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4

2012.09.10

혁명 소용돌이에서 피어난 사랑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 구희언 여성동아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2-09-10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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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 소용돌이에서 피어난 사랑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시대….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혁명기 파리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1859년 출간돼 전 세계적으로 2억 부 이상 팔린 원작은 영화와 드라마, 발레 등 여러 장르로 재탄생한 바 있다. 뮤지컬은 2008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이번이 초연이다. 웅장한 선율과 함께 격동의 시기 귀족과 평민의 첨예한 갈등구조를 바탕으로 프랑스 망명 귀족 찰스 다네이와 그의 연인 루시 마네트,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또 한 명의 남자 시드니 칼턴의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펼쳐진다.

    작품은 폭발적 성량을 지닌 배우를 대거 캐스팅해 공연 전부터 뮤지컬 마니아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질 산토리엘로가 작곡한 대표 넘버들은 ‘뮤지컬 넘버 역대 최고난도’라는 평을 들을 정도다. 염세적이고 비판적인 알코올중독자이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는 기꺼이 목숨이라도 바칠 준비가 된 뜨거운 마음의 소유자 시드니 칼턴 역에는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엘리자벳’의 주역 류정한과 ‘노트르담 드 파리’ ‘모차르트’의 윤형렬이 낙점됐다. 그의 사랑을 받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인 루시 마네트 역에는 ‘몬테크리스토’ ‘닥터 지바고’에서 열연한 최현주와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편으로 얼굴을 알린 임혜영이 캐스팅됐다.

    1막 저변에 켜켜이 쌓인 프랑스 민중의 자유, 평등, 박애에 대한 갈망과 귀족사회에 대한 분노는 귀족 마차에 어린아이가 치여 사망하는 사고를 계기로 폭발한다. 이때 마담 드파르주가 절규하듯 부르는 파워풀한 솔로 넘버는 좌중을 압도하며 복수의 시작을 알린다. 극 초반 루시 마네트의 아버지 알렉상드르 마네트 박사가 17년간 바스티유 감옥에 갇혀 있었다는 설정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연상케 한다. 연대기적 느낌은 ‘닥터 지바고’, 전체적인 넘버 분위기는 ‘레미제라블’을 닮았다.

    장면을 전환할 때 배우와 무대 크루(스태프)가 함께 무대장치를 옮기는 모습이 관객의 눈에 띄는 점이 신선하다. 완벽하게 암전된 상태에서 무대가 바뀌는 작품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이미 안내판에도 명시한 엄연한 공연 콘셉트다. 관람 연령은 만 7세부터지만 단두대가 주요 소품으로 등장하고 사실적인 소리와 특수효과가 사용되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1막 95분이 다소 길게 느껴지더라도 2막이 끝나고 나면 찰스 디킨스의 원작을 다이제스트로 읽고 책장을 덮는 느낌이 든다. 쏟아질 듯한 별밤이 무대를 채우고 시드니 칼턴의 솔로 넘버가 흘러나오면 잔혹했던 유럽 혁명사와 그 사이에서 피어난 숭고한 희생의 의미를 곱씹게 될 것이다. 복수가 복수를 낳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시드니 칼턴이 뽑아든 칼의 이름은 ‘사랑’이었다. 10월 7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문의 1577-3363.

    혁명 소용돌이에서 피어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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