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6

2012.12.10

여자끼리 섹스, 불편한 진실?

동성애자

  • 입력2012-12-10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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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끼리 섹스, 불편한 진실?

    ‘가브리엘레 데스트리스와 그 자매’, 작가 미상, 1599년경, 패널에 유채, 96×125,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하는 유명 인사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무서울 정도로 나쁘다. 커밍아웃하는 순간 친구와 동료는 물론 가족에게까지 외면받는 것이 현실이다.

    동성애자는 자신이 원해서 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동성애자는 선천적으로 이성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 뿐, 그들의 사랑 역시 이성애자의 사랑과 다를 바 없다.

    여성 동성애를 그린 작품이 프랑스 퐁텐블로파(16세기 프랑스 미술가군을 일컬음)가 그린 ‘가브리엘레 데스트리스와 그 자매’다. 가브리엘레는 프랑스 앙리 4세가 가장 사랑했던 정부로, 천부적으로 권력 감각이 뛰어나 법률을 제정하는 일에 개입했을 뿐 아니라, 대사들을 영접하고 종교전쟁을 종식하는 일에도 관여했다. 욕조에서 가브리엘레는 손가락으로 반지를 들고 있고 옆에 있는 자매가 그의 젖꼭지를 만지고 있다. 그녀들 뒤로 하녀가 벽난로 옆에서 바느질을 한다.

    가브리엘레가 욕조 안에 앉아 있는 이유는 목욕을 하려는 게 아니라 화장을 하기 위해서다. 16세기 매독과 페스트가 유행하면서 의사들이 물로 몸을 씻으면 매독균이 피부로 침투해 정신이상을 일으킨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물에 대한 공포심이 컸다. 따라서 가브리엘레는 우유나 와인, 향수로 화장하려고 욕조 안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가브리엘레가 손가락으로 잡고 있는 금반지에는 사파이어가 박혔다. 이 반지는 앙리 4세가 대관식 때 꼈던 것으로, 가브리엘레에게 혼인 증거로 준 것이다. 반지는 앙리 4세와 가브리엘레가 약혼한 사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자매가 손가락으로 가브리엘레의 젖꼭지를 만지는 것은 그녀가 임신 중임을 암시한다. 이미 앙리 4세의 아이를 3명이나 낳은 가브리엘레는 당시 네 번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소년처럼 머리카락을 세운 가브리엘레의 헤어는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어울릴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유행 기간이 짧았다. 가브리엘레의 작은 젖가슴은 당대 최고 아름다운 젖가슴으로 꼽히기도 했다고 전한다.

    욕조 위에 처진 붉은색 커튼은 방한용이지만 여성 바기나를 암시하며, 자매가 젖꼭지를 만지는 행위는 다산에 대한 축복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성애를 암시한다.

    이 작품을 제작한 화가나 제작연도는 알 수 없으나 1599년 가브리엘레가 앙리 4세의 정실 부인인 마고(메디치 가문 딸로 앙리 4세와 정략결혼을 했으며,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다. 앙리 4세는 이혼을 원했지만 마고는 거부했다)에게 독살당하기 전으로 추정된다.

    동성애자라고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섹스는 동성애자에게도 중요하다.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동성애자의 섹스를 그린 작품이 프랜시스 베이컨(1909~92)의 ‘두 인물’이다.

    여자끼리 섹스, 불편한 진실?

    ‘잠’, 쿠르베, 1866년, 캔버스에 유채, 135×200, 파리 프티 팔레 미술관 소장(왼쪽). ‘두 인물’, 베이컨, 1953년, 캔버스에 유채, 152×116, 개인 소장.

    침대 위에서 두 남자가 격렬하게 포옹하고 있다. 남자들의 육체는 정확히 묘사돼 있지 않지만 한 덩어리로 엉켜 있는 것은 두 남자가 섹스 중이라는 것을 뜻한다. 또한 흰색 시트는 잿빛의 뒤쪽 공간과 확실하게 구분되면서 두 사람이 실내에서 섹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명확하지 않은 얼굴은 쾌락 뒤에 찾아온 무기력함을 나타낸다.

    베이컨은 자신과 애인을 모델로 이 작품을 제작했다. 그는 실제 성행위를 재현함으로써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확실히 드러냈다. 그는 두 남자의 얼굴을 일그러뜨려 놓음으로써 동성애자라는 사회적 비난에 상처받은 마음을 나타내고자 했다. 1960년대 영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는 사회적으로 많은 제재를 받았다.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섹스가 끝난 후 감정은 피곤하다. 마라톤을 전력 질주했기 때문이다. 섹스를 끝낸 동성애자들을 그린 작품이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의 ‘잠’이다.

    두 여자가 침대에서 벌거벗은 채 잠들어 있다. 침대 위 보석은 두 여자가 상류층임을 의미하며, 흐트러진 침대 시트는 두 사람이 섹스를 했음을 암시한다.

    검은 머리 여자가 금발 머리 여자에게 팔베개를 해줬는데, 이는 검은 머리 여자가 남자 구실을 했다는 것을 암시하며, 다리를 금발 머리 여자의 허벅지에 올려놓은 것 역시 두 여자가 섹스를 했음을 나타낸다.

    오른쪽 모서리 탁자 위에 있는 꽃은 여자의 성욕을 상징하는 것으로, 자궁 형태의 꽃병에 꽂혀 있다. 꽃이 가지런히 담긴 꽃병이 잠든 여자들의 자세와 대비되면서 여자들의 자유분방한 성적 모습을 강조한다.

    이 작품은 1866년 터키제국 대사이자 미술애호가였던 칼릴 베이의 주문에 의해 제작됐다. 쿠르베는 베이의 사치스러운 기호에 맞추려고 고급스러운 유리 물병과 잔, 진주목걸이, 동양풍 화병을 그려넣었다. 두 여자의 도발적인 자세도 베이의 특별한 취향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 속 검은 머리 여자는 화가 휘슬러의 정부 조안나 히퍼다. 관능적인 분위기를 지녀 쿠르베의 에로티즘을 표현한 작품에서 이상적인 모델이었다. 쿠르베는 이 작품을 대중에게 전시할 목적으로 그리지 않았기에 동성애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

    동성애자의 아픔을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의 삶에 돌을 던지지는 말아야 한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없음을 인정하듯 동성애자가 가진 다른 점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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