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3

2013.06.24

30대 넘어 물 건넜다 경쟁력 물 건너갈라

해외유학 고민

  • 박선규 커리어케어 상무

    입력2013-06-24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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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넘어 물 건넜다 경쟁력 물 건너갈라
    대기업 전략기획 담당 A씨.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업무면 업무, 대인관계면 대인관계, 외국어면 외국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필요한 부분은 모두 잘 관리해왔다고 자평한다. 경영진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후배들로부터도 롤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차기 임원후보라는 얘기도 솔솔 들려온다. 그러나 A씨의 마음 한구석은 뭔가 허전하다. 그것은 바로 해외 MBA에 대한 아쉬움이다.

    전략기획을 담당하는 부서 특성상 A씨 부서에는 해외 유수 대학 MBA 출신이 많다. 그들만의 네트워크, 알게 모르게 MBA 출신들만의 콧대가 느껴지면 A씨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든다. A씨는 이들과 경쟁하려면 자신도 MBA 또는 그에 버금가는 학위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래서 해외유학을 갈까 늘 고민한다.

    많은 직장인이 순수한 학문적 목적이든, 자신의 경쟁력 제고 목적이든 이른바 ‘공부를 더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특히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해외유학을 진지하게 고려한다. 그러나 헤드헌터 처지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해외유학을 떠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해외유학을 떠나 있는 동안 동료들은 짧게는 2년, 길게는 5~6년씩 업무 경력을 더 쌓게 되고 후배들도 자리를 치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자기개발 목적으로 해외유학을 갔던 B씨는 지금 매우 후회한다. B씨의 본래 계획은 해외 대학에서 MBA를 취득한 후, 현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외 현지 경기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고, MBA 출신이라 해도 외국인이 취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비싼 등록금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고 싶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B씨는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 와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B씨는 MBA 학위를 취득하면 몸값이 크게 오르리라 예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B씨처럼 해외에서 취업하지 못해 한국으로 돌아온 MBA 출신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B씨의 몸값은 MBA 효과를 보지 못했다.

    유학 후 B씨가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는 부분은 바로 네트워크 단절이다. B씨는 해외에서 공부하는 동안 현지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하느라 한국에 있던 기존 네트워크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한국 회사 내 동료와의 관계가 단절됐고, 이를 회복하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결국 그는 핵심 정보에서 소외됐다.



    해외유학을 고민한다면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이라면 해외유학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30대 중반을 넘어섰다면, 그리고 한 직장에서 롱런할 생각이라면 장기 유학은 피할 것을 권한다. 많은 사람이 자기개발을 ‘스펙 쌓기’로 오해한다. 그러나 진정한 자기개발은 비즈니스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협상력, 리더십 등을 키우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해외유학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치열한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이다. 학력 사항에 한 줄 더 쓰려고 하는 유학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개인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 B씨 경우처럼 요즘 주변에서 들려오는 해외 MBA파들의 한숨소리가 이를 증명한다. 해외유학은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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