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1

2013.01.14

뱃살 쏙 빼고 ‘王자 복근’ 특급 비법을 알려주마!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입력2013-01-14 09: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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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뱃살 쏙 빼고 ‘王자 복근’ 특급 비법을 알려주마!
    유산소운동이란 용어를 처음 만든 미국인 의사 쿠퍼가 1960년대 말 유산소운동 이론을 보급하려고 한창 대중강연에 열중하던 때 일이다. 그가 강연하는 내내 손톱을 다듬느라 여념이 없던 한 젊은 여성이 강연이 끝나자마자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선생님, 솔직히 저는 심장이나 폐 건강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 없어요. 그저 제 아랫배 군살을 없앨 간단하고 손쉬운 방법이 있으면 좀 가르쳐주세요.”

    이 에피소드는 당시 유산소운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미국 대중의 무지를 그대로 드러내지만, 사실 오늘날에도 뱃살만 손쉽게 빼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람은 그때만큼이나, 아니 그때보다 더 간절하리라 생각한다.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수록 뱃살 빼기에 대한 남녀노소의 관심도 그만큼 커질 게 빤하다.

    정말 빼기 힘든 ‘이 죽일 놈의 뱃살’

    40∼5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중년 이상 남자들은 아랫배가 좀 불룩 나온 넉넉한(?) 모습의 체격을 이상적으로 여겼다. 나는 지방 중소도시에서 나고 자랐는데, 지금도 초등학생 시절이던 1960년대 집 근처 골목길에서 뒷짐을 진 채 아랫배를 잔뜩 앞으로 내밀고 기세등등, 보란 듯이 돌아다니던 동네 어르신들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1970∼80년대 들어서는 이따금씩 ‘미국에서는 군장성이 아랫배가 나오면 승진에 감점 요인이 된다’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그럴듯하다는 생각보다 ‘미국은 정말 재미있는 나라구나’ 하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뱃살이 나왔느냐 나오지 않았느냐를 건강 지표로 삼는 정도를 넘어서, 한 개인의 자기관리 의지 및 능력 척도로 간주하는 세상이 됐다. 그만큼 뱃살을 효율적으로 빼는 방법에 대한 관심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뱃살을 빼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위에 온갖 먹을거리가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각종 기기 발달로 일상생활에서 육체노동의 필요성이 점점 줄어드는 지금 원시 야생생활에서나 최고 가치를 발휘할 날렵한 몸매를 가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어떤 일에서든 쉽고 간단한 방법만 추구하는 현대인의 심리도 문제다. 뱃살을 효과적으로 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상당한 고통과 노력, 인내를 수반하는 것이라면 선뜻 실천에 옮기려 하지 않을 테고, 실천에 옮기더라도 곧 포기할 게 뻔하니 말이다.

    뱃살 빼기에 대한 열정과 좀 더 손쉬운 방법에 대한 갈망이 어우러진 황금시장을 현대 상업 시장이 결코 놓칠 리 없다. 이를 반영하듯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뱃살 빼기’나 ‘옆구리 살 없애기’ 같은 검색어를 입력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주목을 끌려고 ‘단기간에 뱃살 빼기’ ‘쉽게 뱃살 빼기’ ‘부작용 없는 뱃살 빼기’ ‘누구나 할 수 있는 뱃살 빼기’는 기본이고, ‘부위별 관리’ ‘뱃살 다이어트’ ‘낙타자세’ ‘고양이자세’ 같은 온갖 흥미로운 용어도 양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많은 사람이 염원하는 대로 뱃살 빼기 ‘비법’이라는 게 있을까. 실망스럽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옛 무협소설 속 주인공처럼 동굴에서 발견한 비장의 책을 사나흘 동안 습득한 후 일약 강호 최고의 고수 반열에 오르는 것과 같은 비법은 결코 없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이 하루가 멀다 하고 효율적인 다이어트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쏟아내는 세계 최고의 피트니스운동 및 다이어트 시장이면서 역설적이게도 세계에서 비만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점에서도 잘 증명된다. 그야말로 비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다이어트 시장을 부추기고, 이런 다이어트 산업의 범람이 오히려 비만인을 양산하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효과 거두는 세 가지 사실

    그렇다면 뱃살을 제대로 뺄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비법 수준의 방법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어느 정도의 불편만 감내한다면 뱃살을 줄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려면 다음 세 가지 사실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째, 뱃살이나 옆구리 살을 빼려면 복근운동이나 옆구리운동처럼 특정 부위를 집중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는 어쩌면 뱃살을 빼고 싶을 때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중요 개념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이른바 ‘특정 부위만 빼기(spot reduction)’는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1971년 테니스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유명하다. 테니스 선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팔이 근육비대로 굵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 그런데 뜻밖에도 두 팔의 지방량은 별 차이가 없었다. 이 밖에도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각각 배, 어깨뼈 아래, 엉덩이 지방을 측정한 뒤 27일 동안 집중적으로 복근운동만 시키고 다시 동일 부위 지방량을 측정한 결과, 운동을 한 배나 운동을 하지 않은 다른 부위나 지방량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결과를 얻은 연구도 있다. 이후 약간의 차이가 생길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선행연구의 전반적인 결론을 뒤엎을 정도는 아니었다.

    둘째, 그렇다고 유산소운동이 훌륭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사실 실제 생각과 달리 달리기 같은 유산소운동으로 소모할 수 있는 칼로리 양은 그렇게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평균 체중에 가까운 68kg 정도인 사람이 일반인들로서는 전력 속도에 가까운 시간당 10km 속도로 매일 30분씩 뛰어봤자 하루 350kcal 정도를 소비할 뿐이다. 반면 라면 1봉지를 맛있게 먹어치우는 순간 500kcal가 보충된다. 이 간단한 예만 봐도 유산소운동만으로 뱃살을 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셋째,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면 결국 식이요법에 의지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도 정답은 아니다. 물론 강한 의지를 갖고 다이어트에 정진한다면 체중을 줄이면서 뱃살이나 옆구리 살도 함께 빠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뱃살은 줄지 몰라도 건강한 복근은 얻지 못한다. 많은 남성이 뱃살을 빼고 싶다고 말할 때는 은연중에 이른바 짐승남의 복근을 상상하지, 수척한 몸매에 휘청거리는 허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결론부터 말해, 진정한 의미에서 뱃살을 건강하게 빼고 멋있는 복근을 얻으려면 어떤 한 가지 운동 방법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부위 운동과 유산소운동, 식이요법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차츰 해나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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