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2

2013.01.21

사람 떠나도 ‘평판조회’는 남는다

퇴사 매너 2

  • 송영서 커리어케어 이사

    입력2013-01-21 0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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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1호’에서 시작한 퇴사 매너 이야기를 계속하고자 한다. 당신이 상사에게 이직 의사를 밝히면 상사는 일단 붙잡을 것이다.

    상사가 당신을 붙잡는 이유는 첫째, 당신을 정말로 신뢰하고 있으며 당신이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이기 때문이다. 둘째, 당신이 얄미워 다른 곳으로 못 가도록 잡아두기 위해서다. 상사가 당신을 붙잡는 이유가 무엇이든 이직을 결심했다면 밀고 나가야 한다. 상사는 당신을 붙잡으려고 더 높은 연봉이나 승진 등 다양한 조건을 제안할 수 있다. 상사의 이러한 제안은 당신의 필요나 욕구를 당장은 채워줄지 모른다. 하지만 조직은 당신에 대해 ‘늘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 ‘몸값 올리기에 급급한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런 인식 탓에 당신에게 핵심 업무를 맡기지 않을 것이다. 마음속으로 나갈까 말까 고민하면 상대방도 그것을 눈치 챌 수밖에 없다. 그러니 상사가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당신을 붙잡을 경우 단호하지만 예의바르게 거절해야 한다.

    당신의 퇴사 의지가 받아들여지면 이제 업무 인수인계를 할 차례다. 대기업 마케팅 담당 과장이던 A씨는 어느 날부터 지각, 근무태만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A씨의 불량한 태도와 관련해 조직 내에서 이런저런 불만이 쌓일 즈음 A씨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A씨는 이미 한 달여 전 경쟁사로의 이직이 결정됐음에도 상사나 회사에 전혀 알리지 않고 업무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회사를 떠났다. 10년 후 A씨는 유망 중소기업 임원급 후보자로 거론됐다. 그러나 A씨에 대한 평판조회 과정에서 과거 불성실한 인수인계 사실이 드러났고, A씨는 최종 문턱에서 탈락했다.

    평판조회는 보통 업무능력과 대인관계 중심으로 진행된다. 어떤 후보자는 별명이 ‘마귀할멈’이었지만 쟁쟁한 후보자를 제치고 합격했다. 독할 정도로 일에 몰입하는 자세가 긍정적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반면 ‘사람만 좋고, 업무는 잘 못한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은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은 주로 근무태만에서 비롯한다.

    사람은 대부분 마지막 모습과 부정적 모습을 더 잘 기억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퇴사를 앞두고 근무태도가 불량하거나,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이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부정적 평판을 만드는 행위다. 몰래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자신도 모르게 업무에 느슨해졌을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업무를 되돌아보고, 인수인계를 확실히 하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당신의 성실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면서 퇴사해야 한다. 인수인계가 빨리 끝났다고 동료들이 일하고 있을 때 놀면 곤란하다. 혼자 놀기보다 다른 사람 일을 도와준다면 훨씬 좋은 마무리가 될 수 있다.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무엇을 배웠는지 정리해보고, 고마웠던 분들에게 인사는 물론 작은 선물까지 준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또한 평소 불편한 관계가 있었다면 풀고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젠가 다시 만나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꼭 알아둬야 할 퇴사 매너를 다시 정리해보자. 새로운 회사와 채용확정서를 작성하기 전까지는 아무에게도 퇴직 의사를 밝혀서는 안 된다. 이직이 확정됐다면 퇴직 한 달 전 회사에 퇴직 의사를 밝히는데, 이때 직속 상사에게 가장 먼저 알려야 한다. 퇴직 의사를 알게 된 상사가 더 좋은 제안을 하더라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퇴직 의사가 관철됐다면 인수인계를 확실히 하고, 마지막까지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 점들을 기억한다면 이직을 한층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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