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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북극이 녹는다 자원 신세계 열린다

지구촌 최후의 보고에 세계 각국 불꽃 튀는 선점 경쟁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북극이 녹는다 자원 신세계 열린다

북극이 녹는다 자원 신세계 열린다

북극지역의 미국 핵잠수함 코네티컷호.

“북극지역 천연자원과 항로를 선점하라.”

최근 들어 북극지역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세계 각국이 적극적으로 북극지역에 진출하고 있다. 북극지역 빙하 넓이는 지구온난화 탓에 올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9월 5일 북극지역 빙하 넓이는 1979년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사상 최저치인 398만km2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관측된 북극지역 최소 빙하 넓이는 2007년 7월의 425만km2였다. 올여름 빙하 넓이는 1979년 여름 빙하 넓이에 비해 45% 이상 줄어든 상태다. 이에 따라 북극지역 빙하가 10년 후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극지역은 북극해가 대부분이고 유라시아와 북미대륙 일부,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일부를 포함한다. 전체 면적은 2500만~3000만km2이며, 그중 북극해가 1409만km2다. 북극해는 통상 바닷물이 얼어 형성된 해빙(海氷)으로 뒤덮였으며, 해빙의 평균 두께는 2~3m다. 북극해의 30%는 해저 대륙붕이다.

북극항로는 꿈의 뱃길

북극지역에는 엄청난 천연자원이 매장됐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아직 개발하지 않은 전 세계 자원의 22%가 북극지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원유의 13%(900억 배럴), 천연가스는 30%(47조㎥)가 북극지역에 묻힌 것으로 보인다. 금과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은, 동, 철, 아연, 주석, 니켈 등 각종 광물도 매장됐다. 북극지역을 지구촌 최후의 자원 보고라고 부르는 이유다.



북극지역에선 그동안 만년빙과 추운 날씨 때문에 자원개발을 할 수 없었다.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지역 천연자원을 차지하려는 세계 각국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영국 보험사인 로이드는 북극지역 천연자원이 향후 10년간 1000억 달러의 투자를 끌어들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북극지역이 주목받는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얼음이 녹으면 북극해가 교통 요충지가 될 수 있어서다. 과거엔 북극항로를 이용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항로 개척에 나선 수많은 선박과 탐험대가 빙하에 막혀 더는 전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북극항로는 ‘꿈의 뱃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극항로는 크게 북동항로(Northeast Passage)와 북서항로(North west Passage)로 나뉘는데, 태평양과 대서양을 바로 연결할 수 있는 북동항로에 더 큰 관심이 쏠린다. 부산에서 출발한 화물 수송선이 베링 해를 통과해 시베리아 해안을 거쳐 유럽까지 가는 북동항로를 이용할 경우 거리는 1만5793km, 운송기간은 15일이면 충분하다. 현재 무역항로는 부산-말라카 해협-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 최대 무역항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이르는 1만9550km다.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23일 걸린다. 새로운 북동항로를 이용하면 기존 항로에 비해 거리는 20%, 운송기간은 8일 단축된다.

북서항로도 마찬가지다. 부산에서 미국 뉴욕까지 캐나다 북부해안을 거쳐가면 1만7030km로, 기존 항로보다 20%가량 짧다. 지금은 부산을 출발해 파나마 운하를 거쳐 뉴욕까지 가는 데 총 2만880km 거리다. 북서항로를 이용하면 시간도 열흘 정도 줄어든다. 현재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은 여름철에만 운항하며, 쇄빙선을 앞세운 선박 몇 척만이 시범적으로 다닌다. 앞으로 북극지역 얼음이 녹으면 한국, 중국, 일본은 유럽과 미주 물동량 30% 이상을 북극항로를 통해 운송할 수 있다.

북극지역 천연자원 개발에 가장 유리한 국가는 북극평의회(Arctic Council) 회원국이다. 북극평의회는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8개국이 1996년 9월 19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만든 일종의 배타적 협의체다. 북극평의회 회원국이 되려면 북극지역과 북극해에 인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원국은 북극지역 천연자원을 독식할 목적으로 다른 국가를 북극평의회에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인접 국가들의 배타성

회원국끼리도 천연자원을 더 많이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영유권 다툼을 벌인다. 현재 영유권 다툼을 하는 회원국은 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5개국이다. 이들 5개국은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에 ‘육지가 바닷속 대륙붕까지 연장되면 200해리(370km) 이상에서도 권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근거로 자국 육지가 북극해 대륙붕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입증하려고 노력한다.

5개국 중에서도 러시아가 가장 활발히 영유권 확대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북극해 로모노소프 해령이 자국 동시베리아 초쿠가 반도에 연결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해령은 해저산맥을 가리키는 것으로, 로모노소프 해령은 북극해를 횡단하는 길이 1800km, 너비 60~200km의 해저산맥이다. 만약 러시아의 영유권 주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다면, 러시아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을 120만km2(한반도 면적의 약 6배)나 늘릴 뿐 아니라,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는 자기네 주장을 입증하려고 적극적으로 탐사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내년에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과학적 근거를 갖춘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다른 국가에는 없는 원자력 쇄빙선을 앞세워 북극항로 개척에도 앞장서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원자력 쇄빙선 6척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승전 50주년(50 Let Pobedy)’호다. 길이 159m, 폭 30m, 배수량 2만5000t 규모인 이 쇄빙선은 2.8m 두께의 얼음을 깨고 나아갈 수 있으며, 7만5000마력의 힘을 지닌다. 최대 21.4노트로 138명이 탑승할 수 있다. 러시아 원자력 쇄빙선사인 로스아톰프로트는 최근 2017년까지 11억 달러를 들여 세계 최대 원자력 쇄빙선을 건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2020년까지 원자력 쇄빙선 3~4척을 추가 건조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북극지역 전력 공급과 해저자원 탐사를 위해 해상 부유 원자력 발전소도 건설하고 있다. 해상 부유 원전은 길이 120m, 배수량 2만1000t 규모의 대형 바지선 위에 원자로를 설치해 특수 부두에 고정하는 형태다. 러시아는 2015년까지 최소 7개 해상 부유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극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빠른 길을 제공하기 때문에 수에즈 운하의 라이벌이 될 수 있다”면서 “이 항로를 이용하는 국가와 기업은 확실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북극이 녹는다 자원 신세계 열린다
“사용하지 않으면 뺏긴다”

러시아는 이와 함께 최신예 제4세대 보레이(‘북극 바람’이라는 뜻)급 핵잠수함을 주축으로 하는 북극군 창설도 추진 중이다. 러시아는 현재 북해 함대가 북극지역을 관할하고 태평양 함대가 이를 지원하는 형태로 군사력을 운영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해군은 북극지역에서 국익을 보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또 북극지역 어느 곳에서도 출동할 수 있는 특수 여단 2개도 창설할 방침이다. 특수 여단 기지로는 러시아 최북단 무르만스크나 북극해와 시베리아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 아르한겔스크가 거론된다. 러시아는 북극해 감시를 위한 인공위성 7기를 5년 내 발사할 계획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이 같은 움직임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월 북극을 관할하는 사령부로 미북부사령부(USNORTHCOM)를 지정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북극 개발 주도권을 선점할 것을 우려해 북극 함대 창설도 검토 중이다. 미국은 북극지역과 인접한 알래스카에서 공군기지 2개를 운영하는데, F-22와 조기 공중 경보기를 배치했다. 또한 핵잠수함을 수시로 북극지역으로 보내 각종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2017년까지 대형 쇄빙선도 건조할 계획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은 6월에 미국 국무부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노르웨이 트롬소에서 열린 북극평의회 회의에 참석했다. 미국은 영유권 확대에 대비해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에 가입할 것을 검토 중이며, 알래스카 북부 지역에 대한 조사도 벌이고 있다.

캐나다도 북극 주권 수호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캐나다는 전체 국토의 40%가 북극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어느 국가보다 북극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무엇보다 내년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에 영유권 확대 신청서를 제출하려고 북미대륙과 북극해 대륙붕이 연결됐다는 증거를 찾기 위한 해저 탐사작업을 한창 벌이고 있다. 캐나다는 또 북극 자원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과 손잡고 ‘북극 매(Polar Hawk)’라는 이름의 무인 정찰기 개발 작업을 본격화했다. 북극 매는 고도 1만8288m 상공에서 24~35시간 북극 서북 전체 지역을 한 번 비행으로 네 차례나 정찰할 수 있다.

캐나다는 2014~2015년 북극지역을 감시할 인공위성 2대도 발사할 예정이다. 캐나다는 2013년까지 북극점에서 700여km 떨어진 레졸루트 만과 배핀 섬에 혹한 전투훈련소를 설립하고, 160억 달러를 들여 미국으로부터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를 65대 구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 캐나다는 또 앞으로 20년간 350억 달러를 투입해 구축함 등 군함 23척과 대형 쇄빙선 등 비전투용 선박 7척을 건조하기로 했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북극 자원 개발을 위해 영유권 확보가 중요하다”며 “북극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사용하지 않으면 빼앗긴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르웨이는 2010년 기존 군사령부를 북극지역 바로 안쪽인 북위 67도15분으로 옮기면서 북극지역에 군사령부를 설치한 최초 국가가 됐다. 노르웨이는 또 미국으로부터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 48대를 구입할 계획이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최신형 프리깃함 5척을 구입해 북극지역 순찰에 투입했다. 덴마크도 4억8600만 달러를 투입, 북극해와 연결된 대륙붕을 조사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의회 결의에 따라 2014년 북극 군사령부와 특수부대를 창설할 계획이며, 프리깃함도 3척에서 5척으로 늘릴 예정이다.

북극이 녹는다 자원 신세계 열린다

러시아 원자력 쇄빙선인 승전 50주년호(왼쪽). 중국 쇄빙선 쉐룽호가 북극해를 항해하고 있다.

경제 안보 중국이 가장 열 올려

북극지역에 인접하지 않은 국가 중에서는 중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중국 정부는 북극지역 탐사와 개발을 위해 쇄빙선 건조에 착수할 계획이다. 8000t급 새 쇄빙선은 핀란드 회사가 설계를 지원하며 2014년부터 운항할 예정이다. 중국은 1993년 우크라이나로부터 쇄빙선 한 척을 구입한 바 있다. 쉐룽호라는 이름의 이 쇄빙선은 길이 167m, 만재배수량 2만1000t에 달한다. 쉐룽호는 8월 북동항로를 이용해 사상 처음 북극을 횡단했다.

중국이 북극 진출에 열을 올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북극항로 때문이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절반이 해상을 통해 운송된다. 특히 중국이 주로 이용하는 기존 항로는 남중국해와 중동, 중남미 지역을 거치는 터라 해상 수송로의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만일 중국이 북극항로를 확보한다면, 안보 측면에서 상당한 도움이 된다.

중국은 북극해 연안국들을 기항지로 삼아 북극항로를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가 4월 중국 총리로는 41년 만에 아이슬란드를 방문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당시 원 총리는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에게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하고 중국의 북극 개발 참여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도 6월 덴마크를 국빈 방문했는데, 중국 국가주석이 덴마크를 방문한 것은 62년 전 양국이 수교한 이래 처음이었다. 후 주석 방문 기간 중 양국은 총 180억 크로네(3조5000억 원) 규모의 경제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중국은 이들 국가들을 지렛대 삼아 북극평의회의 영구 옵저버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영구 옵저버국은 모든 북극평의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 중국은 현재 한국, 일본과 함께 임시 옵저버국이다. 중국의 북극지역 진출을 놓고 블라디미르 비소츠키 전 러시아 해군사령관은 “중국이 북극의 파이 한 조각을 얻으려고 쟁탈전에 뛰어들었다”고 비꼬았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할수록 북극지역을 차지하려는 세계 여러 나라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린란드, 기회의 땅으로 변하나

자원 쟁탈전 본격화… 9월 9~10일 이 대통령도 방문 경협 논의


북극이 녹는다 자원 신세계 열린다

9월 9일 그린란드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가운데)이 쇄빙선을 타고 일룰리사트 빙하가 녹아내리는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그린란드(Greenland)는 북극지역에 있는 세계 최대 섬이다. 그린란드 넓이는 217만km2로 한반도의 10배나 되지만, 전체 면적의 85%가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였다. 가장 두꺼운 얼음층은 깊이가 3000m나 되며, 여름에도 녹지 않는 곳이 절반이 넘는다.

그린란드라는 이름은 10세기 말 노르만족 에리크가 이곳에 정착하면서 많은 사람이 찾아오도록 동토인데도 ‘녹색의 땅’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그런데 최근 얼음이 녹으면서 그린란드가 실제로 녹색의 땅이 되고 있다. 그 영향으로 각국의 자원 쟁탈전도 치열해졌다. 그린란드 땅 밑에는 석유, 천연가스, 금, 다이아몬드, 철광석, 우라늄, 아연, 희토류 등이 매장됐다.

현재 그린란드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영국 회사인 런던 마이닝을 사들여 희토류 탐사와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9월 9~10일 역대 한국 대통령으론 사상 처음으로 그린란드를 방문해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나라도 희토류 개발에 뛰어들 계획이다.

그린란드에는 현재 주민 5만7000명이 사는데,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는 원주민 이누이트족이다. 그린란드는 1721년부터 덴마크에게 식민 지배를 받아오다 1979년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분야에서 자치권을 획득해 자치정부를 구성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2009년 주민투표를 실시해 천연자원 배분권과 사법 및 경찰권 등에 대한 자치권 확대안을 통과시켰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덴마크의 식민 지배 300주년이 되는 2021년 완전 독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린란드가 얼음 섬에서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2.09.17 855호 (p40~43)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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