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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가계부채 시한폭탄 째깍째깍?

2014년 한국 경제 7대 리스크…대내외 불안 변수 줄었지만 3% 성장률 험난

  •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st@lgeri.com

가계부채 시한폭탄 째깍째깍?

국내외 여러 경제전망기관이 평균적으로 예상하는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3% 중반으로 지난해 2.9%보다 높다. 지난해 2분기를 바닥으로 점차 성장세가 개선되리라 기대하는 이유다. 그러나 성장 추세는 여전히 낮으므로 본격적인 회복이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지난 수년간에 비해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줄어든 듯 보이지만, 안심하기 힘든 구석도 많다. 2014년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7가지로 정리했다.

01 미국 통화정책

2013년 12월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014년 1월부터 자산 매입 규모를 월 850억 달러에서 750억 달러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규모나 공식 발표를 볼 때 연준이 신중하게 접근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푼 돈은 3조 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육박할 정도로 막대한 규모이며, 이 돈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스며들었다.

지난해 미국 경제지표 개선 소식에 오히려 세계 주가가 하락하고 연준 의장의 한마디에 몇몇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양적완화는 불가피한 정책이었지만 자산버블이 생기고 물가가 치솟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전에, 그러면서도 경기회복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준의 출구전략 구사는 쉽지 않은 일이다.

향후 연준의 출구전략은 사전에 정해진 순서를 기계적으로 실행하는 형태보다 경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공산이 크다. 먼저 미국 경기회복 속도에 좌우될 것이며, 신흥국 상황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점에서 예상컨대 연준은 올 하반기에 추가 자산 매입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리인상은 실업률뿐 아니라 장기적인 물가상승률, 노동시장 참가율, 고용의 질 등 여러 경제지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빨라야 2015년 상반기에나 단행될 개연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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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1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02 디플레이션 우려되는 유럽

지난해 하반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긴 했지만, 유로존은 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서면서 개선 폭이 미미하다. 금융기능도 크게 저하된 상태다. 특히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기능을 비교적 빠르게 정상화한 미국에 비해 유로존 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처리가 지연되면서 금융기능 정상화가 요원해 보인다. 내년 중 단일 은행감독체제를 출범하는 데는 합의했지만, 부실정리기금이나 단일 정리기구 설립 등 각국 재정 부담이 걸린 일에서는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11월 초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25%로 하향 조정했고, 저금리장기대출 프로그램(3차 LTRO) 재개 등 추가적인 양적완화 가능성도 열어놨다.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을 한껏 경계하는 모습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막대한 통화 팽창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경기회복이 미진한 유럽국가의 디플레이션 위험은 상대적으로 크다. 과거 일본이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지면서 저성장이 한층 고착화했던 것처럼, 유로존이 디플레이션 상황에 놓일 경우 불황에서 빠져나오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03 일본, 선순환 가능할까

일본 경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대 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일본 경제회복은 효과가 단기적일 수밖에 없는 재정과 통화정책에 기댄 부분이 크다. 본격적으로 회복하려면 기업의 이익 증가가 투자와 민간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일본 경제의 완만한 성장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이 여럿 있다.

먼저 4월 소비세가 5%에서 8%로 인상됨에 따라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위험이 있다. 게다가 엔저로 오르는 물가를 임금 인상이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보여 소비 여력 또한 크게 확대되기 어려울 수 있다. 민간의 소비 위축을 상쇄할 수 있는 재정도 GDP의 230%를 넘는 국가채무 때문에 바닥을 드러내는 중이다.

금융완화 정책 측면에서도 물가상승세가 확대될 경우 악성 인플레이션이나 일본 국채의 신뢰도 하락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지난해 엔저에도 일본 수출산업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금융완화 정책을 축소하는 일도 쉽지 않다. 수출 경기의 더딘 개선과 커져가는 부작용 우려 사이에서 정책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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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한 단계 떨어진 중국 성장률

올해 중국 경제의 감속은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경기둔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지난해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정부는 ‘안정적인 성장 추구’라는 기조 하에 “경제 발전의 질과 효과를 제고하고 후유증 없는 속도를 유지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분석에 따르면, 성장률이 7.2% 내외면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양이 그동안 강력히 억제해온 투기 부문으로의 자금 이동을 허용한다는 그릇된 신호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중국 정부 내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지방정부 부채다. 낮은 투자수익률과 채권 만기 불일치 같은 문제가 겹치면서 일부 지방정부는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부동산의 경우 여러 규제에도 베이징 등 이른바 ‘1선 도시’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철강, 전해알루미늄, 조선, 에틸렌을 비롯한 여러 산업에 걸쳐 설비 과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이 세 가지 위험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도 대비책을 고심하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 문제의 경우 경제공작보고에서 별도 항목으로 다뤘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매매차익에 대한 소득세 부과 조치에 이어 10월부터는 지방정부를 앞세워 대출 억제, 주택 구매 자격 요건 강화 등 여러 규제를 발표했다.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부동산시장을 잘못 건드렸다간 자칫 경기 전체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비 과잉 문제의 경우 투자 심사를 중앙정부가 직접 챙기고, 기존 설비 과잉 산업의 경우에도 광범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05 취약한 신흥국 경제

신흥국 경제는 지난해 취약성을 드러내며 크게 흔들렸다.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가 시발점이었지만, 신흥국 경제는 이미 그전부터 약한 모습을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경상수지 적자가 커졌다는 점이다. 2008년 이후 선진국의 수출경기 둔화에 대응해 재정을 푼 여파다. 이에 더해 양적완화 부작용으로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자금이 몰렸다. 일부 국가에서는 물가상승과 자산가격 상승 우려도 커졌다.

올해도 신흥국의 이러한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 및 자원 효율이 높은 데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중국의 경기둔화를 상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리나 재정 등 정책수단 또한 여유 있는 편이 아니다. 이미 실질금리가 낮아 자산거품 우려가 있고 재정적자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도 불안 요인이다. 미국의 채권 매입 중단 검토만으로 신흥국 경제가 흔들렸듯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또 한 번 크게 흔들릴 개연성이 높다. 반면 지난해 주가와 통화가치가 10% 이상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구제금융을 받은 신흥국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이 그리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06 우리나라 민간부채

우리나라 민간부채는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으나, 소득이나 GDP에 비해서는 증가 속도가 빠른 편이다.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는 91%대, 민간기업의 금융부채는 125%를 넘어섰다. 다행히 대출 연체율은 아직 높지 않다.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2013년 10월 말 1.25%, 가계대출도 0.86%에 불과하다. 그러나 부채 규모가 계속 느는 데다 질도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기업 가운데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차입금이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의 3배 이상에 해당하는 기업을 흔히 한계기업으로 분류한다. 차입금 부담이 과중해 투기 등급으로 분류되는 회사다. 이러한 한계기업 비중이 2010년 19.6%에서 지난해 3분기 25.7%로 증가했다. 또한 이들 한계기업의 평균 차입금 규모는 7951억 원으로 2007년 말에 비해 3.4배 증가해 대형화 현상을 보였다.

가계부채 질도 나빠지고 있다. 특히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권 대출이 더 빠르게 늘어났다. 2012~2013년 비은행권 대출 증가율은 연 8~9%로 은행권의 3배 이상에 달했다. 대출이 쉽지 않은 저소득자,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이 크게 늘어나 가계부채 위험이 높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07 급등락 위험 확대되는 환율

2014년 원화 환율은 기본적으로 약세 요인인 출구전략 속도와 방향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출구전략은 완만할 공산이 크지만 미국으로의 자금 환류라는 방향성이 문제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 경상수지 규모나 외환보유액을 감안할 때 원화가치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북(對北) 리스크나 엔저에 따른 수출경쟁력 훼손이라는 요인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원화가치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이상으로 절상될 위험도 있다. 유로존과 일본이 통화완화정책을 지속하고, 인도 등 일부 신흥국의 환율 불안이 지속되면서 미국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가 환율 약세 경쟁을 벌이는 형국마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이른다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우리나라에 대해 환율 절상압력이 거세질 개연성이 높다. 국제적 절상압력과 그러한 기대에 투자하는 자금이 일거에 집중하면 달러당 1000원 선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2014년 우리 경제는 선진국의 회복과 신흥국의 부진이 교차하면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금융 측면에서 보자면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는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경상수지 규모나 아베노믹스 등으로 국가 간 경쟁적 통화가치 절하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급락 위험도 있다. 만성 당뇨병처럼 돼버린 민간부채는 투자와 소비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우리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경제 외적으로는 최근 동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기는커녕 해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음이 염려스럽다. 2008년 이후 수십 년에 한 번 발생할 만한 사건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감각의 역치가 높아진 탓에 올해는 그 불확실성이 실제보다 낮아졌다고 느낄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책당국이나 경제 주체의 경각심이 필요한 이유다.



주간동아 2014.01.20 922호 (p24~26)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st@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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