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7

2012.12.17

전셋값 뛰면 진짜 집값 오르나

SERI 보고서, 내년 상승 가능성…전세/매매가격 비율 60% 돌파가 관건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입력2012-12-17 09: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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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셋값 뛰면 진짜 집값 오르나
    2013년 부동산시장의 기상은 맑을까, 흐릴까, 아니면 맑은 듯 흐린 듯할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대통령선거(대선) 후보들이 집권 후 부동산정책을 내놓았으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낮다며 혹평을 가한다. 향후 세계경제와 부동산 경기 상황에 대한 냉정한 현실 인식 없이 장밋빛 공약과 땜질용 처방만 내놓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여야 대선후보들이 표를 의식해 민감한 부동산 문제를 일부러 피해간다고 지적한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그 누구도 속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동성이 큰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부동산값이 튀어 오를지, 아래로 더 떨어질지 쉽게 예단할 수 없다는 것.

    실제 수도권 집값은 금융위기 이후 잠시 반등하는 듯싶더니 또다시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방 집값도 지난해까지의 상승세를 접고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조정 기미가 완연하다.

    반면 아파트 전셋값은 2009년 초부터 시작된 상승세가 최근까지 지속되는 등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전셋값 상승 영향으로 덩달아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자 일부 전문가는 ‘전세 수요의 매매 수요 전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를테면 전셋값이 치솟아 집값에 육박하니까 차라리 집을 사버리겠다는 심리적 욕구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동산값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바닥론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부동산값은 아직도 거품이 끼어 있어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맞불을 놓는다. 주택 공급률이나 한국의 인구 추이를 볼 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 근거다. 과연 누구 말이 옳을까.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상관관계

    이와 관련해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전세/ 매매가격의 비율 추이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셋값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전세/ 매매가격 비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아지면서 과연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 가능한지를 분석한 자료다. 일반적으로 전세/ 매매가격 비율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간 차이로 나타나는 비율이기 때문에 수치 높낮이를 통해 주택시장 상황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받아들여진다(국민은행이 작성한 ‘전국 아파트 전세/ 매매가격 비율 추이’ 참조).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0월 현재 전세/ 매매가격 비율은 전국 평균이 62.6%, 서울은 54.0%, 지방 6대 광역시는 67.4%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전국 및 서울 비율은 정확히 10년 전인 2003년 8월(전국 62.6%), 5월(서울 54.0%) 수치와 거의 같다. 2003년은 2002년부터 시작된 재건축가격 급등의 영향을 받아 주택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던 시기였다. 수치로만 단순 비교하자면, 올해 전세/ 매매가격 비율을 볼 때 부동산이 상승 탄력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보고서를 작성한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2003년과 2012년 결과치는 똑같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이렇게 분석했다.

    “2003년은 매매가격 폭등으로 전세/ 매매가격 비율이 높은 수치에서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에 있었고, 2012년은 전세가격 상승으로 전세/ 매매가격 비율이 낮은 수치에서 상승하는 추세다. 또 2003년은 부동산 폭등으로 비상이 걸린 정부가 10·29대책 등 각종 투기억제 대책을 내놓는 등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려 했다면, 현재는 오히려 주택경기 부양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어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단순히 전세/ 매매가격 비율이 높아진다고 해서 부동산값이 상승하리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즉 전세/ 매매가격 비율의 높낮이 수치와 함께 시장 상황도 살펴야 부동산시장에 대한 객관적 전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박 전문위원은 “시장 상황이라는 변수를 빼고 오로지 수치로만 따질 때 유의 깊게 살펴볼 대목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서울의 경우 매매가격 상승률이 전세가격 상승률보다 높을 때만 매매 수요로의 전환 가능성이 나타났다. 또 실제로 매매 수요를 창출하려면 서울의 전세/ 매매가격 비율이 60% 이상을 기록할 때만 가능하다는 전제조건도 나왔다. 따라서 전세/ 매매가격 비율이 60% 미만인 경우에는 비록 서울의 매매가격 상승률이 전세가격 상승률보다 높게 나오더라도 매매 수요로의 전환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박 전문위원의 분석대로라면, 서울의 11월 현재 전세/ 매매가격 비율은 54.5%다. 결국 이 상황이라면 60% 돌파가 예상되는 내년을 기점으로 매매 수요가 일어나리라고 기대해볼 수 있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10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1.3으로 9월에 비해 2.3포인트 증가했고, 7월 이후부터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는 점도 내년 부동산시장을 밝게 보는 근거다. 다만 박 전문위원은 “전국 단위 부동산시장 분석은 통계의 불연속성 등의 이유로 유추하기가 힘들다는 한계를 지닌다”고 말했다.

    전셋값 뛰면 진짜 집값 오르나
    집값 턴 어라운드 하나

    삼성경제연구소 자료와 함께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공개한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자료 현황’에서도 부동산시장의 미래를 암시하는 징후가 보인다.

    10월과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각각 4020건, 4750건으로 월평균 2000여 건에 불과하던 7~9월 거래량의 2배를 넘겼다. 12월 들어서도 12일 현재 2000건에 육박해 월말까지 4000건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거래신고가 통상적으로 계약 체결 30~50일 후에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 거래가 8월 말이나 9월부터 상당 폭 증가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 한상분 씨는 “9월부터 다시 도입한 취·등록세 감면 조치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가 매물 출현으로 가격 메리트가 생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경우, 아파트 거래량이 3월 70건에서 7월 52건으로 줄었다가 9월 98건으로 대폭 늘었다. 잠실동은 재건축 투자 수요와는 다소 거리가 먼 지역으로 분류되는데, 거래건수가 늘어났던 9월 아파트 거래가격이 3월에 비해 30평형 기준으로 10% 내외 하락한 게 특징이다. 수도권 외곽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적었던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의 매도가격이 하락하자 대기 수요자가 대거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씨는 “지금의 부동산 경기 침체는 수요와 공급보다 금융위기에 따른 고환율정책, 저금리 기조 등 거시경제정책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진단한다. 박재룡 연구전문위원 역시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주택보급률 등 수급 문제보다 정부의 경기대책과 부동산 관련 세금, 금융대출 같은 제도적 문제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이래저래 부동산시장은 차기 정부 출범과 더불어 부동산 정책에 따라 방향타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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