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6

2012.12.10

진창도 눈길도 거뜬… 오프로더 종결자

메르세데스 벤츠 더 뉴 G클래스

  •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입력2012-12-10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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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창도 눈길도 거뜬… 오프로더 종결자
    “어어~. 조금만 천천히 움직여요!”

    운전석 쪽 앞바퀴가 지면에서 1m 이상 들리며 차가 오른쪽으로 크게 쏠리자 조수석에 타고 있던 탑승자가 비명을 질러댔다. 좀 더 전진하자 이번에는 조수석 쪽 앞바퀴가 하늘로 치솟으며 차가 뒤집힐 듯 반대로 쏠렸고 비명은 더 커졌다.

    순식간에 깊이 1m 내외 큰 웅덩이 10여 개를 통과한 메르세데스 벤츠(벤츠) ‘더 뉴 G클래스’(G클래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출발선에 섰다. 차에서 내려 외부를 꼼꼼히 살폈는데 어디 한군데 상처 없이 말끔했다.

    # 1m 웅덩이 거뜬히 탈출

    11월 29일 강원 평창군 삼양축산㈜ 대관령목장 초입에 만들어진 인공장애물 코스를 G클래스는 거뜬히 통과했다. 경사각 45°가량의 경사로와 23° 내외의 측면 경사로, 어른 허리까지 오는 깊은 웅덩이 등 어지간한 SUV(Sports Utility Vehicle)로는 엄두도 못 낼 험한 코스였다.



    인공장애물을 체험한 뒤 곧바로 소황병산(해발 1430m) 정상으로 향하는 비포장 산악도로에 올라섰다. 마침 눈발이 날리기 시작해 거친 오프로드 주행에 운치를 더했다. 시승차는 3ℓ 디젤엔진을 얹은 G350 블루텍 모델.

    일명 ‘G바겐’ 또는 ‘겔렌데 바겐’(Gelande·대지, wagen·차)이라고 불리는 G클래스는 1936년 처음 탄생한 G-5가 원조다. 이 차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 군용차로 전쟁터를 누비며 성능을 인정받았고, 1979년 디자인을 바꾼 뒤 G클래스라는 지금의 차명으로 재탄생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20만 대가 팔렸으며, 그중 80%는 일반 차량, 20%는 군용 또는 상용으로 쓰인다. 지금도 연평균 1만 대씩 꾸준히 팔려나간다. 국내에선 올해 수입 물량 40대가 이미 팔렸고, 내년 물량 100대에 대한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로마 가톨릭 교황을 비롯해 중동 부호들,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브래드 피트 부부, 국내에선 정우성과 강호동이 이 차를 소유하고 있다. 한때 북한 김정은이 탄다고 해서 주목받았다.

    # 험로에서 잘 달리는 단단한 디자인

    운전석은 키 180cm가 넘는 성인 남성이 타도 머리와 무릎 공간이 휑할 정도로 넉넉하다. 넓은 앞 유리창은 거의 직각으로 세워져 시야가 탁 트였다. 외관은 타이어와 헤드램프, 엠블럼을 제외하면 둥근 부분 하나 없이 깍두기처럼 모두 직선으로 만들어졌다. G클래스의 공기저항계수는 0.54로 대형 트럭이나 버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공기 흐름을 좋게 해 도로를 질주하는 요즘 SUV와 달리, 내구성을 높이고 험로에서 잘 달릴 수 있는 단단함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전통 디자인을 고수하려는 벤츠의 의지도 반영됐다.

    앞 유리창 열선을 켜자 눈이 닿는 즉시 녹아버렸다. 출발신호와 함께 가속페달을 밟았다.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엔진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나아갔다. 이날 코스는 평소 관광객에게 공개하지 않는 내부 목장길이다.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7~8분간 올라가자 왼쪽으로 폭 10m가량의 얼음 덮인 계곡이 눈에 들어왔다.

    기어를 저단 기어비에 맞추고 디퍼렌셜 록 1번 버튼을 누른 뒤 선두 차량을 따라 천천히 계곡으로 들어서자 펜더가 모두 잠길 정도로 물이 깊다.

    진창도 눈길도 거뜬… 오프로더 종결자

    더 뉴 G클래스는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됐다.

    # 10m 계곡, 1m 눈길도 거침없이 돌진

    물속 미끄러운 자갈과 작은 바위를 넘어 속도를 유지하며 계곡을 빠져나왔다. 물속을 통과할 때는 속도를 급하게 줄이거나 높이지 않는 것이 요령이다. 바퀴가 헛돌기 시작하면 바닥을 파고들어 탈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G클래스는 성인 허리 높이인 80cm 깊이에서도 엔진룸에 물이 차지 않는다. 펜더 바로 위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곳으로 들어온 물은 격벽에 막혀 다시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설계됐다. 계곡 두 곳을 잇달아 통과한 뒤 눈 덮인 언덕길을 치고 올라갔다. 눈은 어른 무릎까지 쌓였고 심한 곳은 1m가 넘는 곳도 있었다.

    디퍼렌셜 록은 바퀴 4개 가운데 3개가 미끄러지고 나머지 1개만 지면과 밀착한 상태에서도 주행할 수 있도록 동력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미끄러운 내리막에서도 브레이크를 조절해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준다. 저단 기어비는 엔진토크의 전달이 주행상태에 맞게 최적화돼 구동력을 높일 수 있다.

    어느덧 차는 ‘바람의 언덕’이라는 소황병산 정상 부근에 도착했다. 바로 앞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보라가 몰아쳐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문짝이 날아갈지도 모르니 문을 열지 말라는 무전이 날아들었다. 눈 때문에 앞길이 보이지 않아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G클래스는 개발 과정에서 사하라사막과 북극을 달리는 테스트를 거쳤을 정도로 험로에서 강하지만, 운전자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미끄러운 눈길을 되짚어 목장 입구까지 내려오니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은서와 준서네 집이 보였다.

    # 안락함과 안정성은 경이롭기까지

    이날 경험한 G클래스의 오프로드 승차감은 믿기 힘들 정도로 안락하고 험로 안정성이 뛰어났다. 특히 전폭(1770mm)보다 전고(1970mm)가 높아 언뜻 불안정해 보이기까지 한 SUV가 1m여 깊이의 웅덩이를 한쪽 바퀴로만 지나면서도 넘어지지 않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에서 온 비욘 가르트링 벤츠 오프로드팀 전문 드라이버는 “낮은 무게중심과 긴 코일스프링, 외부 충격에 강한 사다리꼴 강성 프레임 덕분에 어지간한 쏠림에는 전복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0월 말 국내에 출시한 G350 블루텍은 V6 엔진에 7단 자동변속기를 물려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55.1kg·m의 힘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9.1초에 도달한다. 판매가격은 1억4800만 원이다. 함께 출시한 G63 AMG는 5.5ℓV8 가솔린엔진을 장착해 554마력에 77.5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5.4초에 주파한다. 판매가격은 2억900만 원.

    진창도 눈길도 거뜬… 오프로더 종결자

    전통 디자인을 고수한 외관에 비해 현대적 감성을 적용한 실내(왼쪽). 3ℓ디젤엔진인 V6 엔진을 장착한 G350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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