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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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뛰는 백두대간 등줄기에 서다

산등성이 종주 코스로 인기… 700세 주목과 어우러진 단풍 일품

  •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입력2013-10-07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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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뛰는 백두대간 등줄기에 서다

    중함백 아래 암반 지대에서 본 백두대간의 부드러운 품. 앞의 둥근 봉우리가 은대봉, 그 뒤가 금대봉이다.

    함백산(1572.9m)은 태백산의 그늘이었다. 태백산보다 높지만, 태백산의 명성에 가렸다. 하지만 백두대간 종주 붐을 타고 함백산의 진가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1300~1500m의 장쾌한 산등성이에는 봄철 야생화, 가을 단풍, 겨울 설경이 변화무쌍하다. 특히 정상 일대의 단풍은 아주 특별하다. 수백 그루 주목의 초록빛, 자작나뭇과 나무들의 흰 빛, 활엽수 단풍이 어우러져 함백산만의 명풍경을 펼쳐놓는다.

    강원 태백시 소도동과 정선군 고한읍에 걸친 함백산은 남한에서 6번째로 높은 웅장한 산이다. 북쪽에 대덕산(1307m), 서쪽에 백운산(1426m)과 매봉산(1268m), 서남쪽에 장산(1409m), 남쪽에 태백산(1566.7m), 동쪽에 연화산(1171m)과 백병산(1259m) 등 주변에 1000m가 훌쩍 넘는 고봉이 솟아 있다. 또한 태백산에서 이어진 백두대간 마루금이 만항재(1330m)~함백산~은대봉~두문동재로 이어져 국토의 등줄기를 이룬다.

    적멸보궁 정암사 품고 있는 크고 밝은 산

    예로부터 함백산은 드넓은 태백산의 한 봉우리로 여겨졌다. 태백산 최고봉은 현재 장군봉(1566.7m)이라 일컫고, 천제단이 있는 영봉(1560.6m), 남쪽의 부소봉(1546.5m)과 문수봉(1517m)이 대표적인 봉우리다. 그리고 태백산 북쪽의 함백산 역시 태백산의 한 봉우리를 형성한다. 사실 함백산이 태백산보다 더 높지만, 천제단이 있는 산봉을 태백산 주봉으로 생각했다. 이것은 천제단 일대의 신령스러운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겠지만, 옛날 선인은 지금과 같이 정밀하게 산 높이를 잴 수 없었던 점도 큰 몫을 했다.

    조선 후기 학자 이만부의 시문집 ‘지행록’에는 태백산의 산봉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문수(文殊)·대박(大朴)·삼태(三台)·우보(牛甫)·우검(虞檢)·마라읍(摩羅邑)의 봉우리가 600, 700리를 울창하게 서리어 있다.’ 이 가운데 대박봉, 곧 대박산(大朴山)은 ‘한밝달’의 차용표기로 현재는 함백산으로 불린다.



    함백산은 북서쪽 기슭에 오대 적멸보궁의 하나로 일컫는 정암사를 품고 있다. 신라 때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의 계시에 따라 큰 구렁이를 쫓은 후 그 자리에 적멸보궁과 수마노탑을 짓고 석가모니의 정골사리를 모셨다. 적멸보궁 옆 주목은 자장율사가 꽂아둔 지팡이가 살아난 것이라 하여 선장단이라 부른다. 천연기념물 제73호인 정암사 계곡은 열목어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함백산이 태백산 변두리로 밀려나면서 후세에는 안타깝게도 산정이 크게 훼손됐다. 정상 일대에 방송국 송신탑이 마치 함백산의 상징인 양 흉물스럽게 서 있고, 그 옆으로 국가대표 축구연습장까지 자리 잡았다. 자동차로 산정까지 오를 수 있어 함백산은 산행 대상지로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백두대간 종주 붐과 더불어 만항재~함백산~은대봉~두문동재의 장쾌한 산등성이를 재발견한 것이다. 그 산등성이는 봄여름이면 기화요초가 만발하고 가을철에는 주목과 어우러진 단풍, 겨울철에는 설경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또한 만항재는 야생화 군락이 널리 알려지면서 7~8월이면 야생화축제가 열린다.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인 주목 군락지

    가슴 뛰는 백두대간 등줄기에 서다

    함백산 정상 아래의 주목 군락지. 주목과 단풍이 어우러져 독특한 가을빛을 뿜어낸다.

    등산로로는 함백산을 흐르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널리 이용된다. 만항재~함백산~은대봉~두문동재 코스는 8.7km로 4시간 30분쯤 걸린다. 산행 들머리는 우리나라 국도 고개 가운데 가장 높은 만항재. 만항재는 정선군 고한읍과 영월군 상동읍, 태백시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고개다. 태백과 정선을 잇는 두문동재에 터널이 뚫려 시간이 단축되면서 길고 험한 만항재는 인적과 차량이 뜸해졌다.

    산행에 앞서 분위기 좋은 만항재 메타세쿼이아 숲길에 들러본다. 가족이나 연인에게 호젓한 산책 코스로 그만이다. 함백산 들머리는 매점이 있는 고갯마루에서 함백산 정상부 시설물을 바라보면서 북동쪽으로 100m쯤 내려가면 만난다. 함백산 정상 등산로 안내판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산길은 도로 옆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고, 자작나무 몇 그루를 지나면 함백산 정상이 잘 보이는 언덕에 올라선다. 언덕에는 ‘함백산 기원단’이 서 있다. 예로부터 이곳은 함백산 민간신앙의 성지여서 광산을 개발한 시기에는 이곳에서 광부 가족의 무사안녕을 빌었다.

    기원단을 지나면 다시 도로를 만나고, 잠시 함백산으로 올라가는 시멘트 도로와 합류했다가 오른쪽 산길로 이어진다. 산길은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급경사가 한동안 이어지다가 갑자기 하늘이 넓게 열리면서 정상에 닿는다. 정상 암반 지대 위에 정상 비석과 첨성대처럼 쌓은 돌탑이 서 있다. 그 앞에 이르자 시야가 넓게 열린다. 태백산, 매봉산, 민둥산, 소백산까지 사방으로 첩첩 산줄기가 흐른다. 그 산줄기를 바라보는 것만큼 가슴 벅찬 일이 또 있을까.

    사북석탄유물보존관

    마음 뭉클하게 하는 광부들의 흔적


    가슴 뛰는 백두대간 등줄기에 서다
    2004년 10월 폐광된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에 세워진 석탄박물관으로, 광부들의 모든 유물을 모아놓았다. 내부에는 주민과 사북석탄유물보존회가 ‘먼지도 유물’이란 심정으로 모은 광부들의 피눈물이 서린 유물 1600여 종 2만여 점이 전시됐다. 광부들이 쓰던 치약, 세탁기, 샤워장, 월급 명세 등 생생한 유물이 인상적이다. 보존관을 한 바퀴 돌아보면 마음이 찡해진다. 짧지만 갱도 체험도 할 수 있다. 문의 033-592-4333.


    가슴 뛰는 백두대간 등줄기에 서다

    산행 들머리인 만항재의 분위기 좋은 산책로.

    부드러운 산등성이 걷는 맛 일품

    정상 오른쪽에 있는 널찍한 산등성이는 방송국 송신탑이 점령했다. 성스러운 산에 흉물스러운 인공시설이 눈에 거슬린다. 이보다 심각한 것은 오투리조트 스키장이 함백산 동북쪽 산비탈을 온통 차지했다는 점이다. 정상에서 불과 1km 거리다. 주목을 비롯한 다양한 나무가 사라졌고, 산의 경관이 기형적으로 변했다.

    정상에서 내려와 거대한 헬기장을 지나면 주목 군락지를 만난다. 주목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나무로 고지대에서만 자생한다. 이곳 군락지는 70ha에 679본이 자생한다. 수령은 30년 어린 나무부터 710년 된 노거수까지 있다. 산림청에서 1996년 5월 2일 이곳을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 고시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그중에서 마다가스카르 바오바브나무처럼 잘생긴 주목이 수령 710년, 둘레 4m에 이르는 최고 수령 거목이다. 온갖 풍상을 견디며 지조와 절개를 지키고 늘 푸르게 지내왔다.

    주목 군락지를 내려와 쉼터에서 한숨 돌리고 비탈길에 올라서면 중함백(1505m)이다. 중함백을 내려오면 조망 좋은 암반 지대를 만난다. 바위에 올라서면 가야 할 은대봉과 그 너머 금대봉까지 거침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펑퍼짐하게 생긴 은대봉은 많은 생명을 품은 어머니의 모습이다.

    바위 조망처에서 은대봉까지는 부드러운 산등성이가 이어져 걷는 맛이 좋다. 소박한 정상 비석이 반기는 은대봉은 잡목이 들어차 조망이 열리지 않는다. 배낭을 내려놓고 쉬는데, 왠지 포근한 느낌이 든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다시 길을 밟는다. 길은 슬그머니 고도를 내리고, 두문동재에 닿으면서 기분 좋게 산행이 마무리된다.

    여행정보

    가슴 뛰는 백두대간 등줄기에 서다

    장쾌한 조망이 일품인 함백산 정상. 아래쪽으로 만항재 도로가 곡선을 그린다.

    ● 교통

    자가용은 중앙고속도로 서제천나들목→38번(5번 공용)국도→제천을 거친다. 서울-고한(태백) 간 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20분~1시간 간격(06:00~23:00)으로 운행한다. 청량리역에서 고한(태백)행 무궁화호 열차는 07:00, 08:50, 12:00, 14:00, 16:00, 23:00 출발. 버스는 고한에서 만항마을까지 1일 4회(06:40, 09:50, 14:10, 19:00) 운행한다. 고한택시 033-592-5050.

    ● 맛집

    만항재 아래 만항마을에는 토종닭 요리를 잘하는 집이 몰려 있다. 함백산토종닭집(033-591-5364)은 약재를 넣어 닭백숙을 끓여준다. 민둥산역 근처의 부길한 식당(033-591-8333)은 주인장이 직접 곤드레 농사를 지어 푸짐한 밥상을 내온다.

    ● 숙소

    태백시에서 운영하는 태백고원자연휴양림(033-582-7440)이 저렴하고 시설도 좋다. 오투리조트(033-554-3604)는 함백산 품에 있고, 장산콘도(033-378-5550)는 만항재에서 가깝다.

    가슴 뛰는 백두대간 등줄기에 서다
    진우석은 1995년 한신대를 졸업하고 1998~2004년 월간 ‘사람과 산’, 월간 ‘마운틴’ 기자를 거쳐 2005년부터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한다. 저서로 ‘이번주에 오르고 싶은 산’ ‘걷기 좋은 산길5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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