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9

2012.12.31

자연 이치를 거스르지 말지어다

‘장자’의 양생법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입력2012-12-31 0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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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이치를 거스르지 말지어다

    ‘장자’(연암서가 발행)에 수록된 장주 초상화.

    중국 전국시대에는 제자백가사상이 난무하면서 천적처럼 서로 대척점에 서 있던 사상가들이 있었다. 공자로 대표되는 유가(儒家)의 수호자로 나선 맹자는 묵적의 겸애설과 양주의 위아(爲我)설을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불온한 사상이라고 몰아붙였다. 반면 장자(莊子·이름을 장주라고도 함)라는 인물은 맹자처럼 공리주의적, 현실참여적 사상을 가진 유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장자’ 인간세 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산에 있는 나무는 잘 자라서 베어지고, 기름불은 저 스스로 타는 것이다. 육계나무는 먹을 수 있어 베어지는 것이고, 옻나무는 칠에 쓰이므로 껍질이 벗겨진다. 사람들은 모두 유용(有用)의 쓰임만 알고 무용(無用)의 쓰임은 모르는구나.”

    장자는 유학 사상가를 자기 생명이 갉아먹히는 줄도 모르고 유용의 쓰임새에만 몰두하는 사람들로 봤다. 그래서 유능하고 능력 있다는 명성을 듣는 사람은 결국 육계나무와 옻나무 같은 운명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자는 또 별 쓸모가 없다고 여겨져 도끼날을 피해 살아난 상수리나무의 예를 들면서 ‘무용(無用)의 큰 쓰임새’에 대해 얘기하고, 자신은 유용과 무용의 중간에 서겠다고 밝혔다. ‘장자’ 양생주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선을 행함에 있어 명예를 가까이하지 말며, 악을 행함에 있어 형벌을 가까이하지 말 것이다. 중(中)을 따르는 것을 떳떳함으로 삼으면 몸을 보존할 수 있고, 생을 온전히 할 수 있으며, 어버이를 부양할 수 있고, 천수를 다 누릴 수 있다.”

    장자가 말한 중간은 산술평균적 중(中)이 아닌, ‘중허(中虛)’를 말하는 것으로, 사람이나 사물 이치가 깃든 근원처를 가리킨다. 따라서 중을 따른다는 것은 만물을 포용하는 자연 이치를 좇는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자연 이치에 따라 살아가면 건강은 자연히 지켜지고, 온전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 이치를 계절에 비유하자면 봄에는 생육(春生)의 법도, 가을에는 죽임(秋殺)의 법도가 작동한다. 그러나 자연의 마음은 공평무사한 중으로써 계절의 균형을 맞추기 때문에 어그러짐이 없다. 인생살이 역시 선과 악 행위가 없을 수 없으나, 중허를 상도(常道)로 삼아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대처하면 생명을 온전히 지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중허를 따른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고,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 싶은 ‘욕망’이란 놈이 불끈불끈 일어나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자는 욕망을 제어하고 마음과 몸을 다스리는 수련 비방인 ‘심재(心齋)’와 ‘좌망(坐忘)’을 제시한다. 마음을 비우고 닦는 심재와 무아 경지를 체험하는 좌망을 통해 허정(虛靜)한 상태에 이르면, 욕망과 욕심을 뿌리치고 대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정신세계를 체득한 사람을 바로 진인(眞人)이라고도 한다.

    장자는 한편으로 심재와 대비되는 것으로 ‘사려(思慮)’라는 것을 꼽았다. 현대에는 깊고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뜻에서 긍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이 단어가 마음을 비우고 투명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 수양법인 심재에는 최대 적이다. 사실 지나치게 정신력을 소모해 몸을 쇠잔하게 하는 사려는 건강의 적이다. 사려 뒤를 캐보면 대부분 성공하지 못할까 두려워 근심 걱정을 유도하는 ‘욕망’이라는 놈이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도 지나친 사려는 사람 피골을 메마르게 하고 생명력을 갉아먹으므로 사려를 적게 해 심기(心氣)를 잘 기를 것을 권장한다.

    결국 장자의 양생법은 마음을 잘 닦아 중허, 곧 물아일체(物我一體) 경지에서 자연 흐름에 적절히 맞춰 생활하라는 것이다. 즉, 여름에는 여름 마음씨를 가지고 시원하게 잘 지내고, 겨울에는 겨울 마음보를 가지고 따뜻하게 잘 보내라는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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