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2

2013.04.08

中 쑤이펀허市, 한국 기업 ‘러브콜’

러시아와 국경 맞댄 도시 ‘북방의 선전’ 건설 목표로 외자 유치 박차

  • 이정훈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입력2013-04-05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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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쑤이펀허市, 한국 기업 ‘러브콜’

    김성훈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한국위원장

    3월 중순 일단의 한국 경제인이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한국위원회(위원장 김성훈)와 함께 중국 헤이룽장성 쑤이펀허(綏芬河)시를 방문했다. 쑤이펀허는 한국발 항공기가 내리는 헤이룽장성 무단장(牧丹江)시에서 동쪽으로 160여km 떨어진, 러시아에 접한 국경 도시다. 이 도시에는 우수리스크, 하바로프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 러시아 주요 도시와 연결된 철도, 도로가 들어온다.

    쑤이펀허는 서울보다 계절이 두 달 정도 늦게 가는 듯했다. 1월 중순 서울에서 느끼는 추위가 밀려왔기 때문이다. 쑤이펀허는 시베리아에서 벌채한 목재가 들어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나무 판매로 돈을 쥔 러시아인들은 이 도시에서 중국산 생필품을 구매해간다. 이 때문에 도시 중심부에는 러시아 간판이 즐비하고 많은 러시아인이 쇼핑을 해 중국 내 ‘러시아 자치구역’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국경무역 덕분에 쑤이펀허는 중국에서 17번째로 소득이 높은 도시가 됐다. 요즘은 중국도 시골은 인구가 빠져나가 젊은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쑤이펀허는 대학이 없는데도 국경무역 덕분에 젊은이가 몰려들어 인구가 20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이 됐다. 이 도시는 ‘북방의 선전()’ 건설을 목표로 한다. 개방 이후 홍콩과의 국경무역으로 돈을 벌던 선전이 홍콩과 대만 자본으로 보세 가공업을 하면서 중국 최고의 부자 도시로 떠오른 것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요즘 서방국가들은 경기가 좋지 않아 고민이지만, 러시아는 석유 수출로 호시절을 구가한다. 덩달아 극동 러시아 경기도 좋아져 쑤이펀허를 찾는 러시아인은 고급 제품 쪽으로 수요를 돌리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인의 눈높이를 중국 제품만으로는 맞출 수 없다. 쑤이펀허가 한국과 대만산 명품 매장을 유치하려는 것은 러시아인의 이런 수요를 만족시키려는 차원이다.

    중국 내 17번째 소득 높은 도시



    中 쑤이펀허市, 한국 기업 ‘러브콜’

    쑤이펀허강은 두만강에서 280여km 떨어진 북쪽에 있고, 강 북쪽으로 쑤이펀허시가 있다.

    이를 위해 종합보세구역 안에 쑤이펀허를 찾은 모든 러시아인이 무조건 방문해야 하는 ‘국제명품전시센터’(명품센터)를 지어놓았다. 쑤이펀허는 명품센터 1층은 대만, 2층은 한국 명품 업체에 분양하려고 한다. 쑤이펀허는 국경도시 지정 110주년인 7월 4일 명품센터를 오픈하고, 국제무역박람회를 열어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려고 한다. 아울러 종합보세구역에 각종 가공산업도 유치할 예정이다.

    쑤이펀허는 1차로 명품센터를 한국 기업에 분양하고, 2차로 종합보세구역 공단을 한국 기업에 분양할 계획을 세웠다. 종합보세구역과 별도로 러시아와의 국경선에 과거 북한이 중국인 양빈(楊斌)을 앞세워 신의주에 만들려 했다가 실패한 것과 비슷한 공단을 조성하려고 한다. 이 공단은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투자할 예정인데, 쑤이펀허는 이 공단에 입주할 중국 기업에도 한국 기업이 투자했으면 하는 눈치다.

    9성 개척 윤관 장군 기백 서려

    개방 도시는 풍기가 문란해지기 십상이다. 이를 의식한 듯 쑤이펀허는 곳곳에 공안(경찰)을 배치해놓았다. 쑤이펀허의 숙박시설이 6000여 명을 수용한다는 것을 의식해 이곳을 방문하는 러시아인 수를 6000명 이하로 한정해놓았다. 파리떼가 모여들지 않게 하면서 갖은 음식을 판매해보겠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을 끌어들여 계속된 번영을 꾀해보겠다는 쑤이펀허의 의지는 강력한 듯했다. 이 때문에 2박이라는 짧은 일정에도 시장과 실질적 리더인 당 서기가 한 번씩 만찬을 베풀었다. 당 서기는 3시간에 걸쳐 쑤이펀허 발전 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인들은 상당한 관심을 표하면서도 투자 안전을 보장받으려고 다양한 질문을 퍼부었다.

    쑤이펀허는 서기 1107년 동북 9성을 개척했던 고려 장군 윤관의 기백이 서린 곳이다(상자 기사 참조). 북방의 선전을 노리는 쑤이펀허에 한국 기업이 진출해 공단 등을 만든다면 한국은 윤관 이후 1000년 만에 다시 쑤이펀허로 진출하게 되는 것이다. 윤관이 간 길을 한국은 다시 걸을 수 있을 것인가.

    中 쑤이펀허市, 한국 기업 ‘러브콜’

    중국 헤이룽장성 쑤이펀허시 종합보세구역에 있는 국제명품전시센터.

    쑤이펀허 유래

    9성 쌓은 소빈수강… 청나라 말부터 거주 시작


    中 쑤이펀허市, 한국 기업 ‘러브콜’

    윤관.

    윤관이 개척했던 동북 9성의 위치에 대해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용은 ‘아방강역고(我邦疆域考)’라는 저서에서 (함경북도) 길주 이남에 있다고 했다. 이를 일제강점기 때 일본 학자들이 증폭시켰기에 우리 국사 교과서들은 9성을 함경도에 있었던 것으로 정리해놓았다.

    개인 저서인 ‘아방강역고’는 그렇게 기술했지만, 정사(正史)는 달랐다. 조선 세종 때 편찬한 고려 정사인 ‘고려사’와 세종이 승하한 다음 나온 세종시대 정사인 ‘세종실록 지리지’는 “두만강 하류에 있는 경원에서 북쪽으로 700리(약 280km) 떨어진 곳 공험진, 동북으로 700리 되는 곳에 선춘령이 있다” “선춘령과 공험진은 동해로 흘러가는 소하강(蘇下江)가에 있는데, 소하강 상류는 수빈강(愁濱江)으로 불렀다”고 밝혀 놓았다(공험진과 선춘령은 최북단에 있던 9성이다).

    윤관이 토벌했던 여진족은 그 후 크게 일어나 금나라를 세우고 북중국을 지배했다. 이러한 금나라 정사인 ‘금사(金史)’에는 “고려가 수만 명으로 공격해와 갈라전(曷懶甸)에 9성을 쌓았다”고 밝히고 있다. ‘금사’는 갈라전이 어디인지는 설명하지 않았으나, 전후 문맥으로 봐서 ‘소빈수(蘇濱水)’라는 강이 있었던 곳이 분명하다. 소빈(蘇濱)은 ‘세종실록 지리지’의 소하(蘇下)-수빈(愁濱)강에서 글자를 맞바꾸면 나오는 이름인지라, 같은 강일 개연성이 높다.

    쑤이펀허는 이 도시 남쪽을 흐르는 쑤이펀허라는 강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지역은 청나라가 그들의 발상지라 하여 봉금(封禁)을 한 곳이다. 이 때문에 거의 무인지경으로 있다 청나라 말 중국인과 조선인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들어간 중국인이 원주민으로부터 이 강 이름을 듣고 쑤이펀허로 적은 것으로 보인다. ‘쑤이펀’은 한자로 수분(綏芬)이니 수빈, 소빈과 같은 이름일 개연성이 높다. 쑤이펀허는 두만강에서 280여km 떨어진 곳에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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