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6

2013.07.15

신석유자원 ‘타이트오일’ 기대하시라

셰일층서 채굴 ‘석유 대타’로 부상 ‘유가 혁명’ 기대

  • 조용권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cyk@seri.org

    입력2013-07-15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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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국이 타이트오일(Light Tight Oil·LTO)이라는 새로운 석유자원으로 에너지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이 새로운 석유자원은 우리가 아는 기존 원유와는 매장 형태가 달라 전통적인 수직시추로는 생산하기 어려운 비전통 석유다. 캐나다 오일샌드, 베네수엘라 초중질유도 통상 비전통 석유로 분류한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타이트오일은 셰일층에서 수압파쇄 공법으로 채굴해 초기에는 셰일오일이라고 불렀지만, 다른 비전통 석유인 오일셰일과의 혼란을 피하려고 근래 들어 타이트오일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1970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던 미국의 석유 생산은 이 타이트오일의 생산 증가에 힘입어 2009년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2008년 이후 미국의 석유 수입은 계속 감소해, 2012년 12월에는 하루 600만 배럴의 수입을 기록하며 최대수입국 자리를 중국(610만 배럴)에 넘겨줬다. 2020년에는 하루 1100만 배럴을 생산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산유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경에는 석유 순수출국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 세계 고루 분포 ‘노다지’로 각광

    이렇듯 미국에서 시작된 석유혁명에 불이 붙자, 세계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은 비전통 석유 개발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캐나다와 베네수엘라에 전체의 90% 이상 매장된 오일샌드나 초중질유와 달리, 타이트오일의 매장지는 전 세계에 고루 분포(137곳)하기 때문이다. 미국 외에도 러시아, 캐나다, 멕시코,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중국, 호주 등이 이미 타이트오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석유기업, 국영석유기업, 상사 등도 비전통 석유 개발에 적극 나선다. 대표적인 사례로, 엑슨모빌은 러시아 국영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함께 러시아 지역의 타이트오일 개발에 뛰어들었다. 중국 국영석유기업 시노펙은 캐나다 오일샌드에 투자하고, 페트로차이나는 베네수엘라의 초중질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스미토모상사,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이토추상사, 마루베니 등 여러 상사가 적극 사업에 임한다.



    각국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로 비전통 석유는 향후 석유 공급 확대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하루 320만 배럴로 전체의 3.8%에 불과하던 비전통 석유 생산량은 2030년 960만 배럴로 늘어나 전체의 10.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전통 석유의 생산 증가에 힘입어, 비(非)석유수출국기구(Non-OPEC) 산유국의 경우 전통 석유 생산량이 감소하는데도 전체 생산량은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석유자원이 확대됨에 따라 향후 석유시장과 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는 유가 안정이다. 비전통 석유 개발로 공급이 확대되면 수급 상황이 개선되고, 따라서 유가는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에너지국은 2020년 유가를 배럴당 116달러 수준으로 전망했지만, 비전통 석유의 공급 확대로 이보다 10% 이상 하락할 개연성이 있다. 그렇다고 당장 유가 급락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전통 석유나 성숙단계 유전의 전통 석유는 배럴당 70달러 이상의 생산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가가 급락할 경우 채산성이 부족해 생산이 감소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변수도 여전히 남아 있다. 주요 산유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선진국의 양적완화 여부다. 중동이나 남미 산유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가를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반면 미국의 양적완화가 조기에 축소되거나 종료된다면 석유자원에 대한 투기거래를 감소시켜 추가적인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제유가는 본래 수급 요인보다 투기거래 등의 금융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둘째는 중동 의존도의 완화다. 전 세계 석유 소비의 51.5%를 차지하는 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 역내 석유공급은 22.4%에 불과하다. 아시아는 수요의 71.4%, 북미는 수요의 38.4%를 역외에서 공급받는다. 한마디로 수급불균형이 심각하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것이다.

    아시아 중에서도 한국(85%), 중국(51%), 일본(82%) 등 동북아 3국은 중동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커서, 이른바 ‘아시아 프리미엄’(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되는 중동 석유가격이 유럽이나 미국으로 수출되는 석유보다 배럴당 1~1.5달러 높게 형성되는 현상)까지 지불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향후 비중동 지역에서 비전통 석유에 의한 석유 공급이 늘어나면 이러한 중동 의존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북미 지역의 경우 이러한 추세가 두드러질 것이다.

    신석유자원 ‘타이트오일’ 기대하시라
    반면 새로운 석유자원이 그리 많지 않은 아시아에서는 중동 의존도를 완화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석유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러시아가 동북아 지역으로 석유 공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므로, 러시아산 석유의 유입이 아시아의 중동 석유 의존도를 완화해줄 개연성은 남아 있다. 물론 여기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바로 아시아 국가의 대(對)중동 협상력과 북미의 석유 수출 여부다. 아시아 국가가 중동 국가를 상대로 높은 가격 협상력을 발휘하고 그에 따라 기존 아시아 프리미엄 대신 아시아 디스카운트가 생겨나는 경우, 오히려 중동에 대한 의존도가 거꾸로 높아질 개연성이 있다. 반면 북미 지역에서 비전통 석유 공급이 급격히 확대돼 다소비 지역인 아시아로까지 유입된다면 중동 의존도는 낮아질 수 있다.

    비전통 석유 공급 한국 경제 적잖은 파장

    타이트오일 같은 비전통 석유의 공급은 한국 경제에도 당연히 적잖은 파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석유 공급이 증가해 유가가 안정되면 국내 산업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산업 특성에 따라 기회 요인과 위협 요인은 서로 다르게 나타날 공산이 크다. 철강, 건설, 엔지니어링, 기계 등의 산업은 새로운 석유자원 개발에 따라 강관이나 정제시설 수요가 늘어나면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는 셈이므로 국내 기업의 수출 기회도 늘어날 것이다. 반면 정유, 석유화학,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같은 산업은 수익성이 떨어지고 수출경쟁력이 악화되는 한편, 경제성이 저하되는 등 다양한 위협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먼저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지역별 유가 격차가 확대되면 국내 정유산업이 누려온 정제마진도 함께 감소해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하락할 경우 통상 정제마진은 1.2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에틸렌 생산원가가 46% 이상 크게 낮아진 북미 석유화학 산업이 부활하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 역시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을 늘리고 미국으로 수출되던 유럽산 제품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다면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수출 환경도 악화될 것이다. 또한 정부의 지원 축소, 경쟁제품의 기술혁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의 산업은 유가가 안정되면 경제성을 확보하는 일이 지연되므로 시장 위축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이렇듯 새로운 석유자원은 경제 환경의 변화를 야기하고, 시장과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새로운 석유자원이 가져올 기회와 위협에 주도면밀하게 대응해, 국가는 안정적인 석유도입체계를 구축하고 기업은 새로운 수출 기회를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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