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9

2013.03.18

봄볕 받아 올망졸망 고운 자태

깽깽이풀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3-03-18 0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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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볕 받아 올망졸망 고운 자태
    대지에 봄기운이 가득합니다. 얼었던 땅이 녹아 성글어진 숲에서 가장 먼저 기다려지는 우리 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깽깽이풀입니다.

    깽깽이풀은 본래 희귀식물입니다. 제가 연구직 공무원이 된 다음 가장 먼저 맡은 연구과제가 바로 ‘희귀식물 보전’이었습니다. 첫 과제여서 열정이 솟구치던 시절이었고, 하루가 다르게 사라져가는 우리 꽃을 만나다 보니 더욱더 애틋한 마음이 들곤 했습니다.

    깽깽이풀도 그때 처음 만났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본래 자라는 곳이 아주 제한적이어서 이 꽃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한걸음에 달려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만난 깽깽이풀이 얼마나 곱디곱던지. 자생지에서는 여전히 위태롭게 살지만, 제가 일하는 국립수목원에 많이 증식하고 보전해두어 적어도 사라질 염려는 조금 줄었습니다. 그 덕에 저는 매년 봄을 깽깽이풀로 맞이하지요. 여러분도 꽃구경 오세요.

    깽깽이풀이라니, 이름도 참 특별합니다. 이름이 얼마나 정다운지 불러만 봐도 가까워지고 즐거워지는 것 같지 않으세요? 이 꽃이 사는 곳은 그리 깊지 않아 봄볕이 충분히 드는 숲가입니다. 몇 포기씩 무리지어 핀 연보랏빛 꽃송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절로 감탄이 나오지요. 그런 것이 바로 봄에 누릴 수 있는 행운이고요.

    깽깽이풀은 매자나뭇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가을 겨울 내내 지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어느 봄날 느닷없이 작은 꽃망울들을 내어보내지요. 그렇게 올망졸망 맺힌 꽃송이들은 햇볕이 아주 좋은 어느 날 갑작스레 꽃잎을 펼쳐내며 환하게 웃습니다.



    꽃이 피고 난 다음 마치 ‘쑥’ 하고 소리를 낼 것처럼 성큼 자라 올라오는 잎사귀 모양도 매우 재미납니다. 뿌리에서 하나씩 올라오는 잎사귀는 자줏빛을 띠며, 서로 마주 보고 반으로 올라왔다가 이내 자루를 길게 올리고 잎을 펼쳐내지요. 잎 모양은 둥글고, 특히 잎자루가 잎 밑부분이 아닌 중간에 달려 있어 아기 연잎처럼 느껴집니다. 신기한 것은 이 잎도 연꽃잎처럼 물망울이 떨어지면 흡수되지 않고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봄볕 받아 올망졸망 고운 자태
    그렇게 깽깽이풀을 구경하노라면 또 한 가지 재미난 점을 알게 되는데, 원래 한 포기가 자라던 자리에서 줄을 지어 가며 새순이 돋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왜 이런 모습일까 이유를 찾아보니, 개미가 깽깽이풀 씨앗을 물고 일정한 길을 따라 자기 집으로 가다가 중간에 떨어뜨린 곳에서 싹이 난 것이 줄모양이 된 것입니다.

    개미는 왜 깽깽이풀 씨앗을 좋아할까요? 씨앗 표면에 밀선, 즉 꿀을 분비하는 선이 있어 개미들이 모이는 것입니다. 씨앗에 날개도 없고 솜털도 없어 자기 핏줄을 멀리멀리 퍼뜨릴 방법이 없는 깽깽이풀이 개미 힘을 빌리고자 만들어낸 지혜인 셈이지요.

    깽깽이풀은 요즘에는 관상자원으로 관심을 모으지만, 예전에는 약으로 많이 쓰였습니다. 생약명으로는 모황련(毛黃蓮) 또는 선황련(鮮黃蓮)이라고 하며, 줄기와 뿌리를 약으로 썼다지요. 따사롭고 부드러운 봄 햇살과 함께 깽깽이풀처럼 아름다운 우리 꽃이 여러분 마음에 가득 피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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