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9

2014.05.26

학교 안전…이념과 인물 대결

‘교육대통령’ 서울시교육감 선거 부동층 40~50% 무관심 여전

  • 신진우 동아일보 기자 niceshin@donga.com

    입력2014-05-26 10:1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학교 안전…이념과 인물 대결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진영 후보로 나온 문용린 현 교육감, 고승덕 변호사, 이상면 전 서울대 교수(왼쪽부터).

    ‘교육대통령’이라 부르는 서울시교육감 선거도 6월 4일 치러진다. 서울시교육감은 한 해 7조5000억 원 예산을 집행하고, 11개 교육지원청을 포함해 12만 명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자리다.

    보수 진영에선 문용린 현 교육감, 고승덕 변호사, 이상면 전 서울대 교수가 선거 완주를 선언했고, 진보 진영에선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단일후보로 나선다. 당초 이번 선거는 다자대결 양상을 보이리라 예상됐지만 진보 측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가 5월 16일 후보 등록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결국 보수 후보들과 진보 단일후보의 경쟁으로 압축되면서 보수 측 후보 분열이 표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전 부총리가 처음 출마 의사를 밝혔을 당시 선거전 양상은 문 교육감과 고 변호사, 조 교수와 윤 전 부총리 간 라이벌 관계로 쭉 진행됐다. 문 교육감과 고 변호사는 기자회견 날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조 교수도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윤 전 부총리의 당적 정리가 불투명하다며 날선 비판을 이어나갔고, 윤 전 부총리는 이에 비방과 흑색선전이라며 맞받아쳤다.

    보수 후보들과 진보 단일후보

    하지만 이런 양상은 윤 전 부총리가 5월 16일 오후 “범민주 진영의 승리를 위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급변했다.



    진보 측이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보수 진영에선 후보 난립이 결과적으로 표를 분산해 2010년 교육감 선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0년 선거에서 보수 측은 60%가 넘는 득표율을 올리고도 6명이 표를 나눠가져 진보 단일후보였던 곽노현 전 교육감(34.3%)에게 무릎을 꿇었다. 한 보수 성향 시민단체 관계자는 “2012년 교육감 재선거에서 문용린으로 후보 단일화에 성공해 승리를 거뒀던 보수 진영이 이번에 너무 위험한 모험을 하려 한다”면서 “본격적으로 보수 대 진보 구도로 전개되면 득표율이 어떻게 요동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반면 조 교수 측은 “윤 전 부총리가 대의를 위해 어려운 결정을 했다”면서 “이번 단일화를 계기로 진보 세력 결집이 가속화해 판세가 유리해질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진보 진영이 단일화에 성공했음에도 이념 대신 인물 대결로 진행될 개연성이 크다는 예측이다.

    일단 4년 전 후보들과 비교해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보수 후보들의 인지도가 높아 유권자의 표심을 묶어둘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고 변호사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인지도 높은 후보 간 대결은 선거에 관심 없던 유권자까지 끌어모을 수 있다”면서 “오히려 보수 진영 표밭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인물 대결 논리에 힘을 실어준다.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문 교육감(21.2%)과 고 변호사(19.9%)는 물론, 이 전 교수(7.2%)의 지지율도 조 교수(6.0%)보다 높았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도 고 변호사(21.0%)와 문 교육감(13.6%)이 조 교수(4.1%)를 크게 앞섰다. 이에 조 교수 측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아직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하지 못했다. 후보들의 색깔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진보 단일후보의 경쟁력이 유권자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 변호사는 “교육은 애초부터 이념에서 벗어나야 했던 분야”라며 “이번 선거만큼은 정치적 성향이나 진영 논리 등을 초월한 대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결국 앞으로 판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부동층의 관심이 어디로 쏠리느냐에 따라 좌우될 공산이 크다.

    학교 안전…이념과 인물 대결
    올해 교육감 선거부터는 1번, 2번 등 기호가 사라지고 선거구마다 후보 나열 순서를 바꾸는 ‘교호 순번제’가 적용된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공천제가 아닌데도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를 정당 기호 순서로 인식해 투표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막으려고 도입한 것이다. 교육감 선거 때마다 지적된 ‘깜깜이 선거’ ‘로또 선거’를 막으려는 장치인 셈.

    그럼에도 여전히 교육감 선거에 대한 대중 관심은 높지 않은 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모름·무응답’을 선택한 부동층이 40~50% 수준에 이른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결국 이 부동층의 마음이 이념으로 쏠리면 진보, 인물 개인에 대한 관심으로 쏠리면 보수 후보의 득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안전’을 외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사회적 관심이 안전에 쏠리면서 그 민심을 얻기 위해 각종 안전 공약을 내세우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상교육 등 공방전 본격화

    학교 안전…이념과 인물 대결

    진보 진영 단일후보인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문 교육감은 ‘서울학교 안전 플랜 6대 과제’를 들고 나왔다. 노후 학교 개선에 5년 동안 2조 원 예산을 투입하고, 유아 교육부터 생애 단계별로 실천안전교육을 실시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그는 “학교 보수, 학교 안전컨트롤타워 설치 등 안전 정책도 교육 전문가가 해야 가능하다”며 교육 전문성을 강조했다.

    고 변호사는 안전과 관련해 기존 교육감들의 책임론부터 언급했다. 그는 “서울 학교 4곳 중 1곳은 건설한 지 30년이 넘은 낡은 건물”이라며 “기존 교육감들이 이런 부분을 방치하고 있다 선거철이 되자 시정하겠다는 주장 자체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학생안전보장 전담 부서 신설, 실습 위주로의 교육개혁을 안전 공약으로 밝혔다. 또 사회적 자원과 연계해 아이들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다양한 기관과 환경이 뒷받침돼야 학교 안전도 이뤄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학교 여행 안전조례 제정 △학교안전과 신설 △학교 여행 종합지원센터 설립 △학교시설사업소 안전기동반 강화 등 학생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긴급 4대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안전을 교육행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예산 편성 시 우선순위에 놓겠다”고 했다.

    이 전 교수도 노후 학교 개선 등에 지금보다 2배 이상 예산을 투입하고, 학교 주변에 안전감시단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무상교육, 혁신학교, 자립형사립고(자사고) 등 보수 및 진보 성향에 따라 첨예하게 생각이 갈리는 공약들에 대한 공방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사실 지금까지 이러한 공약들은 지난 선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같은 진영끼리 벌어진 신경전과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보 진영에서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고, 세월호 참사로 중단됐던 선거운동이 뜨거워지면서 다시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진보 성향인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조 교수의 경우 혁신학교는 발전시키되 자사고는 폐지하고, 무상교육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문 교육감은 “혁신학교를 폐지하겠다”고 했으며, 고 변호사는 혁신학교와 자율학교의 장점을 결합한 ‘서울형 새학교’를 개발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교육감과 고 변호사 모두 당장 자사고 폐지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두 후보는 또 ‘퍼주기 식’ 무상공약에도 반대하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