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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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우리도 배낭여행族”

중·장년층 해외 패키지보다 자유여행 선호…현지 역사와 문화 체험 홈스테이 도전도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3-10-14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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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50, 우리도 배낭여행族”

    중년 배낭여행객이 선호하는 도시 중 한 곳인 프랑스 파리 전경.

    사업가 김정호 씨는 지난여름 가족과 3박 4일간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현지에서 직접 차량을 빌리고 가이드를 고용해 톈안먼(천안문)광장, 쯔진청(자금성) 등 베이징 시내를 둘러보며 느긋하게 여행을 즐겼다. “가족 모두 먹는 걸 좋아한다”는 그는 “관광객에게 안 알려진, 현지인 사이에 소문난 식당을 찾아다니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음식을 먹은 게 기억에 남는다. 쉬고 싶으면 쉬고, 원할 때는 언제든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할 수 있어 좋았다. 이제 패키지여행은 못 갈 것 같다”고 했다.

    파독 간호사 출신으로 6월 독일 뮌헨과 뉘른베르크에 다녀온 김인숙(가명) 씨는 “생애 마지막으로 독일에 한 번 다녀오고 싶었지만, 혼자 여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지 젊은이들이 친절해 여행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35년 만에 내가 근무했던 병원까지 둘러보고 왔다”는 그는 “혼자서 처음 해본 일주일간의 꿈같은 여행의 기억을 평생 간직할 것 같다”고 했다.

    ‘마음만은 청춘’ 직접 짐 꾸려

    최근 2~3년 사이 스스로의 힘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4050세대가 늘었다. 자녀의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를 뒷바라지만 해온 중·장년이 ‘마음만은 청춘’이라며 직접 짐을 꾸려 해외로 떠나는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2 국민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 출국자 수는 1373만6976명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2009년 세계 경제위기 여파로 잠시 주춤하던 출국자 수는 2010년 전년 대비 31.5% 늘어난 이후 해마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40대 이상 해외여행객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2년 출국자 수는 2009년과 비교해 40대는 40.7%, 50대는 42% 늘었다.

    눈여겨볼 것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유여행을 한다는 점. 해외여행 때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지 않은 비율은 40대 44.8%, 50대 25.3%였다. 4050세대 해외여행객 10명 중 3.5명꼴이다. 여행사 ‘여행박사’의 심원보 팀장은 “세계 금융위기가 끝난 후부터 유럽 배낭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40대는 우리나라 배낭여행 1세대고, 50대는 출장 등 해외를 다닌 경험이 많기 때문에 2~3년 전부터 중·장년층 배낭여행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회사를 이용해 유럽 자유여행을 떠난 40대 이상 고객 비율은 전체 유럽 여행객 10명 중 1명꼴이며, 이들은 열흘 이상의 서유럽여행을 선호한다”고 했다.



    “4050, 우리도 배낭여행族”

    여행사 ‘내일투어’가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만든 단체배낭여행 상품 오리엔테이션 현장(위). 배낭여행 마니아인 송승복 한양대 사회교육원 교수가 미국 그랜드캐니언을 배경으로 촬영한 기념 사진.

    또 다른 여행사 ‘내일투어’의 김영미 대리는 “중·장년층의 배낭여행 관련 문의가 꾸준히 들어온다. 배낭여행 상품을 구매한 고객 수는 지난여름 기준 월평균 70건 정도 된다”고 했다. 김 대리에 따르면 장기근속휴가를 받은 직장인, 교사, 사업가, 전문직 종사자, 은퇴자, 주부 등 다양한 계층이 중년 배낭여행족에 합류하고 있다.

    중·장년층이 배낭여행에 도전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여행사마다 비슷한 내용으로 수십 년간 운영해온 패키지여행 상품에 대한 싫증을 들 수 있다. 한양대 사회교육원 송승복 교수는 “여행의 묘미는 현지인의 사는 모습과 풍습,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데 있다. 그들의 생활 속으로 직접 녹아들어 가보고 경험하며 어울리는 게 진짜 여행인데, 패키지여행으로는 그런 묘미를 결코 느낄 수 없다”고 했다. 올해도 이미 지인들과 함께 미국, 스페인 등으로 두 차례 배낭여행을 다녀왔다는 그는 “세계문화유산을 직접 보고 다양한 사람을 통해 인생의 가치를 배우는 데 투자하는 돈은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에너지가 충전된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여행을 가면 홈스테이를 하면서 현지 사람과 어울리고 뒷골목 시장 구경도 즐긴다. ‘여행박사’의 심원보 팀장은 “자유여행을 가는 중년들은 젊은이 못지않게 개방적이고 진취적이며 대접받는 걸 즐기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어학연수에 여행 결합 상품 등장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장년층 배낭여행족은 박물관, 미술관 등 역사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고, 여러 곳을 많이 다니는 것보다 여유 있고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면서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 한 번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먼 거리를 이동하는 여행, 야간열차를 이용하는 여행은 꺼린다. 배낭여행이 처음인 경우 낯선 곳에 홀로 떨어지는 두려움, 언어 소통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개별 여행보다 단체배낭여행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단체배낭여행은 여행사가 항공권과 숙박권을 미리 예약해주고 현지 인솔자도 동행하며 언제,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는지는 정해져 있지만 머무는 도시에서의 일정은 여행객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형태다. 현지 인솔자도 전체 일정을 리드하는 패키지여행 가이드와 달리 여행객을 도와주는 구실만 맡는다. 이런 여행 형태는 여행지 자료를 일일이 검색하고 공부하면서 개별 여행 스케줄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것으로, 이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배낭여행 전문여행사들은 최근 이에 특화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내일투어’는 4050세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세 가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엄마와 딸이 함께 떠나는 배낭여행, 리마인드 웨딩 등 부부만의 특별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부부 배낭여행, 자매나 친구와 함께 떠나는 배낭여행 등이다.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화제가 된 뒤 여행사 ‘SJR 유럽’은 짐꾼 인솔자가 동행하는 ‘꽃중년끼리 함께 하는 유럽 배낭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한편 어학연수에 레저, 여행 성격을 결합한 해외 어학연수 프로그램도 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 눈길을 끈다. 오전에는 영어수업을 받고 오후와 주말에는 공연 관람, 와이너리 투어, 박물관 및 미술관 투어, 요트여행 등을 즐기는 것. 프로그램 기간은 짧게는 3주에서 1년까지 다양하다. ‘유학닷컴’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은퇴 후 이민을 고려하거나 레저·여가 활동과 자유여행,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높은 중·장년이 많아, 지난해 말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 어학연수 프로그램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은퇴를 앞둔 40대 중·후반 이상 고소득층이 자녀교육과 제2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유학 또는 이민을 염두에 두고 해외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찾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관련 세미나에 100여 명이 몰렸는데, 40대 참석자가 가장 많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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