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6

2012.09.24

女心 훔친 마스크팩 지구를 60바퀴 돌았다

‘수용성 하이드로겔’ 제품에 이어 아이 패치, 아토피 패치도 개발

  • 글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2-09-24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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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동아’는 창간 17주년을 맞아 벤처기업협회(회장 황철주)와 함께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해 성장과정과 활약상을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들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해야 우리 경제의 활력도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제닉은 지난해 8월 코스닥에 공모가 2만2000원(액면가 5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성공적으로 등록했다. 9월 18일 현재 주가는 5만5800원. 우수한 제품 경쟁력을 갖춘 회사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제닉이 보여주는 셈이다.

    제닉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마스크팩’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장 잘 만드는 회사다. 9월 현재 마스크팩 누적 판매량이 2억200만 장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판매한 마스크팩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60번 감쌀 수 있다고 한다. 국내 TV 홈쇼핑 채널을 통해 ‘하유미팩’으로 널리 알려진 제닉 마스크팩은 일본과 중국에도 진출해 아시아 여성의 피부미용 필수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기술력 뒷받침된 차별화 제품

    제닉 마스크팩의 가장 큰 특징은 ‘수용성 하이드로겔’이라는 점이다. 일반 크림이나 로션은 피부가 충분히 흡수하기도 전에 증발하는 데 비해, 하이드로겔 제품은 파스나 패치처럼 유효성분을 피부 속 깊숙이 전달한다. 그만큼 같은 용량을 사용하더라도 유효성분의 체내 전달력이 높다. 제닉 관계자는 “겔 타입의 ‘셀더마 하이드로겔 마스크’는 일반 에센스 마스크 시트와 달리 피부 온도에서 겔이 녹는 공법을 사용해 유효성분이 피부에 빨리 흡수되고 흘러내리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닌다”고 말했다.



    제닉 마스크팩은 유현오 대표이사가 학창 시절 호주 배낭여행을 하던 중 뙤약볕에 화상 입은 사람들이 찬 수건으로 화상 부위를 진정시키는 모습을 보고 ‘붙이는 상처치료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시발점이다. 다만 의약품은 임상실험을 거쳐야 하는 등 막대한 자본이 필요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진출할 수 있는 피부미용 분야로 방향을 튼 것이 적중했다.

    제닉은 지난해 말 충남 논산지방산업단지에 제2 제조공장을 완공해 생산능력을 확충했다. 또한 올해에는 중국에 생산공장을 임대해 중국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제닉이 이처럼 자신 있게 생산능력을 증대한 배경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능력이 있다.

    제닉이 운영하는 자체 부설연구소는 석사 이상 비중이 92%를 차지한다. 연구소는 ‘1연구원 1특허’를 목표로 지난해 총 매출 대비 1.5%를 연구개발에 투자해 우수한 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

    제닉은 온도 감응성 수용성 하이드로겔 마스크 특허를 기반으로 마스크팩은 물론, 아이 패치와 스마일 패치, 아토피 패치, 향수 패치 등 국소 부위 하이드로겔을 상품화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또한 스파와 다이어트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피부미용 프랜차이즈 ‘라쌍테’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전문가용 에스테틱 브랜드이기도 한 ‘라쌍테’는 피부 미용에 관심 많은 직장인과 주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수도권은 물론 전국으로 가맹점을 늘려가는 중이다.

    女心 훔친 마스크팩 지구를 60바퀴 돌았다
    기업 추구 가치는 ‘건강’과 ‘문화’

    女心 훔친 마스크팩 지구를 60바퀴 돌았다

    ‘제닉 라이딩’(위)과 ‘제닉의 자격’ 동호회.

    제닉이 추구하는 기업 가치는 ‘건강’과 ‘문화’다. 제닉은 2010년 ‘제닉의 자격’이라는 사내동호회를 만들어 전 직원이 바이올린, 클래식 기타, 플루트 가운데 한 가지 악기를 선택해 매주 한 차례 악기수업을 받는다. 송년회 때는 직원 가족까지 초청해 평소 갈고닦은 악기 연주 실력을 뽐낸다.

    또 8월에는 ‘제닉 라이딩 동호회’를 결성해 국토 종주에 나섰다. 9월 8일 유현오 대표이사를 포함해 동호회원 6명은 제닉 로고를 새긴 옷을 맞춰 입은 뒤 제닉 깃발을 자전거에 달고 경기 양평의 양수역에서 출발해 충북 충주댐까지 126km를 완주했다. 유 대표이사는 “자전거 라이딩은 1석 3조 효과가 있다”면서 “건강을 챙기고 임직원 간 단합을 다지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회사도 홍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닉의 최근 매출 성장세는 눈부시다. 지난해 매출액은 1052억 원. 전년 대비 29% 성장한 기록이다. 올해도 9월 현재까지 7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해 전년 성과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제닉이 창업 이후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 위치한 유 대표이사 집무실 한쪽에는 ‘잊지 말자 2006, 2007’이라고 적은 글귀와 ‘벤처 1세대 분식회계로 잇단 좌초. 작은 부실 감추다 큰 화 입는다’는 제목의 신문기사 스크랩이 걸려 있다. 한창 잘나가던 2000년대 중반 과욕을 부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가 어려움을 겪었던 쓰라린 기억을 잊지 말자는 차원에서 유 대표이사가 걸어둔 액자다.

    제닉은 2000년대 후반부터 ‘공존’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제닉 임직원이 ‘봉사단’을 꾸려 ‘나눔’ 활동에 적극 나서는 한편, 최근에는 어려운 이웃을 후원할 수 있는 기부용 제품 ‘퓨어트리 사랑샴푸’도 출시했다. 샴푸 2개를 나란히 붙여 세워놓으면 하트 모양이 되는 이 제품은 한쪽을 소비자가 구매하면 다른 한쪽은 지정된 기관으로 기부 배송돼, 저소득층 등 어려운 사람에게 전달된다. 샴푸 구입만으로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닉 제품에는 이 회사 임직원의 아름다운 마음도 담긴 셈이다.

    인터뷰ㅣ 유현오 제닉 대표이사

    “마스크팩만큼은 ‘글로벌챔피언’ 되겠다”


    서글서글한 외모에 말쑥하게 차려입은 유현오 제닉 대표이사의 첫인상은 ‘맘씨 좋은 세련된 아저씨’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그가 회사 일을 대하는 모습은 프로페셔널 그 자체다. ‘회사’를 위한 일이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女心 훔친 마스크팩 지구를 60바퀴 돌았다
    제닉이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는 비결은 뭔가.

    “우리나라에서 1등한 제품(마스크팩)이면 세계에서도 1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히든챔피언’ ‘스몰 자이언트’라는 말을 좋아한다.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보다 마스크팩 하나로 세계 시장 어디에서든 1등이 되는 것이 목표다.”

    제닉의 고유 브랜드로 해외에 진출하지 않고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에 주력하는 이유는.

    “자체 브랜드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는데 우리가 이를 감당하기에는 아직 (자본력이) 약하다. 먼저 해외 유명 화장품회사에 OEM으로 납품해 소비자 인지도를 높인 뒤 나중에 진출해도 늦지 않는다고 본다. 우리가 납품한 제품을 써본 소비자는 나중에 우리가 독자 브랜드로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품질을 알아보고 구매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원조의 진실’은 통한다고 믿는다.”

    다른 사업 분야로 진출할 계획은 없나.

    “공사장 등에서 발생하는 비산 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비산먼지제거제’ 분야로 진출할 계획이다. 친환경 분야라서 전망이 밝다. 인간이 ‘철’을 처음 사용할 때는 무기로 쓰다 나중에는 농기구로 쓰고, 이제는 주로 기계를 만드는 재료로 쓰듯이 ‘하이드로겔’이라는 원 소재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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