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3

2014.01.27

남녀노소 강하고 깨끗한 청마(靑馬) 혈관

기름진 식단, 부족한 운동이 고지혈증 주범…올해는 콜레스테롤과의 전쟁 원년으로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4-01-27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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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노소 강하고 깨끗한 청마(靑馬)  혈관
    음력 1월 1일 설, 이제 본격적인 ‘청마(靑馬)’ 해가 시작됐다. 청마는 동양에서 건강과 힘의 상징이다. 서양에서 청마는 흔히 얘기하는 신화 속 존재 유니콘(unicorn)으로, 힘과 순결을 상징한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말이 건강을 상징하는 이유는 2m가 넘는 몸길이에 200kg이 넘는 몸무게를 가지고도 시속 60km로 달릴 수 있는 건강한 심장과 혈관을 가졌기 때문이다.

    말과 혈관 구조가 비슷한 인간도 튼튼한 심장과 혈관을 가졌으면 좋겠지만, 인간의 혈관 건강은 갈수록 나빠지는 추세다. 특히 혈관 속에 지방 등 각종 찌꺼기(지질·脂質)가 쌓여 뇌졸중(뇌중풍) 같은 심각한 질환을 유발하는 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 혈증)은 혈관 건강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 2014년 청마 해, 심장과 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고지혈증을 예방하고 말처럼 건강하고 깨끗한 혈관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자.

    동맥경화, 심혈관 질환 주범 고지혈증

    5년 차 직장인 김윤석(31) 씨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판정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 최근 몸무게가 많이 늘긴 했지만, 평소 운동을 좋아해 건강에는 자신 있었기 때문에 고지혈증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건강검진 결과 통지서에는 분명히 ‘과체중에 고지혈증이 있다’고 표시돼 있었다. 건강검진 담당의사는 “늘어난 체중과 망가진 생활습관이 원인”이라며 “지금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평소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고만 생각했지 고지혈증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김씨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한편으로 회사나 생활환경을 떠올리니 불쑥 짜증이 밀려왔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짜고 열량이 높은 음식을 사먹게 마련이고, 회식도 잦아 식단 관리가 쉽지 않은데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야.”



    2013년 1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 중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 환자 수는 최근 5년간 비슷한 수준에 머문 반면, 고지혈증 환자 수는 5년 전인 2008년 10.9%였던 것과 비교해 2012년에는 14.5%로 늘어 5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혈액 속 찌꺼기 양을 뜻하는 총콜레스테롤은 사춘기 이후 50대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나이가 많아질수록 고지혈증 유병률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씨처럼 젊은 층에서도 고지혈증이 증가해 우려를 더한다.

    실제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30대 남성의 고지혈증 유병률은 8.4%, 여성은 4.1%였지만 2012년에는 남성이 11.3%, 여성이 5.7%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30대 남성은 지난 한 해 동안 건강검진을 받은 1100만 명 가운데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계 질환 위험요인에 가장 많이 노출된 계층이라는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이들 세대는 비만율은 가장 높고, 운동량은 가장 적었으며, 절반 이상은 흡연까지 하고 있었다.

    고지혈증은 혈액 내 총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같은 지질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상태로, 심장과 혈관 건강을 망치는 주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혈액 내 총콜레스테롤양이 230mg/dL 이상일 때 고지혈증으로 진단하며, 상태가 계속 악화하면 흔히 ‘동맥경화’라 부르는 죽상경화증이 발생할 수 있다.

    좋은 놈, 나쁜 놈

    남녀노소 강하고 깨끗한 청마(靑馬)  혈관

    고지혈증은 진행 단계에서 증상이 없어 정기검진이 필수다.

    죽상경화증은 오래된 수도관 내부에 녹이 슬고 이물질이 쌓여 지름이 좁아지는 것처럼, 혈관 가장 안쪽에 자리한 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침착해 ‘죽종’이 형성되는 질환이다. 죽종이 생기는 중간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해당 부위에 따라 증상이 나타난다.

    죽상경화증은 주로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심장 혈관), 뇌에 피를 공급하는 뇌동맥과 경동맥(목 혈관), 콩팥 동맥 및 말초혈관에 잘 생기는데 이는 협심증, 심근경색(일명 심장마비) 등을 포함하는 허혈성 심장질환, 뇌경색, 뇌출혈(일명 중풍) 등을 아우르는 뇌졸중, 신부전, 허혈성 사지 질환으로 이어진다. 이것들은 돌연사를 일으키는 대표적 질환이기도 하다.

    고지혈증이 가진 가장 무서운 점은 진행 중에는 자각증상이 전혀 없어 환자 상당수가 자신이 질환을 가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데 있다. ‘나이 들면 배가 나오게 마련’이라고 생각해 나쁜 식생활을 방치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고, 그 상태가 계속되면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자신이 고지혈증 환자임을 인지하는 사람은 대상 환자의 44.8%밖에 되지 않았으며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34.1%에 그쳤다. 고지혈증 환자 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mg/dL 미만으로 조절되는 사람은 27%에 불과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성인의 30%가 넘는 5650만 명가량이 고지혈증을 앓지만 자신이 이 질환을 가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전체의 3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따라서 20세 이상일 경우 5년에 1회 정도, 45세 이상의 남성과 55세 이상의 여성은 고지혈증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매년 정기적으로 검사받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혈관 속 찌꺼기를 뜻하는 콜레스테롤은 과연 나쁜 짓만 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이 혈액 속에 많을수록 몸에 좋지 않다고 알지만, 사실 세부적으로 말하면 그중에서도 ‘착한 놈’과 ‘나쁜 놈’이 있다. 콜레스테롤은 고등동물에게서만 발견되는 세포성분으로, 뇌나 신경조직을 구성하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거나 균형이 맞지 않을 경우 고지혈증 원인이 된다.

    콜레스테롤은 단백질과의 결합 정도에 따라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과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로 나눈다. LDL 콜레스테롤은 콜레스테롤 운반 기능을 담당하는데, 과도하게 증가하는 경우 혈관 벽에 달라붙어 통로를 좁히고 혈액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른다. 반면, HDL 콜레스테롤은 혈액 속 LDL 콜레스테롤을 수거해 다시 간으로 돌려보내는 청소부 기능과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착한 일을 하기 때문에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한다.

    남녀노소 강하고 깨끗한 청마(靑馬)  혈관
    다시 정리하면 건강하고 깨끗한 혈관을 가지거나 유지하려면 일방적으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착하고 나쁜 두 종류 콜레스테롤이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의학계에선 단순히 콜레스테롤이 높다는 뜻의 고지혈증이란 용어 대신, 콜레스테롤 균형이 맞지 않다는 뜻으로 ‘이상지질혈증’이란 용어를 쓴다.

    두 콜레스테롤의 균형을 맞추려면 LDL 콜레스테롤은 130mg/dL 미만으로 유지하고, HDL 콜레스테롤은 남성의 경우 40mg/dL, 여성의 경우 50mg/dL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혈액 속 총콜레스테롤양은 피 100mℓ당 200mg(200mg/dL) 정도가 적당하다.

    설, 기름진 음식 경계령

    고지혈증이 이토록 우리 시대에 고질병이 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옛날보다 기름지게 먹고, 그에 비해 움직이는 양은 턱없이 줄었기 때문이다. 혈관에 기름기가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식습관과 생활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고지혈증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식단 변화의 열쇠는 서구화다. 육류, 달걀노른자, 새우, 오징어 등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물 섭취가 증가한 것. 바빠진 일상 때문에 쉽게 손이 가는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는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또 다른 공신이다.

    반면, 혈관에서 콜레스테롤을 빼내는 운동량은 크게 줄었다. 교통이 발달하고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이 증가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콜레스테롤은 원래 간과 갑상샘, 근육 같은 여러 신체기관에서 일정하게 균형을 유지하도록 조절된다. 하지만 고칼로리, 고콜레스테롤 음식을 섭취하면 간에서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촉진해 혈액 내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농도가 증가한다. 따라서 고지혈증 환자나 위험군은 식단 조절과 운동이 필수다.

    고지혈증은 포화지방산이나 콜레스테롤 과다 섭취, 과식, 음주 같은 식이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고지혈증 환자에게 식이요법은 매우 중요하다. 먼저 환자 체중이 표준체중보다 무겁다면 먼저 정상체중으로 감량하는 것이 식이요법 제1원칙이 돼야 한다.

    첫째, LDL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려면 콜레스테롤 섭취를 하루 200mg 이하로 조절한다. 이를 위해서는 달걀노른자, 오징어, 육류 내장, 가금류 껍질 부위 등 고콜레스테롤 식품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다.

    둘째, 지방 섭취를 줄인다. 지방은 단위당 에너지 생산량이 높아 체중 증가를 유발하고,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가급적 요리할 때 식물성 지방을 사용하며, 요리방법으로는 튀기기보다 구이, 볶기보다 무치기를 선택한다.

    셋째, 식이섬유를 하루 10~25g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는 변의 양을 늘려주고, 장에 머무는 시간을 단축하게 해줄 뿐 아니라,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신선한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넷째, 알코올 섭취는 하루 2잔 이하로 제한한다. 적당한 알코올 섭취는 심혈관계 질환 발병 위험을 낮춘다고 알려졌으나, 과음하면 간에서 중성지방 합성이 증진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설 같은 명절에는 평소보다 많은 음식을 섭취하게 되는데 설음식에는 3대 영양소인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은 물론, 비타민, 무기질까지 풍부하지만, 기름에 튀기는 음식과 육류가 많아 칼로리와 콜레스테롤 함량도 높다. 고지혈증이 있거나 위험군에 속한 경우, 명절 음식을 먹을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고지혈증을 관리하는 데 운동 역시 필수다. 규칙적인 운동은 지질을 낮추는 데 효과적일 뿐 아니라, 체지방을 감소시키고 혈압을 낮추며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준다. 따라서 결과적으로는 고지혈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죽상경화증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자전거, 수영, 가벼운 조깅 같은 유산소 형태의 지구성 운동은 심폐기능을 증진하고 칼로리 소비량을 많게 하기 때문에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특히 적합하다. 운동은 최대 능력의 40~70%가 되는 중등도로 일주일에 닷새 이상 해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규칙적 운동 고지혈증 관리에 효과

    남녀노소 강하고 깨끗한 청마(靑馬)  혈관

    혈관을 지방 등 각종 찌꺼기 없이 깨끗하게 유지하려면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을 통한 지질 변화는 운동을 시작한 후 8~16주 후 기대할 수 있는데, 운동을 중단하면 지질 수치가 빠르게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만큼 꾸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이요법이나 꾸준한 운동 등 생활요법으로 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약물요법이 도움이 된다. 약물치료의 경우 콜레스테롤 균형, 동맥경화와 심혈관 질환으로의 진행 예방 효과 등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고지혈증 치료를 위한 약품으로는 스타틴 제제를 널리 사용한다. 새롭게 발표된 미국 심장학회와 미국 심장협회의 콜레스테롤 관리 가이드라인도 스타틴 제제의 사용을 권장한다. 스타틴은 1960년대 중반 일본 엔도 아키라 박사가 곰팡이균에서 신체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물질을 추출하면서 발견됐다. 스타틴은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뛰어나고, 중성지방을 낮추며,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데 비교적 부작용이 적고 뛰어난 내약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틴 제제 중에서는 로수바스타틴이 콜레스테롤 균형을 조절하고, 죽상동맥경화증 진행을 지연하며,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감소시키는 3가지 적응증을 가져 세계적으로 사용된다.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약물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제 선택 시 비용 효과성이 매우 중요한데, 로수바스타틴은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도 매우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고지혈증은 운동과 식습관 조절로 예방 가능한 질환으로, 이미 고지혈증 환자이거나 고위험군이라면 고칼로리, 고콜레스테롤인 명절 음식을 조절해 섭취할 필요가 있다”면서 “생활요법만으로 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약물요법을 고려해야 하는데 콜레스테롤 균형 조절, 죽상동맥경화증 진행 지연,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 감소에 효과적인 스타틴 제제가 대표적으로 쓰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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