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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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아이·부모 유쾌한 성장일기

주말 예능 ‘어린이 전쟁’

  • 윤희성 대중문화평론가 hisoong@naver.com

    입력2013-11-25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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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충우돌 아이·부모 유쾌한 성장일기

    예능계에 ‘어린이 전쟁’을 일으킨 ‘일밤-아빠! 어디가?’의 한 장면.

    올해 가장 큰 인기를 끈 예능프로그램인 MBC ‘일밤-아빠! 어디가?’(‘아빠 어디 가’)의 영향력은 동종 업계 반응이 증명한다. 가족 예능이 주말 프라임 타임을 장악했고, 연예인이 자녀와 동반 출연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그중에서도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추석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등장했을 때부터 ‘아빠 어디 가’의 대항마로 주목받았다. 아빠 연예인이 자신의 자녀와 시간을 보내는 콘셉트의 이 두 프로그램은 일요일 저녁 시간에 나란히 편성됐고, 바야흐로 주말 예능은 ‘어린이 전쟁’에 돌입할 태세다.

    아버지와 어린 자녀라는 기본 구성만 놓고 볼 때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아빠 어디 가’로부터 출발했다는 의혹을 버리기 어렵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하고 돌발적인 행동이 프로그램의 매력이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한계가 되기도 한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그러나 두 프로그램은 유사한 배경 안에서 사뭇 다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최근 ‘아빠 어디 가’는 아빠들만의 시간을 종종 방송한다. 엄마와 떨어져 밤을 보내는 것조차 힘들어 하던 아이들이 그사이 점차 놀이에 참여하고, 친구를 초대하며, 심지어 보호자 없이 식사를 준비하면서 독립심과 능동성을 키워온 덕분이다. 그동안 아이를 돌보는 것에 시간 대부분을 할애하던 아빠들은 이제 어른들만의 대화와 놀이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사실 ‘아빠 어디 가’는 아이들의 성장을 도우려고 여행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마련하고, 엄마와의 분리를 통해 아이와 아빠가 협력하도록 설정한 실험이다. 아빠들이 씻기고 먹이는 등 육아 일부를 담당하지만 그들이 책임지는 건 생활의 일부분일 뿐이며, 그마저도 아빠들은 함께 여행 온 동료들의 도움을 상당 부분 받는다. 아이와 더 친밀해지고 아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각 아빠의 캐릭터나 구실은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좌충우돌 아이·부모 유쾌한 성장일기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어른들의 훈훈한 성장 여정을 보여준다.

    반면 ‘슈퍼맨이 돌아왔다’ 속 아빠들은 자신의 집을 떠나지 않은 채 엄마가 남기고 간 일상을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이 프로그램 속 아이들은 이미 어른스럽거나 너무 어린 까닭에 그 자체로 성장 주체가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아빠의 성장을 위한 미션 구실을 한다. ‘아빠 어디 가’의 ‘자전거 배우기’ 에피소드가 넘어졌다가 아빠의 격려로 다시 도전하는 윤후의 성장담을 그린 것과 달리,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전거 배우기’ 에피소드는 자전거에 서툰 아들을 돌보는 것에 허둥대는 아빠 장현성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아빠의 고향집을 찾은 추성훈 딸이 벽에 서서 키가 얼마나 자랐는지 눈금을 그어 보는 모습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지향하는 바를 요약하는 장면이다. 눈에 띄게 변하는 아이들의 외모처럼, 방송은 시청자가 눈치챌 수 있을 만큼 달라지는 아빠들의 마음을 차곡차곡 기록한다. 엄마 없이 보내는 첫 48시간이 끝난 뒤 아빠들은 엄마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편지를 쓰는 등 자신이 새롭게 깨달은 것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 모인다면 아이들의 성장만큼 훈훈한 어른들의 성장 여정을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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