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9

2014.08.04

중국 경제 시한폭탄 ‘부동산 거품’ 경·연착륙 따라 한국 울고 웃고

값 하락 땐 GDP 감소 등 악영향

  • 양충모 객원기자 gaddjun@gmail.com

    입력2014-08-01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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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경제를 둘러싼 수많은 위기론 가운데 몇 해째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중국 경제 위기론’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7월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이 전년 동기보다 7.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3분기 만에 상승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7.4%를 소폭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단행한 판자촌 개조 사업, 철도 인프라 사업 확대, 지불준비율 인하 확대, 3농(농업·농촌·농민) 및 중소기업 대출 지원 등 ‘미니 부양책’이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했다.

    이번 발표를 두고 성라이윈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중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안정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세가 복잡해 낙관은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정세’란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 위기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배경도 바로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다.

    상하이 등 70대 도시 침체 가시화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가 점차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가격도 떨어지고, 거래량도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는 모든 거품 붕괴가 그러하듯 이전의 부동산 경기 호조에 기인한다. 중국의 경우 2008년 이후 경기부양책이 화근이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이후의 미국 금융위기에 대응하려고 중국 정부가 4조 위안(약 666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시중에 쏟아낸 것이다.



    그 자금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으로 몰렸다. 투기 자금으로 변질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국유기업, 민간기업 할 것 없이 부동산 개발에 손을 대면서 부실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토지와 주택 가격은 계속 뛰어올랐다.

    중국 정부는 제동을 걸었다. 부동산 대출 조건을 강화하고, 개인 부동산 매각 시 세금 우대 정책도 폐지했다. 신국5조(新國五條)라 부르는 부동산 가격 억제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자와 서민에게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지속적인 부동산 투기 과열 억제 노력에도 중국의 부동산 투기 열풍은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가격 하락은 5월부터 시작됐다. 국가통계국이 집계한 5월 중국 70대 도시의 신규 주택 평균 가격은 전월보다 0.15% 떨어졌다. 2012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전달보다 하락한 것이다.

    가격 하락도 그렇지만 상하이, 선전 같은 대도시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상하이의 신규 주택가격은 전월 대비 0.3% 하락했으며, 선전은 0.2% 떨어졌다. 전체 조사 대상 도시 70곳 가운데 가격이 하락한 도시는 절반인 35곳에 달했다. 그 전달에는 항저우 등 8개 도시만 하락했다.

    신규 주택뿐 아니라 기존 주택 역시 가격이 하락 추세인데, 상하이와 베이징에서는 같은 기간 각각 0.2%, 0.9% 떨어졌다.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는 연초부터 제기됐다. 주택 소비자 사이에 ‘좀 더 기다려보자’며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해졌고, 이는 주택 재고 증가와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이것이 주택가격 하락의 원인이다.

    재고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 투자가 늘어날 리 없다. 1~6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14.1% 증가하는 데 그쳐 2013년 연간 증가폭 기록이던 19.8%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말과 내년 초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관련 신탁상품도 문제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부동산 개발과 지방정부 자금조달기구 관련 대출 비중이 높은 신탁상품들이 롤오버(만기 연장)해야 할 금액을 올해 3분기와 4분기, 내년 1분기 각각 1조3000억, 1조4000억, 1조5000억 위안으로 예상하며, 부동산시장 부진으로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중 디폴트 위험이 고조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또한 부동산 거래량이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는다면, 내년 상반기 상환 압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동산 관련 신탁상품들이 대규모 디폴트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 부동산시장은 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시장의 부진은 1분기 중국 GDP를 끌어내린 원인으로 꼽힌다. 향후 이런 부진이 계속된다면 중국 경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시장의 부진으로 중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역시 정부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성장률 1%p↓때 한국은 0.4%p↓

    부동산시장과 함께 중국 경제를 읽는 또 다른 키워드인 노동시장 상황도 우려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는 멀쩡하다. 1분기 성장률이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준(7.4%)임에도 신규 취업자 수는 344만 명으로 전분기(244만 명)보다 크게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임금도 지속적인 상승 추세다. 연평균 임금은 15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4년간 제조업의 누적 상승률은 73.2%로 전체(59.6%)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문제는 고용시장에 훈풍을 불게 한 원인이 부동산시장에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열기로 수많은 건설 노동자가 필요했고 이들의 취업이 수치에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이 꺼지게 된다면 이들의 고용 상태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고 실업자가 급격히 증가할 공산이 크다.

    또 제조업 기피 현상 등으로 제조업 고용이 정체된 것도 문제다. 최근 중국 젊은이 사이에서 힘든 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 원인이다. 작업 환경이 열악한 공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서비스업을 원하는 이가 많아진 것이다.

    노동인구 자체도 줄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만 16~60세 노동인구는 총 9억1954만 명으로 전년보다 244만 명 줄었다.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중국이 개발도상국임에도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연구기관들은 향후 중국에 구인난과 노인 부양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1990년대에는 ‘미국 경제가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고 했지만, 2000년대 들어와 이 말은 ‘중국 경제가 기침하면 한국은 폐렴에 걸린다’로 바뀌었다.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시사하는 표현이다.

    중국에서 부동산은 고정자산 투자의 33%, 신규 대출의 26%, 재정수입의 39%를 차지한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인프라 건설, 사회보장비 지출로 이어지고, 따라서 중국 경제는 GDP 감소 등 악영향을 받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7월 8일 ‘최근 중국 경제 진단과 시사점’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성장률이 1%p 하락하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과 수출 증가율은 각각 0.4%p, 1.7%p 둔화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는 최근 발표한 3분기 보고서에서 하반기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내년 한국의 GDP 성장률이 0.6%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가 부동산 거품 붕괴로 경착륙할지 혹은 다행스럽게도 연착륙할지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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