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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로 본 법률상식

국제협약 인쇄 누락 범법자 됐다

국제운전면허증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국제협약 인쇄 누락 범법자 됐다

국제협약 인쇄 누락 범법자 됐다
바야흐로 여름 휴가철이다. 해외여행이 대중화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여행 형태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해외로 신혼여행이나 가족여행을 가는 경우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현지에서 차를 렌트한 뒤 직접 운전하며 숨은 명소를 돌아보는 여행자도 늘고 있다. 그런데 국제운전면허증은 면허시험장에서 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그 근거나 효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최근 국제운전면허증의 효력을 둘러싼 흥미로운 판결이 나와 소개한다.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온 파키스탄인이 2008년 12월 2일 승용차를 운전하다 경기 파주시의 한 도로에서 무면허운전으로 적발됐다. 파키스탄은 1968년 비엔나에서 체결한 ‘도로교통에 관한 협약’(이하 ‘비엔나협약’)에 가입한 국가이고, 피고인은 2008년 2월 13일 파키스탄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는데, 거기에 운전 가능한 자동차로 ‘Motor Car’가 적혀 있었다. 경찰은 이를 유효한 운전면허로 인정하지 않았고, 검찰도 그를 기소해 재판에 회부한 것이다.

1심 법원은 무면허운전을 인정해 파키스탄인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에선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의 국제운전면허증에 ‘1926년 파리협약’에 따라 발급한 것이라고 적혀 있지만, 파키스탄은 비엔나협약에 가입돼 있으므로 그 면허증이 위조된 것이 아니라면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유효한 국제운전면허증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서로 엇갈린 판단에 대해 대법원은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도로교통법 제96조 제1항은 “외국의 권한 있는 기관에서, 1949년 제네바에서 체결한 ‘도로교통에 관한 협약’ 또는 1968년 비엔나협약의 규정에 의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사람은 국내 입국 후 1년간 그 면허증에 기재된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비엔나협약 제41조 제2항은 협약 부속서 7에서 정한 국제운전면허증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한다. 부속서 7에서는 “국제운전면허증은 148×105mm 크기의 수첩으로 하고 표지 겉면에는 발급국가 명칭, 국제운전면허증의 근거 협약, 유효 기간, 발급기관, 발급장소, 발급일자, 국내운전면허증 번호 등을 인쇄해야 한다. 그 속지에는 운전면허증이 그 소지자가 통상 거주하는 영토에서는 효력이 없고, 다른 모든 체약 당사국의 영토에서 효력이 있다는 내용 등을 인쇄해놓아야 한다. 마지막 속지에는 운전자의 성명 등과 면허증이 유효한 차량 종류 등을 기재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을 5가지로 구분한다.

그런데 피고인이 소지한 국제운전면허증은 위 협약에서 정한 양식과 부합하지 않았고, 인쇄사항 가운데 일부를 누락했다. 대법원은 고등법원이 피고인의 국제운전면허증이 다른 양식으로 발급된 이유에 대해 심리하지 않고 파키스탄에서 정상적으로 발급한 국제운전면허증이라고 인정했으니 위법하다고 봤다.



자동차 운전은 그 효용만큼 위험하다. 파키스탄 정부의 실책은 결국 타국에서 자국민을 범법자로 만들었다. 정부가 제 나라 국민에게 해줘야 할 일은 이토록 세밀하고 다양하다.



주간동아 2012.07.30 848호 (p21~21)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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