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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충남삼성고’ 학생 선발 어쨌기에

삼성 임직원 자녀 70% 우선 배정에 지역 교육계 ‘특권귀족학교’ 반발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충남삼성고’ 학생 선발 어쨌기에

‘충남삼성고’ 학생 선발 어쨌기에

송기춘 민주주의법학연구회장(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고 설립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내년 3월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개교하는 ‘충남삼성고’(삼성고)가 최근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삼성고는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계열 4개 사가 공동출자해 만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8월 충남교육청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고 현재 신입생을 선발 중이다. 10월 24일 마감한 서류전형에는 정원 350명에 653명이 지원했다.

이 학교가 논란의 대상이 된 이유는 정원의 70%를 삼성 임직원 자녀로 채우기 때문. 나머지 30%는 ‘사회통합 전형’(20%)과 ‘충남 미래인재 전형’(10%)으로 선발한다. 이에 대해 지역 교육계 등을 중심으로 ‘공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아산학부모회(아산평학), 아산YMCA 등 아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10월 18일 삼성고가 신입생 원서 접수를 시작하자 ‘삼성에 보내는 공개 호소문’을 발표하며 모집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삼성고등학교 일반고 전환 서명운동 및 촛불문화제’를 여는 등 반대 시위도 벌이고 있다.

삼성 측 “오해에서 비롯된 일”

박준영 아산평학 위원장은 “삼성고는 부모 경제력이 뒷받침되고, 성적이 우수하며, 삼성 임직원 자녀인 학생만 들어갈 수 있다”며 “이 학교가 개교하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의해 교육여건이 결정돼 시민의 보편교육을 지향하는 공교육은 존립 근거를 상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도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며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조희연 민교협 상임의장(성공회대 교수)은 삼성고를 ‘특권귀족학교’로 규정하고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의 통로가 돼야 할 교육이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통로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반발에 대해 삼성 측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조용우 삼성디스플레이 부장은 “삼성고는 교육청에서 먼저 자사고 설립을 제안해 짓게 된 것으로 결코 ‘귀족학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 부장의 말이다.



“현재 충남 지역에 거주하는 삼성 임직원이 약 3만8000명이다. 2004년 아산에 ‘디스플레이시티’를 조성한 뒤 이 지역에 집중적으로 모여 살게 됐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근처에 고등학교가 없어 아이들이 천안까지 원거리 통학을 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기러기 생활을 하거나 아산 근무를 아예 기피하는 직원이 많다. 교육청에 수차례 이 문제를 이야기하며 어려움을 호소해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2012년 자사고 설립 제안을 받았다.”

조 부장은 “삼성이 이 제안을 받아들인 건 임직원의 생활 안정을 위해 학교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자체 조사 결과 충남 거주 삼성 임직원 자녀 중 2014학년 고교 진학자 수는 약 580명”이라고 밝혔다. 회사에서 자금을 출연해 이 아이들이 다닐 학교를 세우는 것일 뿐이라는 게 조 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학교 정원의 70%를 삼성 임직원 자녀에게 우선 배정하는 것은 특혜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비율은 교육청과 협의해 정했다”며 “정원의 70%라고 해도 245명에 불과해 대상 연령 임직원 자녀 중 300명 이상은 여전히 다른 지역 학교에 갈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충남삼성고’ 학생 선발 어쨌기에

대기업의 자사고 설립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시민단체 회원들(위)과 2014년 3월 개교하는 충남삼성고 홈페이지.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종업원의 복지 증진을 위하여 기업체가 출연하여 설립한 학교법인’은 ‘교육감의 승인을 얻어 입학정원의 일정 비율을 해당 학교의 장이 정하는 방법으로 입학전형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2010년 관련 규정을 개정하면서 교육부는 발표 자료를 통해 “혁신도시, 기업도시, 경제자유구역 등 기업 및 인구분산을 위해 추진 중인 지역 도시의 경우 기업이 교육여건 개선의 어려움을 이유로 이전에 소극적”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도시 등에 위치한 기업이 그 지역의 자사고를 지원하는 경우 입학정원의 일부를 그 기업과 관련된 자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고 외에도 여러 대기업 자사고가 입학정원의 일부를 임직원 자녀에게 배정한 상태로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출연한 서울 ‘하나고’는 입학 정원의 20%를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로 채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은 ‘인천하늘고’는 임직원 자녀 비율이 45%이며, 현대중공업의 ‘현대청운고’는 15%다. 국방부도 내년 3월 경기 파주에 군인 자녀를 위한 자사고 ‘한민고’를 개교한다. 이 학교는 신입생 403명 중 70%를 군인 자녀로 선발할 예정이다.

기업 자사고 논란 지속될 전망

문제는 이들 자사고 중 상당수가 ‘입시 명문’으로 급부상하며 공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 고교입시 컨설팅업체 엠베스트 관계자는 “올해 처음 졸업생을 배출한 하나고는 졸업생 절반 이상이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와 카이스트, 포스텍 등 명문대에 진학했다. 하나금융지주의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남다른 교육 여건을 갖추고, 자율 선발권을 통해 우수한 학생까지 뽑으니 입시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최근 입시시장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는 학교는 한민고”라며 “국방부가 군인 자녀들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겠다며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한 데다 일반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121명이나 돼 중학생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자사고 설립을 반대하는 이들은 이 학교 역시 또 하나의 입시 명문고가 될 것을 우려한다. 학교 재단이 첫 교장으로 민족사관고와 용인외고 등 입시 명문고 교감을 지낸 박하식 씨를 선임한 점 등이 우려를 더욱 부추긴다.

이에 대해 삼성고 관계자는 “삼성고의 입학 대상은 삼성 임직원 자녀와 일반 학생을 불문하고 ‘충남 소재 중학교 졸업예정자 및 졸업자로, 충남에 거주하는 자’다. 충남에서 공부하고 성장한 학생만 받는 학교인 만큼 세간의 우려처럼 전국 단위 입시학교로 변질될 리 없다”며 “오히려 집 근처에 학교가 없어 멀리 통학해야 했던 학생들이 좀 더 편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도와줘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자사고는 기업의 필요와 교육당국의 협조가 맞물리면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포스코가 인천 송도에,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에 각각 자사고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쁜 지역에 기업이 생길 경우, 임직원 자녀의 교육 문제를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지 해당 기업이 특권학교를 만드는 식으로 풀도록 해선 안 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어 대기업 자사고에 대한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간동아 2013.11.04 911호 (p34~35)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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