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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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권 독점 이런 ‘무소불위’는 없다

●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로 대검 중수부 대체
● 검경 수사권 조정, 독일식이냐 일본식이냐

  • 정리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입력2012-11-12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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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기소권 독점 이런 ‘무소불위’는 없다
    ● 일시 : 11월 7일 오후 2~4시

    ● 장소 :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회의실

    ● 참석자

    백혜련 변호사(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

    정민규 변호사(안철수 대선후보 캠프 법률지원단 위원)



    노명선 교수(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

    서보학 교수(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 사회 : 주간동아 조성식 차장

    검찰개혁은 경제민주화와 더불어 이번 18대 대통령선거(대선)의 주요 이슈다. 이른바 빅3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모두 검찰개혁에 동의하고 그 실천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주간동아는 문재인, 안철수 두 대선캠프에서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실무 책임자와 학계 전문가를 초빙해 검찰개혁 토론회를 열었다. 박 후보 캠프 쪽에서는 “구체적 안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사회자 : 바쁘신 가운데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검찰개혁의 시대적 의의라 할까요. 왜 검찰개혁이 화두가 되고, 현 시점에서 검찰개혁을 논의하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부터 얘기해볼까요.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

    백혜련 검찰개혁은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국민이 계속 제기해온 문제입니다. 사실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민주정권이 들어서면서 검찰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과거로 회귀하면서 검찰권 행사가 재앙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한명숙 전 총리, MBC ‘PD수첩’, 미네르바 사건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수사와 이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로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졌습니다. 보수적이고 친검찰적 정당이라 할 수 있는 새누리당조차 검찰개혁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거죠.

    정민규 1987년 체제로 얘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87년 체제가 등장하면서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민주화가 진행됐는데, 권력기관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특히 검찰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순응하는 척하면서도 전혀 개혁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압축하는 두 단어는 재벌공화국과 검찰공화국입니다. 재벌공화국에 대해 민주적 통제를 하려는 국민적 욕구가 경제민주화로 나타났습니다. 경제민주화가 실패하면 경제적 양극화로 사회가 분열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검찰개혁이 실패한다면 국민은 권력기관의 지속적인 압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그런 점에서 검찰개혁은 경제민주화와 대등한 가치를 갖는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서보학 며칠 전 어느 중앙일간지 기사 제목이 ‘미래권력 대 검찰권력’이었습니다. 한국 검찰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제목이었죠. 검찰권력이 국민이 선출하는 의회권력과 맞먹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은 정권의 하수인, 혹은 정권과 대등한 파트너 노릇을 하면서 자신의 기득권을 확대 재생산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민주화 요구를 억압하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민주화의 역설이죠. 통제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통치권을 위협하는 수준이 된 겁니다. 그런 점에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검찰권력의 민주화와 분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노명선 사실 검찰개혁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죠. 김영삼 정부 때 사법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추진했지만 개혁 주체가 불투명해 실현하지 못했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도 대대적으로 사법개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특히 수사권 문제가 그랬죠. 그나마 이명박 정부 들어와 수사권 문제가 진전된 상태입니다. 이처럼 누구 한 사람의 정치적 결단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데도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선거공약처럼 검찰개혁을 논의한다는 것은 일단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50년 동안 과(過)만 있었던 게 아니라 공(功)도 있었을 텐데, 과연 검찰권력의 문제점이 뭔가, 제도 문제인가, 운용 문제인가. 국민이 통제하는 방식으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데는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근본 문제점을 인식하고 보완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논의하자는 겁니다.

    백혜련 노 교수님 말씀이 맞습니다. 검찰이라는 일개 행정기구의 개혁문제가 대선 후보의 중요 정책이 된 건 진짜 우스운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이라는 거죠. 국민 바람이기도 하고요. 대선 공약 사항이 될 만큼 시대적 과제인 셈입니다.

    정민규 제도나 운영상 문제점이 뭔지 몰라 개혁이 안 된 게 아니죠. 노 변호사께서 시기를 문제 삼았는데, 저는 오히려 대선 후보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공약으로 내세워 정권을 잡자마자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개혁은 영원히 물 건너갑니다.

    서보학 국민적 여망이 담긴 개혁에 대해 검찰처럼 결사항전으로 저항하는 조직이 또 있었나요. 그런 저항의 정당성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노명선 지금 검찰을 개혁해야겠다는 주체가 어떤 세력입니까. 시민인가요, 정치인인가요. 중수부(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검찰개혁의 첫 번째 과제로 꼽는데, 중수부를 폐지하면 이익을 얻을 사람이 누구일까요. 재벌이나 정치인 아닐까요.

    수사·기소권 독점 이런 ‘무소불위’는 없다
    중수부 폐지냐, 유지냐

    서보학 지금 국민이 요구하고 있죠.

    노명선 그 국민을 대표하는 집단이 정치인입니까.

    서보학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과 의회가 검찰개혁을 말한다면 민의를 대변하는 것으로 봐야죠. 중수부가 제대로 일했다면 없애자는 요구를 안 하겠죠. 그 대안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나 검경 수사권 조정을 제시하는 것 아닙니까.

    노명선 문재인 후보 측에 묻고 싶은데요. 선거를 앞두고 수사권, 기소권 분리를 얘기하는 건 경찰 표를 의식한 게 아닌지.

    백혜련 지금 그런 논의를 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사회자 : 노 교수님 의견은 또 다른 시각으로 정리하죠. 이제 구체적으로 논의해보겠습니다. 가장 많이 거론하는 게 대검 중수부 폐지입니다.

    백혜련 정치검찰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돼버린 게 중수부입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대표적인 부서로요. 특히 이 정부 들어 대형 정치적 사건을 수사하면서 너무 한쪽으로 치우쳤거든요. 그래서 중수부를 폐지하는 대신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권력형 비리 수사기구, 즉 공수처를 설치하자는 겁니다.

    사회자 : 중수부는 직접수사 외에 전국 검찰청의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기능도 해왔습니다. 민주통합당 안은 직접수사 기능만 없애는 게 아니라 조직 자체를 없애자는 건가요.

    백혜련 그렇습니다.

    노명선 중수부 수사는 검찰총장이 직을 걸고 하는 것이기에 잘만 운용하면 외압에 굴하지 않고 소신껏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닙니다. 하지만 중수부를 존치시켜야 한다는 데는 저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공도 있었지만 과도 많았으니까요. 다만 대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 다음 폐지해도 늦지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서보학 검찰개혁의 방향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검찰 권한을 분산해 적절한 견제와 통제를 받게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현 상태로 완전히 독립시켜버린다면 그야말로 아무런 통제 없는 검찰자치공화국이 될 겁니다. 중수부를 폐지하면서 공수처를 설치하는 건 그래서 중요합니다. 그동안 중수부는 주로 검찰총장이나 정치권력의 하명수사를 맡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수부 칼이 정권의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데 사용됐습니다. 당연히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됐지요. 정치인이나 재벌 비리 등은 정치권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수사해야 합니다. 검찰권력이 무서웠던 건 이런 특수 분야 수사를 독점해왔기 때문입니다. 모든 고급 정보가 검찰로 모일 수밖에 없죠. 공수처 설치는 이런 특수수사를 이원화하고 검찰 힘을 분산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수사·기소권 독점 이런 ‘무소불위’는 없다
    노명선 그렇다면 입법, 사법, 행정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무소불위의 기구를 만들겠다는 건가요.

    서보학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독립기구죠.

    백혜련 법에 의해 수사 대상이 정해지니 입법부 통제를 받는 겁니다. 또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하니 사법부 통제도 받는 거고요.

    정민규 공수처와 검찰이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 인권에 좀 더 신경 쓰고 서로를 두려워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노명선 대통령 권력으로부터만 독립한다면 저는 지금의 검찰만큼 중립적인 조직이 없다고 봅니다. 수사는 검찰총장이 지휘하고 정치적 책임은 법무부 장관이 집니다. 장관은 인사권과 예산권을 갖고 검찰을 지휘하지만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선 관여하지 못합니다. 절묘한 조합이죠. 그런데 이제 법무부 장관이나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새로운 권력기관이 탄생한다면 어떻게 통제해야 할까요. 탄핵 외에는 방법이 없을 텐데. 완전히 독립된 조직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준다는 건데, 이건 세계 입법사상 유례가 없습니다. 결국 또 다른 권력기관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정민규 자꾸 중수부 폐지와 공수처를 따로 떼어 말씀하시는데요. 그러면 팩트를 왜곡하게 됩니다. 중수부를 폐지하면서 보완적으로 공수처를 설치하자는 거지, 독립된 검찰을 만들자는 건 아니죠.

    노명선 중수부 같은 기관을 또 만들 게 아니라,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각 지검 특수부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수사 대상이 고위공직자인데 거기에 일반인이 연루돼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수사 범위가 달라질 텐데.

    검경 수사권 조정은 어떻게

    백혜련 공수처와 관련해 여러 법안이 제출됐습니다. 그런 세세한 사항은 입법 과정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봅니다. 그리고 안철수 캠프에서는 공수처를 대통령 소속 독립기구로 하자는데, 민주통합당 안은 다릅니다. 국가청렴위원회를 부활시켜 청렴위 산하에 두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수사·기소권 독점 이런 ‘무소불위’는 없다
    서보학 제가 일하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안은 공수처가 인적, 물적으로 독립하는 것입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죠. 지금의 검찰처럼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검찰이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공수처가 수사한 걸 검찰에 넘길 수가 없다는 겁니다. 결국 부패수사의 효율성을 확보하려면 공수처가 기소권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 박근혜 후보 쪽에서 제안한 상설특검은 어떤가요.

    백혜련 공수처와 상설특검은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 상설특검안을 내놓자 최재경 중수부장이 강하게 반발했죠. 상설특검은 공수처와 다를 게 없다고. 그런데 상설특검은 독립적이지도 않고 국민 요구에도 전혀 맞지 않습니다.

    서보학 저도 상설특검에 반대합니다. 공수처는 조직이 돌아가면서 인지수사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설특검은 국회에서 그때그때 수사할 사건을 정해 부탁하면 수사하는 거죠. 대체로 의회 다수세력이 수사를 의뢰하게 될 텐데, 그럼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특검 수사가 10번 있었는데 한두 번을 빼고는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실패 이유는 검찰에서 검사와 수사관을 지원받아 수사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수사 결과를 불신해 특검수사를 하는 건데 검찰 인력을 지원받는다는 건 문제가 있죠.

    노명선 저는 제도적으로 보장만 되면 상설특검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공수처 설치는 아무래도 대검 중수부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민규 안대희 위원장이 말한 상설특검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조사하는 특별감찰관이 고발할 경우 수사하는 기구입니다. 전혀 인지수사를 할 수 없죠. 국가예산 낭비입니다. 특검의 또 다른 문제점은 수사범위가 좁고 수사기간도 짧다는 겁니다. 자체적인 수사능력을 키울 수 없으니 검찰에 의존할 수밖에 없죠. 그렇지만 공수처는 검찰과 대등한 수사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회자 : 한국 검찰은 선진국 검찰과 비교해 과도한 권한을 지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검찰개혁을 말할 때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빼놓을 수 없죠. 이 문제에 대해선 문재인 후보 쪽과 안철수 후보 쪽 의견이 조금 다르죠?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서보학 수사권과 기소권은 둘 다 막강한 권력입니다. 그런데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우리처럼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알다시피 영미권 국가에서는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이 이뤄집니다. 안철수 캠프 안은 경찰이 수사하고 검사가 수사지휘와 기소를 하는 독일식 제도로 보입니다. 독일 검찰은 수사 인력을 갖고 있지 않죠. 직접 수사하려면 경찰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사 대부분을 경찰이 하면서도 검찰에 완벽하게 종속돼 있습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남용되면 경찰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경찰이 겸찰을 전혀 견제하지 못할뿐더러, 형사소송법상 경찰이 조사한 내용은 당사자가 법정에서 부인하면 휴지조각이 돼버립니다. 사정이 이러니 불필요한 이중수사를 할 수밖에요. 경찰이 수사한 것을 검찰이 다시 수사하는 겁니다.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거죠. 송치 전에는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송치 이후엔 검사가 필요할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하는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사회자 : 일본식 말이죠?

    서보학 네. 우리 현실에서 일본식 제도가 그나마 적합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노명선 일본식으로 하자는 데는 검찰도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일본 경찰은 영장청구권이 없어요.

    서보학 압수수색 영장청구권은 있죠.

    백혜련 우리 안은 검경 수사권을 단계적으로 조정하자는 겁니다. 먼저 민생문제나 경미한 범죄를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단계를 거친 다음, 궁극적으로 수사는 경찰, 기소와 공소유지는 검찰이 맡도록 하자는 거죠.

    노명선 경찰이 수사권을 갖더라도 검찰의 수사지휘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수사가 미진하면 기소 전에 보완 수사를 요구한다든가.

    서보학 그렇죠.

    노명선 그러니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이런 표현은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정민규 큰 틀에서는 민주통합당 안에 찬성합니다. 민생범죄나 경미한 범죄를 경찰에 맡긴다는 것은 수사종결권까지 준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수사종결권까지 경찰에 주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수사·기소권 독점 이런 ‘무소불위’는 없다
    백혜련 안철수 캠프 안은 사실 현 제도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도 수사 개시와 진행을 할 수 있어요. 쟁점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입니다. 이걸 놓고 검찰과 경찰이 계속 줄다리기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안철수 캠프 안은 수사지휘권을 더 강화해 경찰의 내사사건까지 검찰 지휘를 받게 하겠다는 겁니다. 그게 합리적 수사권 배분이라 할 수 있을까요.

    정민규 약간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안의 핵심은 수사지휘권 강화가 아니라,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크게 줄이겠다는 겁니다. 국민이 이중수사를 받는 고통을 줄이겠다는 거죠. 검찰, 당신들은 수사기관이라기보다 준사법기관이 아니냐. 그러니 직접 수사하지 말고 수사지휘권으로 경찰을 통제하라는 겁니다.

    서보학 민주통합당 측 안은 민생범죄에 한해 경찰에 자율적 수사권을 주겠다는 건데, 현실적으로 그런 구분이 가능하고 수사범위를 제한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경찰은 수사종결권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강제수사에 들어가면 영장청구 단계에서 검사 통제를 받게 됩니다. 또 수사를 마치고 나면 검찰에 다 송치하게 되죠. 따라서 송치 전에 경찰에 전권을 준다고 해서 수사권 남용이 있으리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 안은 민생범죄에 대해선 수사종결권까지 주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건 안 된다고 봅니다.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통제를 받아야죠. 또 안철수 캠프 안은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검찰청에 검사가 2100명, 수사관이 6000명 안팎입니다. 이 조직을 그대로 둔 채 검사가 직접 수사는 하지 않고 수사지휘만 하겠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법무부의 영향력 행사

    노명선 서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검찰이 양보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검찰도 앞으로는 직접수사를 줄이고 수사지휘에 치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새 형사소송법이 시행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지금 또다시 수사권 조정을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서보학 지난번 형소법 개정안은 개정안이 아닙니다. 그동안의 수사 현실을 법안에 반영했을 뿐이지 수사권 조정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강화된 면이 있죠. ‘모든 수사에 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라고.

    노명선 그럼 지휘하지 마라?

    서보학 그렇죠. 송치 전에는 검사가 개입하지 말라는 게 경찰 요구고, 저는 그것이 옳다고 봅니다.

    사회자 : 안철수 후보 쪽에서 서 교수 지적에 반론을 편다면요.

    정민규 직접수사 기능을 대폭 축소하면 당연히 조직과 인원을 줄여야겠죠. 그에 대한 로드맵이 있습니다. 다만 조금 민감한 부분이라 여기서 다 말씀드리긴 곤란하네요.

    사회자 : 안철수 후보 쪽에서 검찰청을 독립 외청으로 만들자는 안도 내놓았는데, 논란이 있죠?

    정민규 현재는 법무부에서 인사, 예산을 장악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검찰이 법무부에 검사를 파견함으로써 외청이 본청을 장악하는 면도 있죠. 이걸 분리하자는 겁니다. 예산과 인사를 독립시켜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관계처럼 만들자는 거죠. 다만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중수부를 폐지하고 직접수사 기능을 대폭 축소하며 공수처를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힘을 뺀 다음 법무부와 청와대 눈치를 안 보는 독립기관으로 만들자는 거죠.

    노명선 법률전문가가 수사를 하면 검사가 되는 거고, 법무부에 들어가면 법무부 직원이 되는 겁니다. 검사라는 신분으로 법무부에 들어가는 건 아니죠. 인사와 예산 독립에는 저도 원칙적으로 찬성합니다. 다만 지금은 법무부가 그나마 인사와 예산으로 검찰을 통제하는데, 완전 독립이 되면 검찰수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누가 지느냐 하는 문제가 생기겠죠.

    서보학 법무부는 검사가 아닌 법률전문가가 많이 들어가 순수 법무행정을 다루는 기관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봅니다. 검사들이 정치권에 줄을 대는 풍토를 없애려면 검사장 직선제도 검토할 만합니다.

    백혜련 저는 검사장 직선제에 대해선 생각이 좀 달라요. 오히려 정치검찰화를 부추길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정민규 우리도 고민은 했는데, 의견이 엇갈려 (개혁방안에서) 뺐습니다.

    사회자 : 아쉽지만 이 정도에서 토론회를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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