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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 김지영의 스타데이트

“불행한 삶 대물림 미혼모 지원 정말 급해요”

‘테크노 여전사’에서 ‘미혼모’ 변신 이정현

  • 김지영 월간 ‘신동아’ 기자 kjy@donga.com

“불행한 삶 대물림 미혼모 지원 정말 급해요”

“불행한 삶 대물림 미혼모 지원 정말 급해요”
중국에서 장쯔이 못지않은 사랑을 받는 한류스타가 있다. 지난해 한국 가수로는 처음 중국 ‘화딩’상 시상식에서 아시아 인기대상을 수상한 이정현(33)이 그 주인공이다. 1996년 영화 ‘꽃잎’으로 데뷔한 그는 2000년 ‘와’라는 테크노댄스곡으로 중국에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대륙에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중국 활동이 잦아지면서 국내 활동은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스크린에서 그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11월 22일 개봉한 영화 ‘범죄소년’에 출연해 많은 관심을 모은 것도 그 때문일 터. 2010년 박찬욱 감독이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로 촬영한 단편영화 ‘파란만장’에 출연하기는 했지만 장편영화는 ‘하피’ 이후 12년 만이다.

돌아보니 그는 상복이 많은 편이다. 강이관 감독의 ‘범죄소년’은 일본 도쿄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파란만장’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받았다. 데뷔작인 장선우 감독의 ‘꽃잎’으로도 그는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영화제 등에서 신인여우상을 휩쓸었다. 10대에 신들린 연기로 주목받고, 20대엔 테크노 여전사로 변신했다가 30대가 되어 다시 배우로 돌아온 그가 어느 때보다 곱게 단장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얼굴은 여전히 앳됐지만 표정과 몸짓은 전보다 한결 편하고 여유로웠다.

▼ 왜 영화 출연이 뜸했던 건가.

“항상 같은 캐릭터가 들어왔다. 공포 혹은 광적인 느낌의 캐릭터. 해외에서는 ‘꽃잎’이라는 영화를 모르니까 연약하고 예쁜 역을 제의하는데, 한국에선 ‘꽃잎’의 신들린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박힌 탓인지 들어오는 캐릭터가 늘 겹쳤다. 그게 내키지 않았다.”



힘겹게 사는 모습 많이 눈물 나

▼ ‘범죄소년’에서 미혼모 역을 맡았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나.

“싱글이니까 처음엔 내키지 않았다. 더구나 노개런티라 소속사 반대가 심했다. 화장도 하면 안 되고 오히려 다크서클을 그려 넣어야 한다고 하니 주위에서 다 뜯어 말렸다. 그래서 여러 번 거절했는데 감독님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만나자고 하더니 다큐멘터리 몇 편을 추천해줬다. ‘난 정말 미혼모 영화를 만들고 싶다. 네가 이걸 보고 느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 다큐멘터리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나.

“사회에서 버림받은 어린 미혼모들이 교육도 못 받고 기술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와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다 결국 아이를 입양 보내는 상황까지 가더라. 사회적으로 보호받는 기간도 몇 개월 안 되고, 다시 사회로 나오면 기술이 없고 배운 것도 없어 취직이 안 되고, 그러면 단기 아르바이트나 일용직을 전전하다 밖으로 내몰리고…. 그렇게 아이를 지키려고 열심히 힘겹게 살아가는 미혼모들을 보고 많이 울었다.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 미혼모를 연기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불행한 삶 대물림 미혼모 지원 정말 급해요”

영화 ‘범죄소년’의 한 장면.

“무엇보다 성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성교육 부재로 (계획에 없던) 아이가 생기고, 부모와도 대화가 단절돼 해결 방법을 못 찾아 미혼모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 미혼모 자녀가 방치돼 볼펜 한 자루라도 훔치면 바로 절도범으로 전락한다.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단순 범죄의 경우 대개 합의로 마무리되지만 이 아이들은 그럴 기회조차 없다. 죗값을 치르고 다시 사회에 나와도 아무도 그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가난이 대물림되듯 상당수 미혼모와 그 자녀가 불행한 삶을 거듭한다. 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제도권 안에서 보호하고 도와줘야 한다. 지금보다 더 체계적인 성교육과 더 많은 사회적,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됐으면 좋겠다.”

▼ 지난해 중국 화딩상 시상식에서 아시아 인기대상을 받았는데 어떤 상인가.

“중국에서 꽤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재작년엔 장이머우 감독님과 배우 장쯔이가 수상의 기쁨을 맛봤고, 지난해엔 청룽(성룡)이 공로상을 받았다. 한류가 2∼3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10년 넘게 꾸준히 이어지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 중국인을 사로잡은 비결이 뭔가.

“중국인은 강한 여자를 좋아한다. 중국 여가수들은 그렇지 않은데 나는 무대에서 발차기 안무까지 하니 그런 강한 이미지 덕을 보지 않았겠나. 고맙게도 중국 가수들이 내 노래를 여러 곡 리메이크해서 노래로도 많이 알려졌다.”

▼ 중국에서 한국 가요가 여전히 인기 있나.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 4년 전이 절정이었고, 지금은 많이 가라앉은 것 같다. 특정 연예인을 좋아하는 경우는 있어도 바람을 타는 것 같지는 않다.”

조만간 미니앨범도 선보여

▼ 애인이 있나.

“2년 전에는 있었는데, 연애를 오래 안 했더니 혼자인 게 편하다. 그렇다고 독신주의는 아니고, 좋은 사람 만날 기회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혼자인 걸 무척 편하게 즐겨서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한다.”

▼ 어떤 타입에 푹 빠질 것 같나.

“외모는 잘 안 본다. 책임감 있고, 자기 분야에서 프로이고, 배울 게 있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이면 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

▼ 연하는 어떤가.

“책임감 있고 좋은 사람이라면 상관없다. 그런데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 동안(童顔) 유지 비법은.

“클렌징을 열심히 한다. 클렌징오일을 사용해 항상 촉촉한 상태로 지우고, 이틀에 한 번은 팩을 한다. 얼굴에 수분이 마르지 않게 항상 관리하고 수분크림도 듬뿍 바른다. 화장품 브랜드는 안 가린다.”

▼ 어느덧 30대인데 미래에 대한 설계를 해뒀나.

“지금까지 계획대로 된 건 없다. 20세부터 연기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안 됐고, 32세에 결혼할 줄 알았는데 결혼도 못 하고 남자도 없고…. 다음 영화와 음반을 열심히 준비하는 게 지금은 가장 중요한 계획이다.”

이정현은 조만간 5곡을 담은 미니앨범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등 연기파 배우가 대거 출연하는 영화 ‘명량 : 회오리바다’에도 캐스팅됐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이정현은 극중 홍일점인 조선 여인으로 등장한다. 이정현은 “굉장히 임팩트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음반이든 영화든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을 거다. 그 대신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부끄럽지 않게 그때그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데 의미를 두려고 한다.”



주간동아 2013.01.07 870호 (p64~65)

김지영 월간 ‘신동아’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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