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4

2013.09.09

폭발적 성능…‘질주 본능’은 무죄

포르쉐 ‘911 카레라 4S 카브리올레’

  •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입력2013-09-09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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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발적 성능…‘질주 본능’은 무죄
    ‘트랙과 일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 포르쉐. 스포츠카에 기대할 수 있는 특성을 모두 갖추고, 트랙을 질주하면서도 일반 도로를 자유롭게 헤엄치듯 달리는 스포츠카는 지구상에 포르쉐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간혹 대중 브랜드들이 고성능 스포츠카 만들기에 도전하지만, 실제 운전해보면 주행성능이 부족하거나 전통적인 스포츠카 감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실망감만 느끼게 한다. 반대로 전문 브랜드들이 만든 최고 수준의 스포츠카는 폭발적인 성능을 지녔지만, 공도에서 일상 주행용으로 쓰기에는 여건이 맞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 400마력에 0→100km 4.5초

    1963년 탄생해 지금까지 ‘포르쉐의 정체성’이라고 불리며 브랜드를 대표하는 911. 스포츠카의 기준으로 자리 잡은 911의 7세대 모델 ‘911 카레라 4S 카브리올레’를 타고 서울을 출발해 경기 여주와 이천을 거쳐 춘천을 돌아오는 300여km를 달렸다. 차가 없는 도로를 달리고 싶어 일부러 동트기 전 집을 나섰다.

    이 차는 ‘4S’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사륜구동에 스포츠 성향을 최대한 끌어올린 모델로, 신형 911 시리즈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직분사 3.8ℓ수평대향 6기통 박서(Boxer)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44.9kg·m의 힘을 발휘한다. 박서엔진은 연료가 폭발하는 실린더가 일반 엔진처럼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고 수평으로 움직여 무게 중심이 낮고 곡선주로에서 차가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을 막아준다. 여기에 7단 수동변속기를 기본으로 한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적용했다.



    스포츠카에서 400마력은 슈퍼카 수준에 근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지에서 100km/h까지 4.5초 걸리고 최고속도는 296km/h이다. 연료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전 6세대 모델과 비교해 최고 14%까지 줄었다. 공인연비는 8.2km/ℓ.

    폭발적 성능…‘질주 본능’은 무죄
    # 시트에 몸이 파묻히는 듯한 가속력

    제대로 성능을 시험하려고 서울 도심을 벗어나 중부고속도로에 올라선 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봤다. 그 순간 ‘고오~옹’ 하는 엔진음이 실내로 밀려들면서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초고속영역에 들어섰다. 도로 제한속도 때문에 곧바로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지만 역시 가속력은 대단했다.

    지난해 F1 경기가 열린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911 터보를 타고 런치컨트롤(급가속)과 급정거를 시험한 적이 있다. 당시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RPM을 5000~6000에 고정한 뒤 브레이크에서 순간 발을 떼면 마치 앞바퀴가 들리는 듯 차가 총알같이 튀어나갔다. 80m를 가는 데 약 3초가 걸렸고, 시속 100km 부근에서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우는 데도 비슷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911의 또 다른 매력은 사운드에 있다. 포르쉐 마니아는 911의 ‘포르쉐 노트’(포르쉐 엔진음)에 열광한다. 이들은 포르쉐의 고유 엔진음을 즐기려고 일부러 오디오를 끈 채 주행하기도 한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떼었다 하면 엔진음의 높낮이가 마치 음악 연주 소리처럼 들린다.

    주행 중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전기 신호가 파워트레인을 역동적으로 제어해 상단 기어로의 변속을 늦추고 하단 기어로의 변속을 빠르게 한다. 이때는 오토 앤드 스톱 기능이 멈추고 엔진음이 더 커진다. 한 단계 더 높은 스포츠플러스 모드로 바꾸면 경주용 차처럼 더 빠르게 가속되고 커브길에서 접지력이 향상되며 브레이크가 민첩해진다.

    # 13초에 지붕 개폐, 전복 시 탑승자 보호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마그네슘 지지대가 들어간 지붕은 최고 50km/h로 달리면서도 13초 만에 열고 닫을 수 있다. 지붕을 열었을 때 바람과 소음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전동식 윈드 디플렉터는 최고 120km/h에서도 버튼 하나로 2초 만에 여닫을 수 있다.

    지붕을 연 채 고속으로 달리면서 ‘만약 이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 차는 충돌할 경우 정면은 물론, 양쪽 측면에 각각 있는 에어백 2개가 작동해 탑승자의 가슴과 머리를 보호한다. 특히 차체 각도, 종횡가속 및 휠과 도로의 접지 상태 등을 감시해 전복 위험이 감지되면, 뒷좌석 뒤편에서 전복 방지 바 2개가 튀어 올라와 탑승자와 차량 내부를 보호한다.

    # ‘자로 잰 듯’ 정교한 핸들링

    911의 정확한 핸들링도 주행 즐거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고속으로 달리면서도 운전자가 차량의 미세한 방향까지 제어할 수 있을 만큼 핸들링이 정교하다. ‘자로 잰 듯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고강도의 얇은 강철로 차체를 만들어 무게를 65kg 줄였지만, 비틀림 강도는 25% 향상되고 휠베이스가 100mm 넓어져 직선 및 고속 주행에서 안전성이 높아졌다. 특히 커브길에서 차체가 기울거나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흔들리는 것을 막아 주행 피로감이 덜하다.

    시승을 마친 뒤 다시 한 번 차량을 꼼꼼히 살폈다. 포르쉐는 스포츠카부터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세단까지 모든 차량에 적용되는 독특한 패밀리 룩을 유지하고 있다. 헤드램프는 항상 보닛보다 높게 솟아 있고, 차체는 각진 부분 없이 둥글게 마감한다. 하단으로 내려갈수록 차체가 넓어지고, 두 앞바퀴 사이보다 뒷바퀴 사이 폭이 더 넓다. 이는 무게중심을 낮추고 윤거를 넓게 확보해 안정적인 핸들링이 가능하도록 돕는 구실을 한다. 열쇠구멍이 운전대 왼쪽에 있는 점도 포르쉐만의 특징이다. 경주에서 운전자가 차에 오름과 동시에 키를 꽂아 재빨리 시동을 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가격은 1억6500만 원이고, 코리안 프리미엄 패키지를 선택할 경우 3090만 원을 더한 1억9590만 원이다.

    폭발적 성능…‘질주 본능’은 무죄

    ‘911 카레라 4S 카브리올레’의 실내는 스포티하면서도 직관적이다(왼쪽). 간단한 조작으로 주행 중에도 13초 만에 지붕을 개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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