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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박희숙의 미술관

‘텐프로’도 아닌 1%, 얼마나 죽여줬을까

최상급 매춘부

‘텐프로’도 아닌 1%, 얼마나 죽여줬을까

‘텐프로’도 아닌 1%, 얼마나 죽여줬을까

‘배심원들 앞의 프리네’, 제롬, 1861년, 캔버스에 유채, 80×128, 상트페테르부르크 허미티지 미술관 소장.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른바 ‘1%’를 만나보면 확실히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타고난 능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열정을 지녔고 노력도 하지만 자신에게 끊임없이 투자한다.

1%가 남다른 건 매춘부도 마찬가지다. 미모의 매춘부는 흔하고, 부자 고객은 항상 새롭고 신선한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 1%로 살아남으려면 매춘부 역시 미모 그 이상의 능력이 필요한 법. 부자 고객 수준에 걸맞은 섹스테크닉도 끊임없이 연마해야 한다. 부자 고객은 매춘부가 섹스 교본에 정통하기를 기대한다.

최상급 매춘부를 그린 작품이 장 레옹 제롬(1824~1904)의 ‘배심원들 앞의 프리네’다. 프리네는 기원전 4세기경 아테네의 유명한 조각가 프락시텔레스가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를 조각할 때 모델로 삼았을 만큼 명성이 높던 최고의 ‘헤타이라이’다.

헤타이라이는 고관들의 술자리에서 시중을 들던 여자로, 당시 아테네에는 헤타이라이를 양성하는 교습소까지 있었다. 교습소에서는 술자리에서 지켜야 할 예법과 교양은 물론 섹스테크닉도 가르쳤는데, 물론 미모와 몸매가 출중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자존심이 강했던 프리네는 아무리 지체 높은 고관이라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대해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에우티아스라는 노인이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것에 분개해 프리네가 신성을 모독했다고 누명을 씌운다. 당시 신성모독은 사형에 처할 만큼 사회적으로 무거운 죄였다.



재판 당일 프리네의 정부(情夫)였던 히페레이데스가 변호를 맡아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나선다. 그는 “신에게 자신의 모습을 빌려줄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를 죽일 수 있겠는가”라면서 프리네의 아름다운 몸매를 보여준다. 배심원들은 결국 “신의 의지로 만들어낸 완벽한 몸매를 지닌 그녀를 인간이 만든 법으로 벌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고, 프리네는 목숨을 건졌다.

재판장에서 히페레이데스가 옷을 벗기자 프리네는 부끄러워 얼굴을 가린다. 배심원들은 프리네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놀라고, 그녀를 고발한 에우티아스라는 히페레이데스가 들고 있는 옷 때문에 프리네의 몸을 보지 못한다.

이 작품에서 배심원들이 붉은 옷을 입은 것은 그들이 관찰자인 동시에 그녀의 무죄를 증명할 증인이라는 의미다. 원래는 프리네의 가슴만 보여줬는데, 작가는 프리네의 얼굴을 가리고 몸매가 다 드러나도록 표현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춘부 등급은 미모 순으로 정하지만, 미모만으로는 1% 안에 들기 어렵다. 특히 일본 게이샤 세계에서는 미모와 함께 재능도 겸비해야 ‘오이란’이 될 수 있었다. 오이란은 일본 에도시대 요시와라 유곽에서 최고 높은 지위에 있던 게이샤를 가리킨다.

‘텐프로’도 아닌 1%, 얼마나 죽여줬을까

‘일본풍 : 오이란-케사이 에이센 모작’, 반 고흐, 1887년, 캔버스에 유채, 105×60, 반 고흐 미술관 소장(왼쪽). ‘나나’, 마네, 1877년, 캔버스에 유채, 154×115, 함부르크 미술관 소장.

최상급 게이샤 오이란을 그린 작품이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일본풍 : 오이란-케사이 에이센 모작’이다. 반 고흐의 일본풍 그림 중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당시 ‘파리 일뤼스트레’(일본에 관한 기사가 많이 실린 잡지)에 실렸던 케사이 에이센 그림을 모사했다.

그림 중앙 화려한 기모노를 입은 오이란이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고 있다. 직사각형 틀은 우키요에(일본 목판화)를 나타낸다. 일본 에도시대에는 오이란을 그린 우키요에를 상점에서 팔았다. 요즘으로 치면 문구점 등에서 파는 연예인 사진과 비슷하다.

반 고흐는 이 작품이 우키요에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직사각형 틀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면서 검은색과 빨간색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돋보이도록 바탕을 노란색으로 칠했다. 대나무가 심어진 연못 배경은 반 고흐가 새로 그려 넣은 것이다.

그림 오른쪽에 자리한 학은 동양 특유의 동물이지만, 이 작품에선 오이란이 매춘부임을 암시하는 장치다. 프랑스어로 학은 매춘부의 별칭이기 때문이다. 그림 하단 수련과 짝을 이루는 개구리 역시 통속적으로 매춘부를 상징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상급 매춘부는 시류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를 보면서 자신의 은퇴 시기를 잡는다. 최상급 매춘부는 은퇴를 결심하는 순간 돈 많고 순정적인 늙은 남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의 애첩이 돼야 인생 2막이 편하기 때문이다.

은퇴한 매춘부를 그린 작품이 에두아르 마네(1832~1883)의 ‘나나’다. 이 작품은 에밀 졸라의 소설 ‘목로주점’ 속 여주인공 제르베즈의 딸을 모티프로 했다. 마네가 ‘나나’를 그린 지 1년 6개월 만에 졸라는 ‘르 볼테르’지에 소설 ‘나나’를 연재했다.

속옷만 입은 여성이 거울 앞에서 립스틱을 짙게 바르는 모습은 상류층의 퇴폐적인 풍조를 그대로 드러낸다. 등받침이 있는 커다란 소파는 휴식이 아닌 쾌락의 공간이자 상류층이 침대 대용으로 애용하던 것이다.

중절모를 쓰고 소파에 앉아 여인이 화장을 끝내기만을 기다리는 신사의 눈길이 여인의 풍만한 엉덩이에 꽃혀 있다. 관능미의 상징인 여인의 엉덩이를 보는 신사의 눈길과 화장을 하면서도 신사의 의미심장한 눈길을 아는 듯 엉덩이를 당당하게 내미는 여인의 표정이 상당히 해학적이다.

마네는 ‘목로주점’에 등장하는 매춘부의 모습을 충실하게 표현하려고 약간 통통한 몸매에 허리는 가늘고, 우아하진 않지만 매혹적인 여인의 모습으로 그렸다. 이 작품의 모델은 한때 유명한 여배우였으나 나이가 들어 은퇴하고 상류층 인사의 정부로 살던 앙리에트 오제르다. 매춘부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올랭피아’와 마찬가지로 비평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1% 최상급 매춘부는 그냥 되는 게 아니다. 그들은 부자 고객의 변덕을 맞추려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물론 최고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다.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주간동아 2012.11.12 862호 (p6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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