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4

2013.07.01

편리한 상품권 사기 피해주의보

‘선지불 후구매’ 약정에 부도 등 속출…적극적 피해 예방·구제 위한 입법 시급

  • 김성천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연구위원·법학박사 kimsc@kca.go.kr

    입력2013-07-01 1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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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리한 상품권 사기 피해주의보

    상품권을 사고파는 이들로 북적이는 한 백화점 앞 상품권 판매소.

    상품권은 편리성 덕에 화폐, 수표, 신용카드에 이어 제4의 대금결제수단으로 우리 소비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현대 소비문화의 상징물이다. 최근엔 선불지급수단으로서의 상품권이 종이형을 넘어 IT형(선불카드), 서버형(소셜커머스 쿠폰)으로 진화하고, 발행 영역도 전통시장(온누리상품권)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선지불 후구매’를 특징으로 하는 상품권 속성상 구매 이후 상품권이 휴지조각이 되는 등 피해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특히 판매업자의 도산이나 발행업자의 할인 사기로 인한 대형사건이 심심찮게 터진다. 2011년부터 주유상품권, 백화점 및 할인점 상품권을 20~30% 싸게 팔아온 소셜커머스업체가 도산해 주문한 상품권을 받지 못한 피해가 잇따르자 2012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셜커머스의 상품권 할인판매 사기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최근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액면가 10만 원권 등 주유상품권을 269억 원어치나 유통시켜 150억 원 상당의 주유권 판매대금을 가로챈 주유상품권 할인 사기 사건이 발생했는데, 확인된 피해자만 5300여 명에 이른다.

    상품권 관련 피해를 예방하려면 소비자 스스로 조심해야 하지만, 정부 역시 상품권 거래와 관련한 소비자보호 규제를 마련해 상품권 같은 선불지급수단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구제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한마디로, 선불지급수단에 대한 소비자보호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상품권 등 선불지급수단은 소비자에겐 구매 물품 및 시기의 선택 가능성을 넓혀주고 발행업자는 선수금 활용, 고정 고객 확보, 물류비용 절감 등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과소비 조장, 뇌물공여 합법화, 세금 포탈의 직간접적 원인, 상품권 할인으로 인한 거품 가격 형성 등 많은 부작용도 낳는다. 특히 선지불 후구매라는 속성에서 비롯되는 발행자의 부도 및 변경, 잔액 환불 거부, 사용 매수 및 특정 상품 사용 제한, 할인기간 중 할인매장 사용 거부 등 문제가 많이 발생해 이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국제사회에서도 공통 과제



    상품권 규제는 국제사회에서도 공통적으로 논의되는 정책적 과제다. 일본, 미국, 캐나다 같은 선진국은 기프트권(Gift Certificate), 기프트카드(Gift Card), 선불구매카드(Prepaid Purchase Card) 등 선불지급수단을 규제하는 법령을 정비해왔다. 1932년 제정된 일본의 상품권규제법은 89년 전면 개정된 전불식 증표의 규제 등에 관한 법률을 거쳐, 2009년 자금결제에 관한 법률을 통해 법 적용 대상인 전불식 지급수단을 종이형, IC형에 추가해 서버형 상품권 등으로까지 확대하고 발행자의 신고 및 등록, 공탁 등의 규제체계를 마련했다.

    미국은 연방법 및 주법 차원에서 기프트권, 기프트카드 등 선불지급수단에 대한 유효기간 설정 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수수료 및 비용, 정보제공, 청구하지 않은 기프트권의 귀속 등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캐나다도 주법 차원에서 2008년부터 소비자보호법, 공정거래법 등에서 선불구매카드, 선불카드 등 선불지급수단에 대해 유효기간 설정 금지, 수수료 부과, 정보제공 등에 관한 법적 근거를 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품권 거래를 규제하는 법률이 있었다. 1999년 폐지된 상품권법이 그것이다. 상품권법은 61년 제정됐는데, 정부는 소비자물가 안정, 자원 절약, 국민생활 건전화와 뇌물성 부정거래 수단 차단을 목적으로 상품권법 및 동법 시행령을 개정해 75년 12월부터 상품권 발행과 유통을 금지했다. 이후 경제환경 변화, 민간경제 활성화 취지에서 상품권법을 개정해 95년 4월부터 상품권 발행을 허용했으며, 90년대 말 정부의 규제완화에 따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도모하기 위해 상품권 발행·유통과 관련한 규제를 없애려고 99년 2월 상품권법을 폐지했다.

    당초 상품권법은 상품권 발행과 상환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상품권 유통의 건전한 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목적으로 제정한 소비자법임에도 규제 철폐 대상이 됐다.

    이에 현재 상품권을 규율하는 법제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정한 상품권 표준약관, 소비자기본법의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의한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 등과 인지세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 법률 및 상품권 관련 조례 등이다. 그런데 이것들에 의하면 사실상 자율규제에 가까워 상품권 거래 시 소비자 스스로 조심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와 같이 현재 우리나라 상품권 관련 법제는 법적 구속력에 한계가 있는 표준약관이나 고시를 중심으로 해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볼 때 미흡하다.

    상품권 등 선불지급수단에 대한 규제는 시급한 입법 과제로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발행규제, 유효기간, 소비자 피해보상, 수수료, 환급, 정보제공 의무, 포기하거나 청구하지 않은 상품권의 귀속 등 선불지급수단의 적정화와 공정화를 위한 관련 법제의 정비가 절실한 것이다.

    소비자의 권리·의무 정보 제공

    먼저 현행 상품권 표준약관이나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을 개정해 유효기간, 소비자 피해보상, 수수료, 정보제공 의무 등에 관한 규정을 개선하는 방안이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일본의 자금결제에 관한 법률처럼 선불지급수단에 관한 포괄적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가칭 ‘선불지급수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종이형 상품권, 선불카드, 선불전자지급수단 등 모든 선불지급수단을 포괄해 규제하는 것이다. 이 법률은 선불지급수단을 통일적으로 취급하게 하고, 선불지급수단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며, 소비자 권리와 의무에 대한 정보 제공을 충실히 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이 밖에도 선불지급수단 발행업자의 등록 및 신고 의무, 유효기간 설정 원칙, 선불지급수단의 훼손·도난·분실 시 법률관계, 소비자 피해보상, 현금 상환 및 잔액환급, 수수료, 포기하거나 청구하지 않은 선불지급수단의 귀속 등에 대해서도 규정해야 한다. 특히 선불지급수단의 위조금지 등 발행업자 또는 가맹점의 금지행위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행정제재와 형사처벌을 함으로써 불법적인 선불지급수단의 발행 및 유통을 근절해야 한다.

    상품권 구매 및 사용 시 주의사항

    발행업체, 유효기간 등 꼼꼼히 살펴야


    구매 시

    · 발행업자가 튼튼하고 믿을 만한 재무구조를 가졌는지 확인하고 신중히 선택한다.

    · 현금과는 다른 성격의 유가증권이므로 여러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구매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종류, 사용 가능한 가맹점, 구매할 수 있는 가격 제한 여부, 잔액 환급 기준의 적정성 등을 확인한다. 이를 위해 구매 시 뒷면의 표준약관을 꼼꼼히 읽는다.

    · 발행업자의 부도나 폐업 등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 소비자의 금전적 피해를 보상해줄 수 있는 지급보증이 된 상품권인지 확인한다.

    · 유효기간은 상품권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확인하고, 발행일자도 상품권 유효기간을 보증하는 것과 같으므로 확인해야 한다.

    · 인터넷 쇼핑몰 개설 후 높은 할인율로 소비자를 유인해 상품권 대금을 받은 후 쇼핑몰을 폐쇄하거나 쇼핑몰 게시판을 통해 개인 간 거래해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금을 먼저 입금하고 나중에 상품권을 인도받으므로 지나치게 높은 할인율을 제시하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

    사용 시

    · 최근 고액 상품권 유통이 늘고 있으므로 분실, 도난 등에 대비해 상품권 번호를 메모해놓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 상품권 관련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이나 표준약관에 근거한 정당한 요구를 사업자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는 먼저 발행업체의 소비자상담실에 이의제기를 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국번 없이 1372)로 상담 및 피해 구제를 신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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