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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재의 중국 속 북한

나로호로 중국을 공격한다고?

중국, 지난해 한국 ‘과학위성 발사 성공’ 불편한 시선과 해석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나로호로 중국을 공격한다고?

나로호로 중국을 공격한다고?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발사를 이틀 앞두고 2013년 1월 28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세워지고 있다.

올 들어 북한은 중·단거리 발사체를 집중적으로 발사하고 있다. 2월 21일부터 7월 13일까지 4개월여 동안 14차례나 발사했다. 이 가운데 6차례의 발사체가 ‘스커드’와 ‘노동’ 등 탄도미사일(로켓을 동력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이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기간을 전후로 발사가 잇달았다. 6월 26일부터 시 주석 방한 하루 전인 7월 2일까지 일주일 동안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단거리 발사체 등을 3차례 발사했고, 귀국 닷새 만인 7월 9일에는 스커드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7월 9일 발사체는 황해도에서 발사돼 북한 지역을 가로지른 뒤 동쪽 공해상으로 떨어졌다는 점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발사훈련을 직접 지시하고 발사현장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그 나흘 후인 7월 13일 새벽 북한은 또다시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그런데 이날 발사 지점은 개성 북쪽으로, 군사분계선에서 20k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북한 잇단 발사체 발사 우려

북한의 잇단 발사체 발사를 보며 필자는 베이징 특파원 시절 남북한이 비슷한 시기에 우주로 발사체를 쏘아 올려 성공을 거둔 때가 떠올랐다. 당시 남북한 위성 발사에 대한 중국의 시각에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2012년 12월 12일 북한은 전격적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광명성 3호 2호기’ 위성을 실은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한 것. 발사는 성공적이었다. ‘광명성 3호 2호기’ 위성은 지구 궤도에 안착했다. 앞서 그해 4월 중순 발사한 ‘광명성 3호 1호기’는 발사 직후 공중 폭발했다. 북한은 8개월 만에 보란 듯 위성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 시선은 남한으로 쏠렸다. 한 달여 뒤 한국 최초 우주 발사체 ‘나로호’의 발사가 예고돼 있었기 때문. 나로호 발사도 성공했다. 2013년 1월 30일 ‘나로 과학위성’을 실은 우주 발사체 ‘나로호’는 순조롭게 발사돼 지구 저궤도에 안착했다. 2008년 8월과 2010년 6월 두 차례 실패에 이은 3차 발사 성공이었다. 우리나라가 북한에 이어 11번째 ‘스페이스(우주) 클럽’ 회원국이 되는 순간이었다. 스페이스 클럽은 우주 궤도에 위성을 올리는 로켓을 만든 나라가 회원으로 가입된다.

남북한의 잇단 위성 발사 성공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어땠을까. 먼저 북한이 전격적으로 ‘은하 3호’를 쏘아 올리자 중국 언론매체는 즉각 관련 기사와 더불어 북한을 강력 비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는 홈페이지에 자사 세계문제연구센터 연구원 가오하오룽이 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가오 연구원은 “제멋대로 하는 북한이 반대와 권고를 무릅쓰고 자기 계획대로 광명성 3호 위성을 발사했다”고 표현하며 기고문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로켓을 발사할 수 없다며 북한의 로켓 발사를 수차례 비난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이날 오후 외교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나왔다. 신화통신사의 기고와는 달리 정제된 표현으로 유감을 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우리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우려 속에서 로켓을 발사한 것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우리의 나로호 발사에도 중국 언론매체는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2013년 1월 30일 나로호 발사 당일 상황을 생중계로 보도하는 등 하루 종일 주요 뉴스로 집중 보도했다. 특히 이날 밤 필자를 CCTV 스튜디오에 초대해 나로호 발사와 관련한 한국 분위기 및 기대 등을 전하기도 했다.

중국이 우리나라 위성 발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먼저 중국 스스로 우주 강국으로 급부상하는 시기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놀라운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해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03년 10월에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를 쏘아 올렸다. 또 2012년에는 순수 자국 기술로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1호와 유인우주선 선저우 9호의 도킹 실험에도 성공했다. 이 역시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중국이 3번째였다. 이처럼 파죽지세로 우주 강국을 향해 뻗어가는 중국이기에 이웃 나라의 우주 개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나로호로 중국을 공격한다고?

2012년 6월 16일 중국은 유인우주선 도킹기술 확보를 위한 선저우 9호 발사에 성공했다. 이날 오후 6시 37분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유인우주선 선저우 9호를 실은 창정(長征)2-F 로켓이 발사됐다.

‘미국에 대한 경계’ 깔려 있어

하지만 중국 언론매체의 보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나로호 발사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단순히 이웃 국가의 위성 발사에 대한 관심 차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시각에는 우려가 담겨 있다. 남북한의 경쟁적 우주 개발이 한반도의 긴장 고조로 이어져 자칫 자국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나로호 발사 성공과 관련한 CCTV의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그러한 중국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이들은 나로호가 발사되기 며칠 전 있었던 일본의 정보 관련 위성 발사 성공과도 연관을 지었다. 한국은 나로호를 통해, 일본은 정보 위성을 통해 서로 협력하면서 북한을 겨냥한 군사적 용도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물론 이는 음모론에 입각한 터무니없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른바 군사 전문가들이 TV에 나와 이처럼 무책임하게 말을 하니 일반 시청자는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

당시 CC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필자에게 방송작가가 내민 사전 질문지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한국이 나로호 발사 시점을 오늘로 잡은 것은 한 달여 전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성공과 관련한 것은 아닌가.’ 이후나로호는 한국이 오래전부터 계획해온 과학위성으로, 발사 일정도 미리 정해진 것이라 전격 발사된 광명성 3호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사전 설명이 이해됐는지 실제 방송에서는 이 질문을 하지 않았다. CCTV 프로그램 출연 당일 방송사 관계자들은 연신 나로호 발사 성공을 축하한다고 인사했지만, 내심 자국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의 또 다른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한국, 나로호에 대해 즐거워만 말고 다른 것들도 생각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성공 발사에 따른 환호와 경축은 잠시 미뤄둘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환구시보는 “최근 한반도 정세는 혼란이 가중하고 있으며 북한의 3차 핵실험이라는 새로운 위험요소가 폭발 직전에 있다”면서 “한국은 나로호 발사 성공이 동북아 정세에 가져올 파급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또 다른 기사에서 나로호의 비행거리가 800km에 이른다면서 만일 미사일 기술에 전용될 경우 베이징과 상하이, 톈진을 포함해 중국의 동부 연안 도시 대다수가 한국 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로호가 중국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나로호 발사 성공’을 바라보는 중국 언론매체의 시각이 우리와 판이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미국에 대한 경계’가 깔려 있다. 우리가 중국을 바라볼 때 자연스럽게 북한을 의식하는 것처럼 중국은 한국을 바라볼 때 미국을 떠올린다. 우리가 중국을 ‘북한의 후견국’으로 본다면, 중국은 미국을 ‘한국의 후견국’으로 여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파워를 확대하며 중국을 긴장케 하는 미국. 그런 나라와 핵심 이익을 함께한다고 여기니 과학위성 발사도 남다르게 보이는 건 아닐까.



주간동아 2014.07.21 947호 (p40~41)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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