’고 조언하면서 정 실장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98년 당시 미국에 있는 어느 교수의 소개로 정씨를 만났는데, 한동안 서로 바빠 뜸하다 최근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만나고 있다.”

    ▼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엔 무슨 얘기를 했나.

    “오전부터 정 실장과 이 자리에서 좋은 마음과 좋은 음식 등 ‘생명학’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점심을 먹는데 ‘세월호에서 승객들이 대부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고에 대한 걱정을 계속했다. 오후엔 평창동을 떠나 옛 직장(대한항공) 친구들을 만나러 강남으로 간다고 하더라.”

    ▼ 16년간 지켜본 정씨는 어떤 사람인가.

    “조용한 성격으로 명석하고 치밀하다. 십수 년간 박 대통령에 대한 충정이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가 보좌하던 시절엔 박 대통령이 실수한 적이 없었다. 그를 비선 의혹을 받게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대통령비서실장을 시키면 지금보다 훨씬 잘할 거다.”

    ▼ 세간의 비선 실세 의혹에 대해 정씨와 얘기를 많이 했겠다.

    “대통령선거(대선) 직후 박 대통령으로부터 ‘고맙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은 게 박 대통령과의 마지막일 정도라고 한다.”

    ▼ 정씨가 대선 때 막후에서 어떤 구실을 했다는 의미인가.

    “오랜 세월 고맙다는 일반적인 얘기지, 그건 무리한 해석이다. 특히 정 실장이 박 대통령 취임 직후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을 딱 한 차례 만나 ‘대통령 잘 보좌하라’고 한 뒤엔 서로 연락한 적도 없다고 하더라. 청와대 3인방(이 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연락을 끊은 지 오래라고 한다. ‘문창극 전 총리 후보를 천거한 사람이 정씨다’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의혹엔 ‘왜 이런 근거 없는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하더라.”

    ▼ 당신은 알선수재 범죄 전력도 있다. 정 실장과 청탁을 주고받은 적은 없나.

    “그건 누명을 쓴 사건이다. 당시 이희호 여사와 친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검경 조사는 모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었다. 정 실장과는 ‘생명학’과 ‘군자학’을 얘기하는 사이일 뿐 청탁을 주고받은 일이 없다. 현 정권 인사들과 특별히 친분을 쌓은 적이 없고, 이권 청탁을 한 적도 없다. 오히려 정윤회를 소개해달라는 사람들은 있었는데 내가 다 거절했다.”

    ▼ 이희호 여사와는 어떤 인연인가.

    “1997년 대선에서 대구 지역 선거운동을 내가 많이 도왔다. 이 여사가 대구에 오실 때 내가 조직을 많이 만들어 이 여사에게 소개했고, 대구 선거가 어려웠는데 그게 선거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옛날 얘기긴 하지만 당시(김대중 정부) 나는 신분증 없이도 청와대에 드나들었다.”

    이씨의 설명 외에 정씨 본인도 검찰에서 “나는 실세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그런데 곳곳에서 미심쩍은 정황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정씨에게서 ‘권력의 그림자’가 가시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정씨는 산케이신문 사건의 참고인(피해자) 자격으로 출석해 받은 1차 조사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역술인 이씨를 만났다고 얘기하지 않았다가 관련 증거가 나오자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첫 조사에서 정씨는 “4월 16일엔 서울 강남의 집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 후 검찰이 정씨의 휴대전화 통신기록이 잡힌 기지국을 추적한 결과, 정씨의 진술과 달리 그가 평창동에서 통화한 기록이 나타났다. 검찰은 정씨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증거를 설명했고 그제야 정씨는 “평창동에서 이씨를 만나고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전화통화로 이뤄진 검찰 조사는 2차 진술조서로 작성됐고, 검찰은 관련 증거를 보완한 뒤 정씨를 상대로 3차 전화 조사를 한 뒤 조사를 마무리했다.

    정씨는 1차 조사에서 이씨를 만난 사실을 얘기하지 않은 데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라고 검찰에 해명하면서 자신의 통화기록 추적에 적극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박 대통령과 자신의 행적을 놓고 정치 공방이 격렬하게 오갔고 일본 언론이 고발돼 외교문제까지 불거질 우려가 나오던 상황에서 그날 자신이 뭘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씨가 한 달에 한두 번 만난다는 이씨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숨겼는지, 또 다른 배경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4월 16일 정씨와 함께 세월호 침몰에 대해 얘기하며 걱정을 했다”는 이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정씨의 검찰 진술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한 이씨는 알선수재 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 데다 최근에도 “정씨와 청와대를 내세워 이권 청탁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온 상황이어서 정씨가 이씨와의 만남을 검찰에 밝혀선 안 되는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정윤회 씨 돌아버릴 지경”…‘비선 의혹’ 미스터리 풀리나

    1977년 3월 16일 당시 퍼스트레이디 구실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대한구국봉사단 총재 최태민(왼쪽에서 두 번째) 씨가 경로병원 개원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정윤회 씨는 최씨의 사위였다.

    공개 활동을 자제해온 정씨가 8월 13일 독도에서 열린 음악회행사에 나타난 것 또한 의문이다. 정씨는 독도행 배에 승선할 때는 실명을 기재했으나, 독도관리사무소에 제출한 독도 입도(入島) 허가서에는 ‘정윤기’라는 가짜 이름을 썼다가 경찰 정보라인으로 보고가 올라간 사실이 전해졌다. 이날 행사엔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하거나 외곽 지지조직 대표 등을 지낸 측근들이 대거 참석했고, 행사를 이끈 테너 임산 씨는 박 대통령 취임식 때 노래를 부르기도 한 인물이다. 박 대통령 지지자들이 박 대통령과 밀접한 성격의 행사를 치르는 한가운데 정씨가 나타난 것. 보는 사람에 따라 정씨의 ‘비선 의혹’이 사실로 믿어질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권력의 그림자’실체 드러나나

    “정윤회 씨가 서울고 출신이라 박근혜 정부 들어 서울고 출신이 잘나간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뿐 아니라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냈던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를 시작으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등 장관급 이상 자리에만 서울고 출신 10여 명이 줄줄이 기용되자 정치권에선 이런 얘기가 한동안 ‘정설’로 굳어졌다.

    강원 정선군 임계면 출신인 정씨는 어린 시절부터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서 자랐다. 1970년대까지 서울역사박물관 터(신문로)에 있던 서울고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그 옆 내수동 보인상업고교(현 서울 송파구 보인고) 출신(1974년 졸업·30회)으로 확인됐다. 보인상고 동문으로는 4선의 김현욱 전 국회의원, 이득렬 전 MBC 사장이 있다. 정씨의 입김 때문에 서울고 출신이 잘나간다는 ‘정설’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정씨는 1981년부터 대한항공(KAL)에서 보안승무원으로 십수 년간 직장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정씨가 사람들을 잘 소개받지 않고 어울리는 사람도 거의 없지만, 대한항공 시절 친구들 두세 명은 지금까지도 자주 만난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평창동에서 이씨를 만난 뒤 강남으로 이동해 저녁식사를 한 지인이 바로 ‘KAL 인맥’이다. 정씨는 평창동을 드나들 때 영국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랜드로버를 직접 운전하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베일에 싸였던 정씨의 과거 행적이 취재를 통해 점차 드러나고 있는 만큼 가까운 시일 내에 ‘비선’의 실체와 진위도 결국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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