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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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묻지 않은 가을빛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삼척 덕풍계곡 물 좋고 경치 좋고… 눈길 머무는 곳마다 한 폭의 수채화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입력2014-09-15 1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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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 묻지 않은 가을빛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용소골은 전형적인 협곡이다. 경사가 완만한 물길 양쪽으로 수직 암벽이 우뚝하다.

    강원 삼척과 경북 울진의 경계에 응봉산이 우뚝하다. 정상 높이는 1000m에서 딱 1.5m가 모자라는 998.5m이다. 그러나 산세가 험하기로는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악산(惡山)이다. 이 산의 동쪽과 서쪽 기슭에는 큰 골짜기가 하나씩 있다. 울진 땅 동쪽에는 온정골, 삼척에 속하는 서쪽에는 용소골이 있다. 그중 온정골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천연 노천온천인 덕구온천 원탕을 품은 바로 그 계곡이다.

    온정골의 일부인 덕구계곡에는 서강대교, 금문교, 하버브리지 등 세계 각국의 명물 다리 12곳을 그대로 본뜬 다리가 놓여 있다. 한 차례의 짧은 트레킹만으로도 여러 나라를 여행한 듯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계곡 길도 비교적 평탄하고 순해 아이들과 함께 걷기 좋다. 덕구계곡과 온정골만 보면 응봉산이 보기 드문 악산임을 실감하기 어렵다. 응봉산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악산 중 하나로 유명한 까닭은 순전히 용소골 때문이다.

    용소골은 덕풍계곡의 상류다. 용소골은 문지골을 만나 덕풍계곡을 이루고, 덕풍계곡은 동활계곡과 합쳐져 가곡천이 된다. 가곡천 물길이 동해로 흘러드는 하구에는 최근 세계적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와 대한항공의 저작권 소송으로 더 유명해진 솔섬이 있다. 솔숲으로 뒤덮인 솔섬뿐 아니라, 가곡천 유역 산자락에는 유달리 소나무가 많다. 특히 덕풍계곡을 품은 응봉산에는 소나무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는 금강송이 군락을 형성한다.

    응봉산은 금강송 군락지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도 덕풍계곡 일대의 ‘삼척목(三陟木)’을 대들보 용재(用材)로 벌목했다고 한다. 일제는 아예 산림철도를 부설해 이곳 금강송을 선박용 목재로 반출했다. 1939년 덕풍계곡에서 동해안 호산항 사이 41km 구간에 건설된 이 협궤철도는 59년 태풍 사라로 유실될 때까지 활용됐다고 한다.



    덕풍계곡은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에 위치한다. 풍곡리에서 덕풍교를 건너면 덕풍계곡 진입로에 들어선다. 콘크리트포장도로인 진입로는 승용차 2대가 간신히 교행할 만큼 비좁다. 도로 양쪽으로는 덕풍계곡 물길과 가파른 암벽이 줄곧 이어진다. 도로 아래쪽 물가에는 텐트나 파라솔을 치고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이 적잖이 눈에 띈다.

    찻길은 덕풍교에서 5km쯤 떨어진 덕풍산장 앞에서 끝난다. 작은 배낭에 간식과 생수를 챙겨 넣고 등산화 끈을 단단히 고쳐 맨 다음 트레킹을 시작했다. 산장에서 340m쯤 걸어가면 용소골과 문지골 물길이 하나가 되는 합수지점에 도착한다. 여기서 직진하면 용소골이고, 오른쪽으로 물을 건너면 문지골이다. 우리 일행은 용소골로 향했다.

    때 묻지 않은 가을빛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용소골에는 용소가 3곳 있다. 덕풍산장에서 제1용소까지는 2km쯤 된다. 거기서 다시 2km가량 더 가면 제2용소에 도착한다. 제2용소에서 제3용소까지는 5km나 떨어져 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자나 어린이를 동반한 팀은 무리하지 않고 제1용소까지만 걷는 것이 좋다. 종종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제2용소까지 가뿐하게 다녀올 수 있다. 산행 경험이 풍부하고 모험적인 트레킹을 좋아한다면 제3용소를 거쳐 응봉산 정상까지도 밟아볼 수 있다. 초보자와 산악인이 뒤섞인 우리 일행은 제2용소까지 왕복 8km 구간만 걷기로 했다.

    용소골 계곡물은 갈색을 띤다. 그래서 수심이 실제보다 훨씬 더 깊어 보인다. 갈색을 넘어 거무스레한 빛깔을 띠는 제1용소나 요강소는 약간의 공포심마저 불러일으킨다. 물빛이 갈색인 까닭은 물속에 잠긴 낙엽에서 우러난 타닌 때문이라고 한다. 물빛은 다소 칙칙해도 수질만큼은 의심할 여지없이 1급수다.

    갈색 띠는 용소골 계곡물

    용소골은 초입부터 물길 양쪽에 깎아지른 암벽이 늘어선 협곡이다. 물길 바닥의 경사는 완만한 반면, 물길을 에워싼 암벽은 거의 수직에 가깝다. 위험구간에는 대부분 철제계단이나 난간이 설치돼 있어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거센 물길을 건너거나 밧줄 하나에 의지해 폭포 옆 암벽을 가로지르는 구간도 있다. 그런 곳을 지날 때는 아무리 담대한 사람도 긴장을 떨치기 어렵다. 간혹 가슴 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걷는 내내 행복해 보였다.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자연과 하나된 느낌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더운 날씨에 언제든 시원한 계류에서 몸을 적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더없이 유쾌했다.

    용소골의 첫 번째 난코스는 제1용소다. 밧줄을 잡고 폭포 옆 암벽을 가로질러야 한다. 그곳을 무사히 통과한 우리는 간단히 요기를 하고 제2용소로 향했다. 정오가 지나면서부터 하늘이 찌뿌둥해졌다. 그래도 구름만 끼고 비는 오지 않을 거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걸음을 재촉했다.

    계곡 풍광은 문자 그대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사람들은 한 굽이를 돌아설 때마다 “우와” 하는 탄성을 연발했다. 그런데 요강소를 지날 즈음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걸음을 잠시 멈추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빗발은 오히려 더 거세졌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로 위치를 확인해보니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제2용소까지는 200~300m밖에 남지 않았다.

    때 묻지 않은 가을빛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태곳적 신비감이 물씬 풍기는 강원 삼척시 도계읍 무건리 이끼계곡.

    장호항서 투명 카약 타기 체험

    잠시 설왕설래한 끝에 미련 없이 발길을 돌리기로 결정했다. 한시라도 빨리 하산을 시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비에 젖은 길은 몹시 미끄러운 데다, 계곡물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다행히 하산하는 도중에 비가 그쳤다. 아쉬운 선택이었지만, 우리는 왕복 5시간가량 용소골 트레킹을 아무런 사고 없이 끝낼 수 있었다.

    산다운 산, 바다다운 바다를 품은 삼척 땅에는 보기 드문 절경이 많다. 수도권에서 먼길을 달려 덕풍계곡만 다녀오기가 아깝다면 미로면 활기리의 준경묘, 신기면의 대금굴과 환선굴, 도계읍 무건리의 이끼계곡과 심포리의 미인폭포 등도 들러볼 만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 최고 금강송림에 둘러싸인 준경묘와 태곳적 신비감을 물씬 풍기는 무건리 이끼계곡은 언젠가 한 번쯤 꼭 찾아봐야 할 비경이다.

    사방이 꽉 막힌 산중에 있다 보면 문득 바다가 그리워진다. 그럴 때 뇌리를 스치는 곳 중 하나가 삼척시 근덕면 장호1리(070-4132-1601)다. 장호항을 끼고 있는 이 마을은 동해안의 대표적인 어촌체험마을이다. 2003년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동해안 1호 어촌체험마을이고, 2007년에는 어촌체험마을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투명 카약 타기,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바다 래프팅 등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투명 카약 타기다. 카약도 타고 수중세계도 들여다보는 일석이조의 체험프로그램이다. 찬찬히 노를 저어 아름다운 기암괴석과 갯바위 사이를 누비노라면 신선놀음이 부럽지 않다. 하지만 이곳 해양레포츠 체험은 여름철 프로그램이라 8월 말까지만 가능하다. 여름철 외에는 바다낚시를 즐기려는 사람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도다리, 대구, 문어, 숭어 등이 제철마다 짜릿한 손맛을 선사한다.

    여행정보

    ● 덕풍계곡에서의 캠핑 안내


    용소골 내 물가에서 캠핑하는 것은 불법, 적법을 따지기 전에 대단히 무모하고도 위험스러운 행위다. 한밤중 폭우가 쏟아지면 텐트를 걷어 계곡을 빠져나오기도 전 급류에 휩쓸리거나 고립될 수 있다. 실제로 집중호우가 내린 8월 초 계곡 안에서 야영하던 사람들이 119구조대에 의해 목숨을 건진 일도 있었다.

    덕풍계곡에는 캠핑장이 3곳 있다. 계곡 초입 덕풍교 주차장 옆에 자리 잡은 캠핑장(033-572-9735)과 덕풍마을 진입로 중간쯤에 위치한 산촌야영장(관리자 이진한 씨·010-4923-2773)은 덕풍마을에서 운영한다. 그리고 최근 산촌야영장 위쪽에 조성된 솔밭야영장(010-6543-6351)은 개인이 운영한다. 마을 캠핑장은 원칙적으로 여름철(7~8월)에만 운영하지만, 솔밭야영장은 단풍철인 10월 말까지 문을 열 예정이다. 3곳 모두 캠핑데크가 설치돼 있다.

    ● 숙식

    때 묻지 않은 가을빛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부일막국수’의 막국수와 수육.

    덕풍마을의 찻길 종점 주변에 덕풍산장(033-572-7378), 꽃밭거랑펜션(033-572-7622), 덕풍민박(033-572-7380) 등이 있다. 덕풍계곡 초입에도 덕풍마을에서 공동 운영하는 방갈로(033-572-9735)를 비롯해 덕풍계곡펜션(033-572-9083), 귀밤나무펜션(010-3389-4777), 영곡슈퍼민박(033-573-0978)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덕풍계곡 내에는 정식 음식점이 없다. 덕풍산장에서는 미리 예약할 경우 토종닭백숙, 닭볶음탕, 감자전 등을 내놓는다. 덕풍계곡에서 30km 거리인 임원항에는 싱싱한 생선회를 비교적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횟집이 즐비하다. 삼척 맛집으로는 부일막국수(막국수, 수육·033-572-1277), 삼척해물(생선찜·033-574-6611) 등이 있다.

    ●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제천IC(38번 국도, 영월 방면)→영월1·2터널→고한→두문동재터널→태백→통리삼거리(우회전, 427번 지방도)→신리삼거리(우회전, 416번 지방도)→동활계곡→풍곡리→덕풍계곡

    동해고속도로 동해IC(7번 국도, 삼척 방면)→단봉삼거리(38번 국도, 태백 방면)→활기리(준경묘) 입구→고사리(무건리 이끼계곡 입구)→도계읍(도상로, 신리 방면)→신리재(427번 지방도)→신리삼거리(우회전, 416번 지방도)→풍곡리→덕풍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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