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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유신회, 그럴 줄 알았어

극우파 영입 구태정치로 출범 3개월 만에 24 → 3.4% 지지율 급락

  • 이윤진 객원기자 nestra@naver.com

일본유신회, 그럴 줄 알았어

일본유신회, 그럴 줄 알았어

하시모토 시장의 유신회 선거 활동을 비난하는 오사카 시민단체.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이끄는 ‘일본유신회’(유신회) 지지율이 출범 3개월 만에 급감세를 보이고 있다. NHK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신회 지지율은 3.4%(11월 26일 현재). 시사통신사가 발표한 출범 당시 24%에 비하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지지기반이 약해진 셈이다. 일본 언론은 이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정치혁신 표방 헛구호로

유신회에서 영입한 현직 의원과 정치인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들, 혹은 기존 정치판에서 ‘한물간’ 취급을 받는 이들뿐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다.

이시하라는 도쿄도지사 시절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서슴지 않아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 아시아 국가로부터 반감을 산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파 정치가다. “될 수만 있다면 히틀러가 되고 싶다” “일본의 난징대학살은 중국인이 지어낸 거짓말이다” “일본은 중국을 분열시키려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 따위가 허튼짓을 하면 한 방에 괴멸시키겠다”는 등 망언을 연발해 ‘망언제조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한 일본의 핵 보유, 군사정치 실시 같은 군국주의적 주장을 펼치는 한편, 여성과 장애인, 노인을 비하하는 발언, 옴진리교와의 관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일본 국민 사이에서도 반감이 높은 ‘구태정치인’의 대명사로 통한다.

정치혁신을 주장하는 하시모토가 구태정치인인 이시하라의 태양당과 손잡은 것을 두고 지지자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치개혁 아이콘이던 하시모토의 이미지가 손상된 것은 물론, 당대표직마저 이시하라의 손에 넘어갔다.



참의원(1선), 중의원(8선), 환경청장관, 운송대신, 도쿄도지사(4선) 등의 경력을 가진 노련한 정치인 이시하라가 하시모토로부터 당대표직을 넘겨받은 이후 유신회 정책에 이시하라 색깔이 강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본유신회, 그럴 줄 알았어

유신회 대표대행을 맡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

여기에 정당 요건을 갖추려고 민주당에서 중의원 3명, 자민당에서 2명을 영입한 것도 인기 하락 요인이 됐다. 유신회 전신인 오사카 유신회가 중앙 정치무대로 진출하려면 공직선거법, 정치자금규정법, 정당조성법 등이 명시한 중·참 양원의원 5명 이상 보유, 혹은 가장 최근의 국정선거에서 2% 이상 득표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했다. 결국 국정선거 경험이 없는 유신회로선 전자, 즉 의원 5명 이상을 끌어오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

여기서부터 유신회는 딜레마에 빠졌다. 민주당 출신 2명은 정권교체 시기에 편승해 소선거구에서 당선됐고, 나머지 1명은 낙선했지만 비례대표로 부활한 인물이다. 일본 인터넷신문 ‘JB프레스’는 “민주당으로 봤을 땐 다음 선거에서 재선이 절망적인 이들”로, “이들 3명과 오사카 출신 자민당 의원 2명을 영입한 것은 하시모토 인기에 영합하려는 생각이 뻔히 보이는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들 5명을 영입한 것이 유신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지지율 급락의 결정적 이유는 독도 문제에 대한 하시모토의 발언에 있다. 유신회 창당 직후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한국의) 경비대가 상주한 사실을 지금에 와서 무력으로 뒤집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공동관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며 독도에 대한 ‘공동관리’를 주장하면서 창당 당시 열기가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논란이 커지자 하시모토는 “내가 말한 의미는 영유권 방치가 아니라 이용에 대한 공유다. 어업권, 해저자원 이용 등 주변 해역을 포함한 이용 룰을 만들자는 의미에서 공동관리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지지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창당 3개월 만에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인다는 점도 당 정체성과 하시모토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요인이다. 유신회 소속 의원으로 구성한 유신회 국회의원단의 간사장인 마츠나미 켄시로 중의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국정과 관계된 결정은 국회의원단이 해야 한다는 점을 하시모토가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시모토는 “큰 방침이나 전략에 대해서는 지금의 국회의원단보다 내가 더 뛰어나다. 내가 확실한 방침을 내놓을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줏대 없는 당론, 대립하는 양 대표

마츠나미 의원은 이전에도 블로그에서 “하시모토 독재 정당이 아닌 이상 국회의원단과 대표 의견이 대치되는 경우, 그에 대한 대처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놔 하시모토에게 반감을 산 바 있다. 이 같은 내분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당 본부가 위치한 오사카에서 국정을 지휘하려는 하시모토와 국회의원단의 주도권 싸움이 표면화됐다”고 지적했다.

대표직을 맡은 이시하라 전 도쿄도지사와 이시하라에게 대표직을 넘겨준 후 대표대행으로 물러난 하시모토의 불화도 유신회에 대한 불신감을 증폭시킨다. 노다 요시히코 민주당 대표는 두 사람 관계에 대해 “머리가 둘인 독수리라고 하지만, 두 다리를 가진 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탈(脫)원전을 말하는 하시모토와 원전 유지를 주장하는 이시하라가 뭉쳐 각자의 색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독도나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 등 영토 문제, 핵 보유 문제, 오키나와의 미군 주둔 문제 등 굵직한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대치되는 의견을 가진 두 사람의 결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미지수다.

일본유신회, 그럴 줄 알았어

극우파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 유신회 대표.

아이러니한 것은 유신회에 대한 낮은 지지율과 별도로 이시하라 대표와 하시모토에 대한 지지율은 높다는 점이다. 후지TV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리더에 적합한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이시하라 대표가 지지율 15.6%를 얻어 14.8%의 지지율을 보인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하시모토는 11%로 4위에 올랐다. 당과 당 지도부에 대한 지지율이 이토록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직까지 유신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뢰가 정당이 아닌 지도부 개개인에 국한됐으며 그만큼 유신회가 제대로 된 정당이 아닌, 당 지도부들의 정치 행보를 위한 조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좌일 것이다.

현재 중의원선거에서 단독 과반을 달성하기 어려운 자민당이 유신회 측에 연립정부 수립을 제안한 상태다. 아직까지 유신회에선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지 않지만, 만약 두 정당이 손잡을 경우 일본에는 최악의 형태로 극우파 정부가 들어서는 셈이다. ‘기존 정치행태를 타파한다’는 유신회의 모토는 이시하라를 영입하는 순간부터 무너졌지만, 만일 자민당과의 연정을 수립한다면 변명의 여지조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12월 16일 총선 이후에도 유신회가 현재 같은 모습일지는 미지수다. 내부 분열이 가속화하면서 해체될지, 자민당과의 연정으로 정책에 변화가 생길지,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지에 대해 당 지도부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단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정치혁신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출범했지만, 지금은 주변국으로 하여금 일본 정치를 걱정하게 만드는 원흉이 됐다는 점이다.



주간동아 2012.12.17 867호 (p52~53)

이윤진 객원기자 nest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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