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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박근혜, 승기 잡았나 02

‘문재인 스타일’이 전혀 안 보여

전략과 리더십 부재 + 미약한 존재감으로 초·중반 고전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문재인 스타일’이 전혀 안 보여

‘문재인 스타일’이 전혀 안 보여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오른쪽)와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회동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동아일보와 리서치 앤 리서치가 12월 4일 1차 TV 토론 이후 실시한 제18대 대통령선거(대선)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43.5%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민주당) 후보는 40.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사퇴로 야권 단일후보로 후보등록을 마친 문 후보가 지지율 2위에 머문 이유는 뭘까.

민주당은 후보 단일화를 대선 승리를 위한 필수요건으로 여겼다. 그러나 단일화만으로 대선 판세를 뒤집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무엇보다 안 전 후보를 지지했던 지지층이 문재인, 박근혜, 부동층으로 각각 분화하면서 문 후보 지지율 상승에 발목을 잡았다.

安 지원에도 지지층 결집 미지수

안 후보 사퇴 직후 동아일보가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11월 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전 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힌 413명 가운데 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57.4%였고, 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한 응답자도 25.2%에 달했다. 나머지 17.4%는 부동층으로 남았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합의와 승복 과정 없이 ‘사퇴 결단’으로 이뤄져 후유증이 컸던 탓이다.

리서치 앤 리서치가 자체 개발한 한국형 투표율 예측 모델인 ‘M7Q 모델’을 이용해 예측한 ‘투표확실층’(65.9%)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 후보가 47.8%로 문 후보(39.2%)를 오차범위 밖인 8.6%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 같은 결과는 안 후보 사퇴 이후 부동층이 크게 늘어난 반면, 박 후보 지지층이 결집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2월 6일 안철수 전 후보가 “조건 없이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고 밝히면서 대선 국면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그러나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원에 나섰다고 해서 박근혜 후보 지지로 돌아서거나, 부동층으로 남은 안 전 후보 지지층이 얼마나 결집할지는 미지수다.

야권 단일후보로 본선에 나선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은 본선 초기 ‘안철수 없는 자력 대선 승리’를 꾀했다. 그러나 ‘명품 의자’ ‘다운계약서’ 등 연이은 검증 공세에 비틀거렸고, ‘박정희 대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 본선 초기 지지율 역전에 실패했다.

한 선거전문가는 “문 후보는 과거 대 미래 구도로 본선을 치러야 했는데, 본선 초기 박정희 대 노무현이란 과거 패러다임에 갇혀 승기를 잡을 기회를 놓쳤다”며 “이후 ‘이명박근혜’로 현 정권 심판론을 제기했지만, 그 또한 ‘새 정치’라는 미래 청사진을 기대한 국민에게 설득력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친노 486 기득권 내려놔야

결국 본선 중반까지 박 후보에게 지지율에서 밀린 문 후보는 ‘초당파적 내각 구성’과 ‘국민연대’ 등을 연거푸 약속하며 안 전 후보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 전 후보는 문 후보로부터 ‘대선 후 협력’까지 보장받은 뒤 구원등판함으로써 ‘대선 승리 일등공신’에 오를 기회를 잡았다.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박 후보의 ‘원칙과 신뢰’나 안 전 후보의 ‘새 정치’ 같은 문재인표 브랜드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선거전문가는 “문 후보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대선 슬로건을 제외하면 ‘단일화’ ‘맏형’을 떠올릴 만큼 대표 브랜드가 없다”며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 정책 이슈에서 여야 후보 간 차별화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문재인 하면 떠올릴 만한 대표 공약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낸 힘은 과반이 넘는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창당 과정에서 당권을 장악한 친노(친노무현) 세력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 열망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외연을 확대하는 에너지로 활용했다. 총선에서는 친노 일색으로 공천하면서 자리를 나눠 갖고 당 지도부가 한명숙, 문성근, 이해찬 등 친노세력이 바통을 이어받는 동안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과는 괴리됐다. 결국 친노 중심으로 치른 총선은 패배로 이어졌고,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은 국민적 축제와 거리가 먼 ‘친노의, 친노에 의한, 친노를 위한 경선’으로 전락했다.

민주당 경선 당시 모 후보 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던 한 인사는 “총선 패배에 책임이 큰 친노 세력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경선에서 자신들이 미는 후보를 일방적으로 대선후보로 만들었다”며 “결국 특정 세력의 독주는 안으로 타들어가는 불씨가 돼 야권 결집을 가로막았고, 문 후보 지지율 상승을 막는 걸림돌이 됐다”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총선 패배 이후 인적 쇄신 등을 해내지 못한 책임은 문재인 후보에게 있다”면서 “털어낼 것을 일찌감치 털어내고 홀가분하게 본선을 준비했다면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국면에 문재인 후보를 둘러싼 친노 인사 9명이 ‘2선 후퇴’를 선언하고 물러났음에도 여전히 민주당 관계자들은 문 후보 주변을 에워싼 친노 세력의 전횡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민주당 주류로 등장한 친노 486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그 빈자리를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적 열망으로 채워야 비로소 정권교체를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차 TV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는 ‘무난했다’는 당내 평가와 달리, 존재감이 없었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집중 난타하는 사이, 문 후보는 ‘큰오빠’처럼 묵묵히 두 사람의 토론을 지켜봤다는 평가가 많았다. 더욱이 대선을 열흘 앞두고 안철수 전 후보가 재등장한 이후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안 전 후보가 집중적으로 받는 상황도 문재인 후보의 존재감에 회의를 갖게 한다.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는 미약한 존재감이 문 후보 지지율 상승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주간동아 2012.12.10 866호 (p18~19)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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