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8

2013.12.23

“탈모가 유전이라도 치료 통해 얼마든 극복”

남성 외모 고민 1순위 탈모… 고민만 하다간 자칫 치료시기 놓쳐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3-12-23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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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모가 유전이라도 치료 통해 얼마든 극복”
    추운 겨울은 탈모인에게는 너무 잔혹한 계절이다. 찬바람과 건조한 날씨 탓에 두피가 약해지고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해져 탈모가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마흔 살이 넘어도 풍성한 모발을 자랑하는 이야 관심 없겠지만, 머리카락이 약해지면서 조금씩 이마선이 올라가고 샤워할 때마다 머리카락 덩어리가 하수구를 막는 걸 목도하는 이는 겨울이 정말 싫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 남성의 25%가 이런 일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성 4명 중 1명이 현재 탈모 증상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또한 탈모 증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중 절반이 탈모 증상을 심각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탈모 증상 개선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는 질문에는 43%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탈모 1000만 명 시대

    탈모 증상 개선을 위해 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주로 샴푸, 비누 등 모발관리제품 구매(30%), 민간요법 시행이나 건강보조식품 복용(15%)이 대부분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11%에 불과했다. 많은 사람이 탈모로 고민하지만, 정작 탈모 치료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탈모 환자 사이에 탈모는 운명이고 불치병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절망에 빠진 탈모 환자에게 다양한 치료 성공 사례를 통해 “탈모도 의학적 치료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전문가가 있다. 바로 경북대학교병원 모발이식센터 김정철 교수(사진)가 주인공이다. 김 교수는 세계 최초로 모낭군 이식술을 개발한 세계적 모발이식 대가이자 탈모 전문가다. 김 교수를 만나 탈모 예방법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것인가.

    “보통 사람 머리에는 머리카락이 8만 가닥 남짓 돋아 있으며 한 달에 1cm 정도 자란다. 모발은 평생 자라는 게 아니라 성장주기를 가지기 때문에 3~5년간 자란 후 빠지고 새로 난다. 동물은 일정 시기가 되면 한꺼번에 빠지고 새로 나는 털갈이를 하지만 사람 모발은 동물 털과 달리 독립적인 주기를 갖고 있어 매일 80여 개가 빠지고 새로 자란다.”

    ▼ 어떤 경우가 탈모인가.

    “흔히 대머리라고 하는 ‘남성형 탈모’는 모발이 빠져서 안 나는 것이 아니라, 굵었던 모발이 점차 가늘어져 솜털이 되는 것이다. 성장주기도 빨라져 하루에 100개 이상 빠진다. 탈모는 앞머리와 정수리 부위 모발에서만 일어나고, 옆머리와 뒷머리는 절대 대머리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뒤쪽에 비해 앞쪽 머리카락이 힘이 없고 가늘어지면 탈모를 의심해야 한다. 한편 탈모 전조 증상으로 머리카락이 없어지는 대신, 쓸데없이 수염이나 팔, 다리, 가슴 부위 털이 점점 굵어지기도 한다. 머리카락 옆에는 기름을 만드는 샘이 하나 붙어 있는데 탈모가 진행되면 이 샘이 점점 커져 기름을 많이 만들어낸다. 따라서 탈모 환자는 머리에 기름이 많고 지루성 피부염도 잘 생긴다. 일반인의 상식과는 달리 지루성 피부염 때문에 탈모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탈모가 있는 사람 중 지루성 피부염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 탈모 환자가 많다고 하는데 정확한 통계가 있는가.

    “현재 국민 5명 중 1명이 탈모를 경험하는 탈모 인구 1000만 시대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2012)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2007~2011) 탈모 질환 진료환자가 17% 증가했고, 전체 탈모 환자 가운데 20~30대가 45.8%를 차지했다. 특히 남성 탈모 환자 가운데 55.3%는 20~30대 젊은이였다. 전체 탈모 환자 중 여성도 48.1%를 차지했는데, 남성과 달리 50대 이상의 비중이 컸다.”

    탈모 치료엔 조급증부터 버려라

    “탈모가 유전이라도 치료 통해 얼마든 극복”

    김정철 경북대학교병원 모발이식센터 교수가 탈모 환자의 머리카락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 대머리 남성에 대한 거부감이 유독 한국인에게 큰 것 같다. 미국에서는 남성미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 다른 외국 사례는 어떤가.

    “한국인의 경우 대머리에 대한 인식이 외국에 비해 부정적이다. 유럽 5개국과 한국의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탈모 남성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가 있는데, 한국 여성은 유럽 여성에 비해 탈모 증상이 있는 남성은 매력이 반감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으며(한국 78%, 유럽 57%), 탈모가 있을 경우 실제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고 판단했다(한국 98%, 유럽 61%). 젊은 탈모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탈모 남성에 대한 이런 부정적 인식은 탈모 환자를 더욱 위축하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 한국 남성의 탈모 치료에 대한 열기가 대단하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탈모 환자가 탈모를 적극 치료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비의학적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이가 많다. 인터넷에서 얻은 잘못된 정보나 민간요법을 신뢰해 탈모를 치료하려고 검은콩을 먹고, 죽염을 머리에 바르며, 빗으로 머리를 두드리거나 심지어 물구나무서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탈모를 악화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치게 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탈모를 치료하려고 병원을 찾은 환자 대부분이 빠른 치료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물론, 생각보다 더딘 치료효과에 실망하곤 한다. 그러나 치료효과는 모발 생장주기 때문에 약물치료를 시작한 후 적어도 3~6개월이 지나야 나타난다. 탈모 치료를 위해선 조급증부터 버려야 한다.”

    ▼ 탈모 치료 방법을 소개해달라.

    “현재까지 발모 효과가 검증된 탈모 치료 방법에는 약물치료와 모발이식수술이 있다. 실제로 발모를 촉진하는 약제는 두 종류밖에 없다. 미녹시딜 성분의 약을 매일 두 차례씩 두피에 바르는 방법과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먹는 약을 매일 한 알씩 먹는 방법이다.

    모발이식수술은 유전적으로 탈모가 발생하지 않는 뒷머리에서 건강한 모낭을 채취해 머리가 없는 앞머리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심은 모발은 2주 후 한 번 빠졌다가 4개월 후 새로 나고 그 후에는 한 달에 1cm씩 자라며, 어느 정도 자라 자리를 잡으려면 수술 후 약 1년이 소요된다. 심은 모발은 탈모가 되지 않고 평생 자란다.

    그 외 PRP, 저출력 레이저 치료 같은 방법이 있지만 이는 보조적인 차원의 치료 방법이다. 많은 의료진과 연구진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탈모 치료 방법을 개발하려고 노력하지만, 여러 걸림돌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탈모 치료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며, 곧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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