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0

2012.01.09

전쟁 정당화 미국 예외주의 어디로 가는가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2-01-09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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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정당화 미국 예외주의 어디로 가는가
    최근 미국은 셋 중 한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정도로 양극화가 극심하다. 국내에서 출간된 미국 관련 책도 대부분 미래를 매우 암담하게 바라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것도 미국이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최근 10년 동안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테러, 리먼 사태, 최초의 흑인대통령 등을 겪으며 격변의 세월을 보냈다.

    어려운 시절을 보내는 미국 교양인들의 지적 관심은 어디에 쏠려 있을까. 일본의 출판컨설턴트 아사카와 미나토는 시사주간지 ‘동양경제’ 2011년 11월 26일자에서 미국인이 새롭게 주목하는 키워드로 ‘예외주의(exceptionalism)’를 제시했다. 예외주의는 건국 경위부터 특별한 나라인 미국이 세계 리더로서 모든 면에서 다른 나라들을 원조하고 계몽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일컫는 말로, 1830년대 미국을 면밀히 관찰한 프랑스 사회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처음 사용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공화당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 신봉하며 대외 정책에 활용하기도 한 예외주의는 미국인에게는 민족적 자부심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미국 우월주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예외주의는 ‘미국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아사카와가 예외주의의 예로 제시한 책은 두 권이다. 한 권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21세기북스) ‘세계는 평평하다’(창해)를 저술한 ‘세계화 전도사’ 토머스 프리드먼과 외교정책 전문가인 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 마이클 만델바움이 함께 쓴 ‘미국 쇠망론’(21세기북스, 원제‘That Used Be Us’)이다. Us는 ‘우리’와 ‘미국’이라는 뜻을 함께 내포한 말. 과거 모든 면에서 세계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많은 분야에서 뒤떨어져 쇠퇴해가는 미국 현실을 지적하는 이 책은 교육·비즈니스 등 다방면에서 쇠퇴 원인을 찾는다.

    다른 한 권은 공화당 보수파 논객인 뉴트 깅그리치의 ‘A Nation Like No Other’(국내 미출간)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미국은 다른 나라와는 전적으로 다른 존재로, 정치·외교·비즈니스 분야에서 앞으로도 압도적인 리더 구실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미국에서는 서양 문명의 진수, 그리고 그것이 다른 문명과 어떻게 다른지를 주제로 삼는 문명론 관련 책이 10년 주기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향이 있다. 1993년에는 냉전 종식이 이뤄진 세계를 크리스트교, 중국, 아프리카, 아랍 등으로 나눠 조명하면서 향후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한 세력과 중국이 크게 부상하리라고 예상한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김영사)이 나왔다. 9·11 테러가 발생하기 전인 2000년 무렵에는 1500년경부터 그때까지 서양 문명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고 그런 일이 사람들의 지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방대한 자료를 제시하며 살펴본 자크 바전의 ‘새벽에서 황혼까지’(민음사)가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전쟁 정당화 미국 예외주의 어디로 가는가
    예외주의는 다른 나라에 대한 관대한 행동이나 네오콘의 전쟁 정당화에도 적용돼왔다. 지금 미국에서 깅그리치는 예외주의의 강력한 적용을 주장하지만 프리드먼은 예외주의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거대 자동차 회사와 달리 애플이나 구글 같은 신흥 글로벌 기업에서는 예외주의가 매우 희박해졌다. 그렇다면 미국 사회는 어디로 갈 것인가. 내수가 아닌 수출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오바마와 공화당이 힘겨루기에 들어간 미국은 아마도 올해 11월 6일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예외주의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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