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4

2014.09.15

꺼내 든 최신 병기, 빅2 혈투

삼성 ‘갤럭시 노트4’ vs 애플 ‘아이폰6’ 최종 승자는?

  • 정호재 채널A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14-09-15 10:4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9월 3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야심작 ‘갤럭시 노트4’와 스마트워치 ‘기어S’를 선보였다. 갤럭시S 시리즈보다 화면이 큰 노트 시리즈는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 시장을 개척한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의 가장 창조적이면서도 성공적인 제품으로 손꼽힌다. 어찌 보면 대(大)화면 ‘아이폰6’를 예고한 애플에 대한 선제공격이기도 했다. 이날 함께 발표한 ‘갤럭시 노트 엣지’에 대한 관심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이전까지 눈여겨보지 않았던 스마트폰 옆면을 디스플레이로 채운 혁신이 눈길을 끌었다.

    예상대로 애플은 9월 9일 본거지인 미국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에서 이전보다 화면이 커진 아이폰6와 ‘애플워치’를 발표했다. 아이폰6는 기존 4인치라는 좁은 틀을 벗고 4.7인치와 5.5인치로 화면을 키워 달라진 소비 패턴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변화였다.

    세계 IT(정보기술) 산업의 흐름을 양분한 두 회사가 내놓은 상품은 모양도 엇비슷하고 크기까지 닮았다. 기세 좋게 맞붙은 듯한 이 형국은 두 IT 영웅의 후계자를 자처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첫 번째 일전이기도 하다.

    코너에 몰린 삼성과 애플?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삼성전자의 상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최우수 학생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의 고민은 부쩍 치열해진 경쟁 환경. 과거 선두업체와 일정 정도 수준 차를 보였던 중위권 업체들의 부활이 근본적인 이유다. 노키아, LG전자, 소니, HTC 등의 신제품 수준이 향상되고 스마트폰 혁신이 정체되면서 소비자의 고가제품 소비 욕구가 줄었다. 여기에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부상이 겹치면서 삼성전자가 오히려 쫓기는 처지가 된 셈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200조 원이 무너진 배경이다.



    애플이 처한 상황도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속내는 크게 다르다. 혁신을 잃은 애플 역시 쫓기는 처지인 것은 분명해졌다. 무엇보다 한동안 애플 대항마로 불리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며 애플의 iOS를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 신경 쓰인다. 그러나 애플의 시가총액은 올해 초보다 30% 이상 올라 640조 원을 넘어섰다.

    꺼내 든 최신 병기, 빅2 혈투

    이돈주 삼성전자 사장이 9월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노트4’(오른쪽)와 ‘갤럭시 노트 엣지’를 소개하고 있다.

    두 회사의 근본적인 차이는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OS를 갖고 있는지 여부다. 애플은 iOS를 필두로 개인용 컴퓨터(PC)에 사용하는 맥OS, 콘텐츠 플랫폼인 아이튠즈와 앱스토어까지 뿌리가 같은 동일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드웨어에서 수익이 줄더라도 압도적인 소프트웨어 마진율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최신 병기 성능을 비교해보면 상황은 한층 명확해진다. 10월 초 출시되는 갤럭시 노트4의 스펙은 바둑으로 치면 최강수의 연속이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QHD 수준(2560×1440)으로 아이폰6의 풀HD(1920×1080)보다 30% 이상 선명하다. 카메라 화소는 1600만 화소로 2배 이상, 메모리 용량은 3GB로 3배에 달한다. 같은 가격에 엇비슷한 크기의 패블릿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갤럭시 노트4를 선택하라는 무언의 항변이다.

    갤럭시 노트 엣지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측면 디스플레이는 이제까지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실험적인 기능이다. 보통 화면 아래쪽에 있는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 아이콘을 오른쪽 측면 디스플레이로 몰아 배치할 수 있어 화면이 더 넓어지고, 또 측면 화면만 켜는 것이 가능해 배터리도 아낄 수 있는 등 장점이 무궁무진하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실험적인 모험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완벽에 가까운 하드웨어 플랫폼 전략이 자리한다. 널리 알려진 대로 반도체와 부품은 물론, 패션 장구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장점이다. 갤럭시 노트4를 성공시키기 위해 30개가 넘는 다종다양한 크기의 스마트 제품을 출시한 것도 그 덕분이다.

    여전한 애플의 플랫폼 전략

    일부 전문가는 4.7인치와 5.5인치로 화면을 키운 아이폰6를 놓고 ‘삼성 따라 하기’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전작 아이폰5까지도 4인치를 고집했던 애플이 삼성전자가 키워놓은 패블릿시장에 슬그머니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이날 공개한 애플워치 역시 갤럭시 기어가 먼저 구현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피하고 혁신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예상만큼 크게 새롭지는 않았지만, 진부한 사용자환경(UX)을 개선하고 손목 위 지도를 활용해 내비게이션으로 쓰거나 헬스케어 연동 기능을 강화한 대목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시계 본체와 줄을 결합해 모두 34개에 달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해석한 점에 시선이 쏠렸다. 경쟁사들이 스마트워치를 IT 제품으로 바라본 것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이날 발표의 핵심은 화면이 커진 아이폰6도 애플워치도 아닌, 결제 시스템 ‘애플페이(pay)’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전평이다. 카드사가 절대적 지배력을 가진 결제·지불 시장은 IT 업체들에게 남은 마지막 미개척지다. 애플페이는 모바일 지갑의 핵심인 보안성을 아이폰의 지문인식 기능으로 풀어냈다. 또 그간 아이튠즈 등을 통해 구축해온 마스터, 비자 등 주요 신용카드 및 금융회사와의 윈윈(win-win) 전략을 통해 순식간에 미국 내에서만 20만 개 이상의 사용 가능 매장을 확보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IT 전문기자 월터 모스머그는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드디어 명실상부한 팀 쿡의 시대가 열렸다”며 “그는 테크놀로지와 패션, 테크놀로지와 뱅킹의 교차점에 서 있다”고 칭찬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 있다”고 한 표현을 살짝 비틀어 애플의 변화를 진단한 것이다.

    이날 팀 쿡 CEO는 애플페이가 “구식 결제방식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제까지 하드웨어에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시장마저 장악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인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경제 활동까지 아이폰으로 묶어내겠다는 전략인 셈. 여전히 플랫폼에 대한 원대한 구상을 포기하지 않는 애플의 미래 전략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