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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 조이영의 클래식 산책

경건하게 뜨겁게 입 모아 ‘합창’

베토벤 교향곡 9번

  • 조이영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lycho@donga.com

경건하게 뜨겁게 입 모아 ‘합창’

경건하게 뜨겁게 입 모아 ‘합창’

베토벤

“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불꽃이여…. 너의 마법은 관습이 엄하게 갈라놓았던 것을 다시 결합하도다. 너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는 곳에, 모든 인류는 형제가 되도다.”

한 해 끝자락 발레 무대에선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이, 콘서트홀에선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울려 퍼진다. 해마다 만날 수 있는 송년 단골손님이지만 이즈음 분위기와 더없이 잘 어울린다. 음악 애호가는 마치 의식을 치르듯 경건한 마음으로 ‘합창’을 들으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

‘합창’은 요즘 송년음악회 주인공이지만, 정작 초연은 오스트리아 빈 케른트너토어 극장에서 1824년 5월 7일 이뤄졌다. 1918년 12월 31일 독일 라이프치히 ‘평화와 자유의 축제’에서 ‘합창’이 연주되면서부터 연말 레퍼토리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으로 가득한 분위기, 환희와 인류애에 대한 메시지가 신년에 더 잘 어울린다고 얘기하는 지휘자도 있다.

해외에서는 시애틀 심포니, 빈 심포니,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등 유수 악단이 ‘합창’을 프로그램에 올려놓았다. 한국 무대도 이미 ‘합창’ 열기로 뜨겁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12월 12일 요한네스 프리치(호주 퀸즐랜드 심포니 상임지휘자) 지휘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했고, 리 신차오가 이끄는 부산시립교향악단이 12, 13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대전시립교향악단은 19, 20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금노상 지휘로 ‘합창’을 들려줬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예술감독은 “베토벤 9번은 교향곡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한다. 서울시향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2010년 제외) 연말 레퍼토리로 베토벤 ‘합창’을 선보였다. 12월 27,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두 차례 ‘합창’ 연주회는 이미 전석 매진됐다. 공연은 매진됐지만, 이달 초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 ‘합창’ 음반(2012년 12월 실황 녹음)이 나와 그 감동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여자경 지휘로 12월 29일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연주를 한다.



‘합창’ 초연 당시, 10여 년 만에 베토벤의 신작 교향곡이 발표된다는 소식에 객석은 만원이었다. 무대에는 바이올린 주자 24명, 첼로와 베이스 주자 12명, 관악 주자 각 2명씩 자리 잡았다. 베토벤은 무대 위에서 악보를 넘기며 박자를 세었지만, 청력을 거의 소실한 탓에 실질적인 지휘는 악장이 맡았다. 연주가 끝나고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지만, 귀가 들리지 않는 베토벤이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베토벤은 알토 가수의 도움을 받고서야 자신에게 찬사를 보내는 관객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음악칼럼니스트 황장원은 “‘합창’은 베토벤이 남긴 교향곡 9곡 가운데 가장 위대하고 획기적인 걸작”이라고 말한다. 규모 면에선 교향곡 3번 ‘에로이카’보다 더 장대하고, 내용 면에선 5번 ‘운명’이나 6번 ‘전원’보다 더 극적이고 환상적이라는 것이다. 또 마지막 악장에 성악이 등장해 ‘기악음악의 아이콘’이던 교향곡의 장르적 한계를 초월했다고 설명했다.

낭만파 전후 많은 작곡가가 베토벤 교향곡 9번의 파격적인 구성과 자유로운 형식에 영향을 받았다. 브루크너 교향곡 3번,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등에서 ‘합창’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합창’은 고난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기쁨을 찬미하는 베토벤의 초인적인 자기 고백이다. ‘어둠에서 광명으로’ 향하는 베토벤의 구도가 뚜렷하게 나타난 교향곡 9번 ‘합창’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2013년을 정리하고 새해로 나아갈 기운도 얻자.

경건하게 뜨겁게 입 모아 ‘합창’

서울시립교향악단이 2012년 12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공연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3.12.23 918호 (p69~69)

조이영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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