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3

2014.04.14

‘비틀스의 심장’ 만나는 날 두근두근

폴 매카트니 내한공연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4-04-14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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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틀스의 심장’ 만나는 날 두근두근
    4월 3일 아침부터 인터넷이 술렁였다. 폴 매카트니의 내한이 공식 발표됐기 때문이다. 5월 28일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을 주최한 현대카드는 비틀스와 매카트니 노래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이름을 티저로 띄우며 ‘떡밥’을 뿌렸다. 그의 내한설은 그전부터 모락모락 연기를 피웠다. 한 언론에서 올림픽 주경기장 예약 현황을 보고 기사를 냈는가 하면, 국내 비틀스 팬클럽에서 신빙성 있는 자료와 매카트니 측근들의 트위트 등을 토대로 내한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존 레넌과 함께 비틀스를 이끌었던 매카트니는 20대 초반 나이에 세계 정상에 섰고, 음악 역사를 바꿨으며, 대중음악을 예술로 승화한 인물이다. 세상은 레넌을 ‘비틀스의 영혼’, 매카트니를 ‘비틀스의 심장’이라 불렀다. 거의 모든 곡을 레넌과 공동으로 작곡했던 비틀스 초기 이후 레넌이 온갖 실험을 통해 훗날 사이키델릭과 아트 록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면 매카트니는 영원히 남을 히트 넘버들을 만들어냈다. ‘Yesterday’ ‘Hey Jude’ ‘I Will’ ‘Let It Be’ ‘The Long And Winding Road’ 등 지금도 널리 사랑받는 비틀스 노래는 대부분 그의 작품이다.

    이러한 행보는 1970년 비틀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레넌 역시 많은 히트곡을 남겼지만 음반을 전체적으로 보면 오노 요코의 영향을 받은 실험적인 트랙이 적지 않다. 하지만 매카트니는 71년 ‘Uncle Albert/ Admiral Halsey’를 비롯해 마이클 잭슨과 함께 부른 ‘Say Say Say’에 이르기까지 총 9곡의 솔로 작품을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톱 10에 든 노래까지 합하면 15곡을 훌쩍 뛰어넘는다.

    인생 전반에서도 실험적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비틀스 시절 악보를 읽지도, 쓰지도 못했던 그는 훗날 음악이론을 공부해 총 5곡의 오케스트라를 썼고, 파이어맨이라는 가명으로 일렉트로니카 앨범 3장을 만들기도 했다. 모두 호평받은 이 음반들은 매카트니의 음악적 관심이 고전부터 첨단까지 아우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다.

    레넌이 1980년, 조지 해리슨이 2001년 세상을 떠난 이후 매카트니는 사실상 ‘마지막 비틀’처럼 존재했다. 물론 드러머였던 링고 스타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공연에서 비틀스 히트곡을 부를 수 있는 건 어쨌거나 매카트니뿐이니 그럴 만도 했다. 비틀스가 팝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 매카트니가 비틀스에서 가진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그가 굵직굵직한 세계적 음악 이벤트의 피날레를 독차지해온 건 당연한 일이다. 2009년 뉴욕, 런던, 도쿄 등 세계 8대 도시에서 동시에 열린 라이브8의 런던 피날레를 매카트니가 장식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회식 하이라이트는 그가 ‘Hey Jude’를 비롯한 히트곡들을 관중과 합창하는 장면이었다.



    그런 그가 한국에 온다. 내한 소식을 발표하던 날, 주최 측인 현대카드는 매카트니가 한국 팬에게 전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그는 연신 “컴온!”을 외치며 예매를 독려했다. 티켓 오픈 당일 인터넷 예매 사이트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그 전쟁에서 승리한 이들이 공연 당일 올림픽 주경기장을 가득 메울 것이다. 매카트니의 골수팬은 2013년 최신 앨범인 ‘New’에 담긴 곡에서부터 열광할 테고, 비틀스의 히트곡을 ‘떼창’하며 전설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이 절대적 존재의 공연을 즐기고 또 즐길 것이다. 5월 모든 세대가 함께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어떤 절정의 순간이, 그날 서울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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