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9

2014.05.26

스마트폰, 착해졌구나

단말기 출고가 인하 전쟁으로 최신 폰도 70만 원대

  •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입력2014-05-26 13: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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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착해졌구나
    하드웨어 성능이 발전하는 데 비례해 높아져만 가던 스마트폰 가격에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지난해만 해도 최대 100만 원을 훌쩍 넘는 스마트폰까지 나왔지만, 최근에는 출고가가 70만 원대까지 낮아졌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와 하드웨어 성능의 상향평준화, 변화하는 스마트폰 유통 구조 등이 맞물려 출고가 인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동통신사(이통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보조금 상한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요금 수준이 높아져 보조금 지급 여력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낮아지는 출고가와 높아지는 보조금이 함께 작용해 가계 통신비에서 비중이 크던 단말기 구매 부담이 줄어들지 주목된다.

    원가 상승에도 가격은 낮춰

    팬택은 최근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베가아이언2’ 출고가를 78만 원대로 정했다. 전작인 ‘베가아이언’ 출고가 82만 원대보다 낮다.



    베가아이언2는 테두리를 이음새 없는 금속(엔드리스 메탈)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구현했다. 카메라는 손떨림방지(OIS) 기술을 적용한 1300만 화소이며, 배터리도 3220mAh 대용량이다. 어려운 디자인을 구현하고 고성능 부품을 사용해 원가가 상승했지만 오히려 출고가를 낮춰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평가된다.

    국내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소니도 자사의 최신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2’를 국내에 79만 원대에 내놓았다. 가격은 70만 원대지만 성능은 현재까지 출시된 스마트폰 중 최고 수준이다. 2070만 화소에 고성능 이미지 센터를 갖춘 카메라는 DSLR급으로 평가되며, 4K(3840X2160) 화질의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최고 수준의 방수·방진 기능을 적용해 수심 1.5m에서 30분간 사용할 수 있다. 스냅드래건 801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3GB 램 등 하드웨어도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팬택과 소니의 전략 제품 출고가 인하는 삼성전자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3월 말 선보인 ‘갤럭시S5’를 86만 원대로 책정해 주목받았다. 전작인 ‘갤럭시S4’나 ‘갤럭시S3’가 90만 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결정이다. 갤럭시S5 역시 전작들보다 하드웨어 성능과 소프트웨어 기능 면에서 향상됐다.

    삼성전자로부터 시작된 출고가 인하 분위기로 이제 주요 제조사의 전략 스마트폰 가격대가 70만 원대로 형성되는 모양새다.

    스마트폰 가격 하락 추세는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 양상을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가격은 계속 올랐고, 프리미엄급 제품은 출고가가 90만~100만 원대로 형성됐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갤럭시노트3’는 106만 원이 넘었고, LG전자가 2월 선보였던 ‘G프로2’도 99만 원이 넘었다. 높은 출고가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출고가 하향 추세는 소비자 처지에선 반가울 수밖에 없다.

    출고가가 낮아진 근본 원인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때문으로 풀이된다. 5월 2일 국회를 통과한 단통법은 단말기 가격과 보조금 액수, 장려금 규모 등을 공개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 시행은 10월부터다. 이 때문에 단통법이 시행되면 출고가에 포함되는 제조사 장려금 같은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출고가를 낮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착해졌구나

    팬택과 소니가 삼성전자 ‘갤럭시S5’에 대항하려고 나란히 새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팬택 ‘베가아이언2’(왼쪽)와 소니 프리미엄 ‘엑스페리아Z2’.

    보조금 상한선 기준 오르나

    단통법 시행 전에 휴대전화 구매 시 이통사가 제공하는 보조금의 상한선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적용하는 단말기 보조금 가이드라인은 27만 원이 한도다. 하지만 수년 전 만든 기준이 현재와 맞지 않으므로 가이드라인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마트폰 평균 가격이 피처폰 평균 가격보다 많이 높아진 만큼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통위도 이통사와 제조사의 의견을 수렴해 단통법 고시에 새 보조금 상한선을 반영할 계획이다. 업계는 새 보조금 상한선이 27만 원보다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상승폭에 대해서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이해가 엇갈린다. 이통사는 현재 기준에서 소폭 인상해야 한다는 반면 제조사는 탄력적인 보조금을 적용하되 기준은 높여야 한다는 처지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아직 최종 방침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액 기준으로 30만 원대가 예상된다”면서 “다른 이통사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통사 측은 보조금 상한선이 높아지면 출고가 인하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제조사가 가격을 높게 책정해도 이통사가 보조금으로 가격을 낮출 여지가 있어서다.

    제조사는 정반대 의견을 펼친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보조금을 공시하는 만큼 보조금 규모와 관계없이 이용자 차별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려면 보조금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규제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해가 엇갈리는 이유는 보조금 수준에 따라 이통사와 제조사가 책임져야 할 부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통사는 보조금에 따른 마케팅비 지출을 줄이길 원하고, 제조사는 출고가 인하를 방어하면서 보조금 인상에 의한 판매 효과는 유지하고 싶어 한다.

    전문가들은 단통법 제정 목적 중 하나가 단말기 구매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면 이를 담보할 수 있게 보조금 상한선이 올라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신 단말기라도 실구매가가 50만 원을 넘으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통사와 제조사의 견해차도 결국 절충하는 선에서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관계자는 “2년 약정 기준으로 단말기 월 할부 금액이 1만 원 이하여야 판매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를 적용하면 실구매 부담이 5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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