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4

2013.02.04

이젠 ‘한국형 발사체’ 개발이다

나로호 발사 ‘절반의 성공’…달 탐사까지 멀고 험한 여정

  • 김민수 과학동아 기자 minsa@donga.com

    입력2013-02-04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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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한국형 발사체’ 개발이다

    1월 30일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위로 힘차게 솟구치고 있다.

    마침내 성공했다. 1, 2차 발사에 실패하고, 기계적 결함으로 3차 발사를 두 번이나 연기하는 등 긴 산고 끝에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우주개발을 위한 하늘 문을 열었다. 1월 30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를 이륙한 나로호는 나로과학위성을 목표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시켰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12일 은하3호를 발사한 북한에 이어 자국에서 위성을 쏘아올린 나라를 뜻하는 ‘스페이스클럽’에 세계 11번째로 가입했다.

    그러나 나로과학위성을 300km 고도에 올려놓는 데 절대적으로 기여한 1단 발사체를 러시아에서 들여왔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 발사체 기술을 이전받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2002년 8월 개발 계획을 세운 지 10년 5개월 만에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는 우리 우주개발 계획에 무엇을 시사하는지 짚어보자.

    1월 30일 오후 4시 발사한 나로호는 9분 동안 위성 덮개(페어링) 분리, 1단 엔진 정지 및 분리, 2단 발사체 점화, 나로과학위성 분리 및 궤도 진입을 순조롭게 이어갔다. 약 2시간 후에는 노르웨이 상공에서 교신에 성공했으며, 이튿날 새벽 3시 27분 최종 성공을 가늠하는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와 교신하는 데도 성공했다.

    2009년 8월 25일 1차 발사 216초 후 한쪽 페어링 분리 실패, 2010년 6월 10일 2차 발사 137.19초 후 통신 실패 아픔을 딛고 일어선 성과다. 정상적으로 궤도에 진입한 나로과학위성은 앞으로 1년간 하루에 14번 지구 주위를 돌면서 우주환경을 관측한다. 태양에서 오는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기상 관측, 인공위성 편대 비행 등 여러 실험을 수행한다.

    과학위성 하루 14번 지구 돌며 관측



    나로과학위성은 타원형 궤도를 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그동안 쏘아올린 위성들과 다르다. 지구와 가깝게는 300km, 멀게는 1500km나 떨어진다. 천리안이나 아리랑 위성은 정지궤도나 태양동기궤도(태양과 궤도면이 일정 각을 이룸) 등 원형 궤도를 그리며 돈다. 그리고 천리안이나 아리랑 위성은 지구 관측과 탐사가 목적인 데 반해, 나로과학위성은 우주 탐사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도 다르다. 나로과학위성이 타원 궤도로 도는 이유도 다양한 공간에서 우주환경을 측정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로과학위성은 독자 기술로 만들어 위성에 실은 레이저 반사경, 우주 방사선 측정센서, 적외선 영상센서, 태양전지판 등 다양한 우주환경 측정 장비를 시험해볼 수 있다. 나로과학위성이 보내오는 데이터는 향후 우주개발 계획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1월 30일 발사는 실패를 거듭한 나로호의 마지막 도전이었다. 당초 1단 발사체를 책임지는 러시아 흐루니체프사와 1단 발사체를 최대 3번 공급받기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나로호 핵심인 1단 발사체가 국산이 아닌 러시아산이다 보니 이번 나로호 발사가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나로호 사업 초기 1단 발사체 기술 이전과 관련해 혼선을 빚으면서 ‘굴욕적 협력’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나로호 사업을 시작할 당시 우리 측은 러시아의 1단 액체엔진 발사체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계약이 진행되면서 러시아 의회가 기술 이전 불가 방침을 내세웠고, 결국 1단 엔진을 공급만 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측은 이와 관련해 최종 계약 당시부터 공식적으로 기술 이전은 불가능했으며, 1단 엔진 구매 계약과 함께 발사 운용 및 발사장 인프라 구축을 포함한 종합 기술협력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 기밀급인 우주 발사체 및 우주 개발 기술을 쉽게 이전해주는 국가는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 여러 우주 선진국과 기술 이전 및 협력을 추진했지만 부정적 반응이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발사체의 기술적 검증과 비행 성능을 확인하는 최종 단계가 발사 운용이고, 이 기술과 경험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면서 “발사체 이송 및 조립, 지상지원설비 운용 기술과 관제 기술, 발사 결과 분석 기술 등 핵심 기술을 다수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기대했던 기술 이전을 받지는 못했지만 발사 성공으로 축적한 노하우까지 무시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이젠 ‘한국형 발사체’ 개발이다

    1월 31일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왼쪽)에 실려 발사된 나로과학위성과 교신에 성공한 후 KAIST 인공위성센터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KSLV-Ⅱ’ 2021년까지 목표

    우리나라 땅에서 쏘아올린 첫 위성이라는 ‘환호’와 ‘절반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봐야 할 과제는 이른바 ‘한국형 발사체’를 계획대로 2021년까지 개발하는 것이다. 한국형 발사체 공식 이름은 ‘KSLV-Ⅱ’이며 ‘KSLV-Ⅰ’이 바로 나로호다. 한국형 발사체 사업은 1.5t급 실용위성을 태양동기궤도에 쏘아올리는 독자 우주발사체 개발을 목표로 한다. 항우연 측은 나로호를 통해 발사체 설계, 제작, 시험 및 발사 운용 경험을 쌓고, 2018년까지 75t급 액체엔진을 개발한 후 시험발사를 통해 성능을 검증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1년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완료한 뒤 2025년까지 달 탐사선을 보낸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나로호가 무게 100kg 위성을 고도 300km의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은 것에 비하면 700km 전후인 태양동기궤도에 1.5t급 실용위성을 올려놓아야 하는 한국형 발사체는 탑재 위성 무게와 도달해야 하는 고도 면에서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채연석 항우연 연구위원은 “높이 또는 멀리 로켓을 쏘려면 액체엔진의 추력을 높이거나 연소시간을 늘려야 한다”며 “이는 좀 더 많은 연료와 산화제를 태울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연소실이 커질 때 발생하는 불완전 연소 문제를 해결하고 어마어마한 압력을 버티도록 연소실을 설계하는 기술 등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개발한 액체엔진이 추력 30t급인 점을 감안한다면, 170t급인 나로호 1단 엔진 개발조차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형 발사체는 추력 75t급 액체엔진을 4개 연결해 1단 엔진을 구성할 예정이다.

    비록 화성 등 태양계 행성을 탐사할 수준은 아니지만 나로호는 한국형 독자 발사체 개발과 달 탐사라는 우주개발 계획의 밑바탕임에는 틀림없다. 전문가들은 우주개발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지속적으로 형성하고 흔들림 없는 지원과 추진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주개발 강국으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독자 발사체 개발은 이제부터가 진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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