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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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기자가 본 박근혜·문재인 강점과 약점

  • 입력2012-12-10 09: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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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담당 기자가 본 박근혜 후보의 강점과 약점

    탁월한 정치 감각의 모범생 난상토론 거부감 ‘불통’ 논란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전담기자가 본 박근혜·문재인 강점과 약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2월 6일 오후 경기 안산시 고잔동 유세장에서 꽃다발을 들고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선을 취재하면서 지켜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말속에 그의 장점과 약점이 뚜렷이 들어 있다. 원칙과 소신을 강조하는 그에게 정치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깜짝 카드’는 없었다. 청바지를 입고 빨간 구두만 신어도 “바뀌었다”고 기자들이 기사를 쓰는 이유다.

    박 후보는 모범생이다. 박 후보와 함께 정책을 토론한 이들은 “박 후보는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며 모든 의문이 풀려야 다음 분야로 넘어간다”고 말한다. 기자가 물으면 묻는 질문 그대로 답한다. 정치인 특유의 돌려서 말하는 화법도 없다. 측근들도 오버하지 않고 반듯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감동이 없다. 재미도 없다. 화려한 언변도 없다. 표정도 숨기지를 못한다. 박 후보의 유세 메시지는 명확하지만 늘 똑같다. 참모들 입에서 “선거에는 참 적합하지 않은 후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 후보 앞에서 ‘정치공학’ ‘전략’은 금기어다. 박 후보를 설득하려면 ‘국민’ ‘민생’이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 그렇지만 박 후보를 잘 아는 이들은 “수십 번의 선거에서 체득한 탁월한 정치 감각은 따라올 자가 없다”고 말한다.

    박 후보는 본인이 주도하는 크고 작은 선거에서 2007년 당 경선 때를 제외하고 져본 적이 없다.

    ‘박근혜식 정치’ 핵심은 ‘벼락치기’가 아닌 ‘예습·복습’으로 평소 점수를 쌓는 것이다. 5년 전 대선 경선에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고)를 대표공약으로 내세웠던 박 후보는 이번 경선 때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들고 나왔다. 그럼에도 ‘포퓰리즘 말 바꾸기’라고 공격받지 않은 이유는 5년 동안 꾸준히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진화시켰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원칙 있는 자본주의’로 시장경제에 경종을 울리고 2011년 복지구상을 담은 ‘사회복지기본법’을 발의하면서 야당 대선주자들보다 먼저 복지 어젠다를 던졌다.

    수십 번 선거에서 체득한 경험

    박 후보의 이번 대선 공약과 이명박 대통령의 2007년 대선 공약을 비교하면 거의 같은 게 없을 정도다. 오히려 민주통합당 공약과 가까운 내용이 많은데도 보수표가 빠져나가지 않고 보수 인사들을 모두 엮어낸 것은 박 후보의 정치력이 발휘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여권 지지자들의 반발에도 이명박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야당 구실을 한 것은 이번 대선에서 박 후보가 정권교체의 태풍에 휩쓸리지 않는 시금석이 됐다.

    사심이 없고 챙길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도 박 후보의 장점이다. 박 후보는 빚지는 일을 꺼려한다. 박 후보를 돕는 외곽 인사들에게 가끔 전화를 걸어 “애쓰신다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는 정도가 전부다. 노골적으로 자리를 약속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제가 잘 보답하겠습니다”는 정도의 빈말조차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인사가 실망하고 섭섭함을 토로한다. 박 후보의 최대 외곽조직인 희망포럼21도 박 후보가 지시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도 공식 조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빚진 사람이 없어서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자기 사람 챙기느라 인사를 망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수첩공주’로 대표되는 꼼꼼하고 세심한 여성 리더십도 장점이다. 인천 중·동·옹진 박상은 의원은 “올해 초 박 후보가 연평도에 와서 주민들의 건의를 이것저것 받은 적이 있는데 나중에 그게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더라. 의원총회 장소에서 결과를 알려주니 정말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실무진은 박 후보가 지난해 5월 대통령 특사로 유럽에 갔을 때 각국 정부, 동포들과 약속한 것들을 해결하느라 몇 개월간 고생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아버지, 어머니를 잃고 본인도 테러로 목숨을 잃을 뻔한 파란만장한 삶은 그를 더욱 강하게 한 측면이 있다. 위기가 터졌을 때 잘 흔들리지 않는다.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조급해하지 않고 깜짝 카드보다 진정성으로 승부한다는 우직함은 지금까지 성공한 편이다.

    박 후보에게는 ‘불통’ 이미지가 늘 따라다닌다. 그는 불통 지적에 반박하면서 한 예로 “언제든 전화를 잘 받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박 후보 주변에서조차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참모들과 그룹토론을 하지 않는 ‘불통’을 지적한다.

    박 후보는 정리되지 않은 채 난상토론을 벌이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는 게 주변 평가다. 측근들은 7월 경선 때부터 박 후보에게 여러 차례 참모와 함께 하는 그룹토론이 필요하다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야 참모들도 박 후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혼선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박 후보도 편협한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실제 박 후보는 경선 때 캠프 위원들과 4차례에 걸쳐 전체 토론을 했다. 첫 번째 회의 때는 경직됐던 이들이 두 번째, 세 번째를 거치면서 토론을 활발하게 이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그런 자리는 다시 마련되지 않았다.

    대선후보가 된 뒤인 10월 초 박 후보는 첫 번째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회의를 주재하며 “일주일에 한 번은 선대위 회의를 직접 주재하겠다”고 말했지만, 이후 박 후보가 주재한 회의는 한 번밖에 열리지 않았다. 첫 선대위 회의 때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지금 이대로 가면 선거에서 진다. 대구보다 수도권 40대를 찾아가야 한다”고 쓴소리를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한 데 대해 심기가 불편해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우왕좌왕하고 기구 간 혼선이 반복되자 참모들은 11월 들어 “후보와 각 기구 수장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갈등을 조정하고 속도감 있게 결론을 내리는 협의체를 만들자”고 건의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껄끄러운 건의엔 “내게 맡겨라”

    박 후보가 그룹토론을 싫어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보안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토론 과정에서 확정되지 않은 사안들이 언론에 보도될 경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한다. 기자들과의 접촉도 정치인 가운데 가장 적은 편이다. 본인이 직접 최종 결정된 것을 발표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한 편이다.

    본인에게 껄끄러운 건의가 들어오면 “그건 내게 맡겨달라”고 말하면서 선을 그어버리는 것도 불통 이야기를 듣는 이유다.

    박 후보가 7월 대선 출마선언 이후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자, 한 측근이 박 후보에게 “5·16의 형식은 누가 뭐라 해도 쿠데타다. 이것과 관련해 전문가들과 토론을 한 번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건의했다. 한 측근이 8월 22일 대통령 특사로 나갔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 박 후보에게 “이 의원에게 잘 다녀오셨는지 전화 한 통 하시라”고 건의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경제민주화를 두고 서로 맞붙었을 때도 한 측근이 “견해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정리하시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건의했다고 한다.

    위 세 경우 모두 각 측근이 박 후보로부터 들은 대답은 “내가 생각하는 게 있다. 그건 내게 맡겨달라”였다. 더는 대화를 진행하기 어려워진 건 당연하다.

    박 후보에게 실무진이나 참모가 아닌 ‘정치적 동지’가 없는 점도 이런 절제된 인간관계 때문으로 해석된다.

    ‘동아일보’ 담당 기자가 본 문재인 후보의 강점과 약점

    부드럽고 진솔한 카리스마 사람 끄는 말솜씨 2% 부족

    손영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cud2007@donga.com

    전담기자가 본 박근혜·문재인 강점과 약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2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거리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서울 → 여수 → 순천 → 광양 → 진주 → 김해 → 울산 → 포항 → 대구, 그리고 다시 서울.

    11월 29일 1박2일 일정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따라 기자가 동행한 도시다. 현장에서는 문 후보의 솔직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진솔한 언행에서 그의 강점을 느낄 수 있었다면, 어눌한 연설과 전국 단위 선거를 처음 치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는 아쉬운 대목이다.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스타일

    11월 30일 문 후보가 울산대를 방문하려고 차에서 내려 교내로 걸어 들어가자 학생 100여 명이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대며 문 후보를 둘러쌌다. 여대생들이 마치 연예인을 본 듯 환호성을 지르자 문 후보는 가던 길을 멈추고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같은 날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텃밭으로 알려진 대구 유세라 처음에는 인원이 적게 모일까 우려했지만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이 몰려들면서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문 후보가 지나갈 때마다 악수를 건네거나 사인을 받으려고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캠프 관계자는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문 후보는 젊은이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다”면서 “이들이 모두 투표장으로 가면 대선 승리가 한결 쉬울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문 후보 유세장에서는 박 후보와 차별화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문 후보 연설을 지켜보는 ‘유모차 부대’가 대거 출동한다는 점이다. 문 후보는 단상에 올라가기에 앞서 유모차를 끌고 온 주부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을 안아준다. 이런 문 후보의 행동은 곧바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금세 확산돼 문 후보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더욱 부각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처음에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인사 나누는 것을 어색해하는 낯가림이 있었지만, 이제는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간다. 재래시장을 돌 때 상인들이 음식을 권하면 그 자리에서 무엇이든 잘 먹어 반응이 좋다. 유세를 다닐 때 인위적 상황 연출에 대해선 거부감을 갖는다. 사진촬영을 위해 사진담당 수행원이 현장 상황을 정리하는 모습이 도가 지나치다고 느낀 문 후보가 수행원을 직접 꾸짖은 일도 있었다.

    캠프 내부나 자신에게서 발생한 시행착오를 즉각 수정한다는 점도 문 후보의 강점이다. 문 후보는 7월 ‘대한민국 남자’란 슬로건을 내세웠다가 여성계로부터 마초성을 드러냈다고 비판받자 즉각 사용을 중지했다. 출마 초기만 해도 의상은 단색 슈트 두세 벌과 유행에 뒤떨어진 넥타이 등 ‘문재인 스타일’을 고집했다. 의상 코디네이터가 있었지만 의외로 옷에 대한 본인 고집이 강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그를 수행하는 한 참모가 “만약 후보님의 전문 분야인데 사람들이 후보님의 의견을 듣지 않으려 한다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코디도 비슷하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 뒤부터 의상 코디네이터가 골라준 옷을 잘 입는다고 한다.

    “저는 경상도에서 태어나 자라고 지금도 경상도에서 살고 있는 경상도 사나이입니다.”

    문 후보가 11월 29일 1박2일 일정으로 경남과 대구·경북(PK) 지역을 돌면서 연설 말미에 꼭 이 말을 덧붙이자 유권자 사이에서 “하모 맞다 아이가”라며 호응이 터졌다. 함경도 피난민의 자식, 경남 거제 출생, 부산에서 중고교 졸업, 서울에서 대학 졸업,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의 대선후보 등 삶의 이력 하나하나가 문 후보가 전국 유세를 나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호남에 가서는 민주통합당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경남에 가서는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경상도 사람이라는 점을, 부산에서는 부산에서 지금도 어머님이 살고 있다는 ‘부산 사나이’라는 점을 강조해 유권자에게 친근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문 후보야말로 전국 어디서나 환영받는 ‘전국구 후보’”라고 강조했다.

    “내가 바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안 되면 술 먹고 개·#51931;·#51931;라고 하고 살면 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11월 29일 진주 중앙시장에서 명계남 민주통합당 정책홍보단장은 유세차량에 올라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듣기 민망한 욕설이 섞인 그의 말에 유권자들은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말은 참 잘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도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하는 사자후를 토해내며 청중에게 박수를 이끌어냈다. 찬조연설이 끝난 뒤 문 후보가 단상에 올라 연설을 시작하자 분위기는 일순간 가라앉았다.

    준비된 원고에 어눌한 연설

    쉴 새 없이 몰아치고 고함을 지르면서 좌중을 압도하는 연설을 기대했던 청중은 그의 어눌한 연설에 실망감을 느끼곤 한다. 문 후보는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 경선 내내 ‘연설 고수’인 손학규, 김두관 후보와 대비되곤 했다. 현장 상황을 보고 연설내용을 수시로 바꾸는 두 후보와 달리 문 후보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그대로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창하고 세련된 연설이 아니라서 오히려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견해도 있지만, 참여정부 시절 치아 10개를 임플란트해 발음이 새다 보니 분명한 메시지 전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여기에 청중 시선을 끌어 모으는 제스처도 거의 없는 편이다.

    언론과의 스킨십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철수 전 대선후보는 출마선언 전까지 언론 접촉을 극도로 자제해 기자들에게 불만을 샀지만, 막상 출마 후에는 캠프 출입 기자 결혼식에 깜짝 출연하고 취재진 이름을 일일이 외우려는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다. 반면, 문 후보는 취재진과 악수할 때 눈을 제대로 응시하지 않는다거나 취재진과의 접촉이 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들이 현장에서 돌발질문을 할 경우 막지는 않지만 제대로 대답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 과정에서 취재진과 수행원 사이에 종종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김한길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10월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후보에 대해 “친노(친노무현)라는 것이 일정한 지지를 얻는 데까지는 강점일 수 있지만 대통령에 당선될 만큼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데는 약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세현장 곳곳에서는 문 후보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그룹이 노란색 옷을 입은 채 환호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친노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에게는 역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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