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8

2011.08.01

3D를 안경 없이 볼 수 있다고?

‘아이 트래킹’ 기술 적용한 모니터 전격 출시…TV 상용화까지는 수년 더 걸릴 듯

  • 김현수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

    입력2011-08-01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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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D를 안경 없이 볼 수 있다고?

    3D 디스플레이는 왼쪽과 오른쪽 눈에 어떻게 영상을 달리 넣는지가 관건이다.

    3차원(3D) TV에서 가장 불편한 점을 꼽는다면 안경이 아닐까. 무겁든, 가볍든 집에서 TV를 보기 위해 안경을 쓴다는 것이 아직 낯설기만 하다. 안경 없이 3D 영상을 즐길 수 있다면 현재 지지부진한 3D 콘텐츠 산업도 활발해질 것이다. 최근 모니터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안경 없이 3D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상품이 나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런 제품은 극장에서 보는 ‘트랜스포머’ 3D 정도는 아니어도 웬만한 수준의 3D 영상을 안경 없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금세 TV에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TV와 모니터, 스마트폰은 사용자의 시청 습관과 해상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셔터글라스 vs 편광필름패턴

    3D 기술에 ‘다 걸기’하는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아이 트래킹(Eye Tracking)’ 기술을 적용한 ‘무안경 시네마 3D 모니터’(모델명 DX2000)를 7월 12일 국내시장에 전격 내놓으면서 무안경 3D 시대의 막이 올랐다. 안경 없이 3D 모니터를 보는 원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3D의 원리부터 알아야 한다. 우리 눈이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는 이유는 왼쪽과 오른쪽 눈이 ‘파악한’ 영상을 뇌가 접수해 하나의 화면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3D 디스플레이는 왼쪽과 오른쪽 눈에 어떻게 영상을 달리 넣는지가 핵심이다.

    올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3D TV를 두고 ‘셔터글라스(SG)’ 방식이냐 ‘편광필름패턴(FPR)’이냐로 싸웠는데, 이것 역시 우리의 양쪽 눈에 영상 넣는 방식을 놓고 벌인 논란이다. 삼성전자와 소니가 채택한 SG 방식에선 안경에 부착한 셔터가 사람이 의식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왼쪽과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가린다. 그러면 양쪽 눈에 영상이 번갈아 전달되는데 이렇게 양쪽 눈이 다르게 받아들인 영상을 우리 뇌는 입체적으로 인식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안경도 똑똑해야 한다. 3D 신호를 처리하기 위한 적외선 칩이 들어 있는 TV에서 신호를 보내면 반도체를 내장한 안경이 그 3D 신호를 받아 입체영상을 구현한다. 양쪽 눈에 완전한 영상을 순차적으로 보내기 때문에 초고화질(풀HD)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어 화질 저하는 없다. 하지만 3D 신호를 받을 반도체와 이를 구동하는 전원장치를 내장하다 보니 안경이 무겁다. 시력이 나빠 안경을 착용하는 이용자의 경우 더 불편할 수 있다. 더군다나 개당 10만 원을 넘길 만큼 가격도 비싸다.



    반면 FPR는 TV 화면에 필름을 부착해 3D 영상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때 필름은 3D 효과를 발휘하는 얇은 필터 구실을 한다. 화면을 픽셀(점) 단위 수직으로 미세하게 나눈다. 홀, 짝, 홀, 짝 이렇게 말이다. 홀수 줄은 오른쪽 눈, 짝수 줄은 왼쪽 눈에 들어간다. 3D 효과가 TV 화면에서 구현되기 때문에 안경은 가볍고 값도 싸다. 우리가 극장에서 보는 방식과 비슷하다.

    하지만 해상도가 낮을 수 있다. 풀HD 화면을 세로와 가로 픽셀 수로 따져보면 ‘1920×1080’. 수직으로 반으로 나누기 때문에 각각의 눈은 ‘1920×540’의 해상도로 보게 된다. 이에 LG전자는 “뇌에서는 양쪽 눈을 합해 풀HD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경쟁사들은 어불성설이라며 맞선다.

    그렇다면 안경이 필요 없는 3D 모니터는 어떻게 가능할까. LG전자의 20인치 무안경 3D PC용 모니터는 디스플레이 패널 사이에 막대 필터를 넣어 양쪽 눈이 각각의 영상을 인식하게 했다. 각 픽셀을 미세하게 2개로 쪼개 양쪽 눈에 전달하는 것으로, 이른바 ‘패럴럭스 배리어(Pallallax Barrier)’ 방식이라고 한다.

    이런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은 ‘시점’이다. 시점은 사람이 화면을 보는 위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경을 쓰지 않고 여러 위치와 각도에서 3D 영상을 보려면, 디스플레이를 만들 때부터 모든 각도를 염두에 두고 픽셀을 쪼개야 한다. 그래서 무안경 방식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고정된 자세로 고정된 자리에서만 봐야 한다. 만일 10명이 함께 볼 수 있도록 시점을 계산했다고 가정해보자. 1명당 눈이 2개이므로 픽셀은 20분의 1로 쪼개진다. 그만큼 해상도는 낮아진다.

    여럿이 동일한 3D 즐기긴 불가능

    3D를 안경 없이 볼 수 있다고?

    LG전자의 3D 스마트폰 ‘옵티머스 3D’

    LG전자의 3D 모니터는 시점 문제를 ‘아이 트래킹’으로 극복했지만 사실상 제한적이다. 한 사람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보는 것을 기준으로, 모니터에 달린 웹캠이 사용자의 눈 위치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때문이다. 아이 트래킹은 눈 위치가 상하좌우로 이동한 만큼 3D 영상의 시청 각도와 시청 거리를 자동으로 계산해 최적으로 맞춰주는 신개념 기술이다.

    정해진 각도와 거리를 유지해야 3D 영상을 볼 수 있던 기존 무안경 3D 제품의 불편함을 해결해 영상을 보는 중에도 움직임이 자유롭고 편하다는 것이 LG전자 측의 설명이다. 간편한 3D 변환 기능도 특징이다. 클릭 한 번으로 영화, 사진, 게임 등 일반 2D 영상을 모두 3D로 변환해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동일한 질의 3D 영상을 즐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LG전자는 3D 모니터뿐 아니라, 3D 스마트폰 ‘옵티머스 3D’도 내놓았다. 한데 스마트폰과 모니터는 모두 개인용 기기에 속한다. 따라서 한 사람을 기준으로 시점을 계산하기가 편하다. 설령 시점을 더 많이 계산해 넣어 해상도가 떨어지더라도 사용자는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LG전자의 무안경 3D 모니터도 50만 화소에 그쳤지만 생각보다 화면이 생생한 편이다.

    하지만 TV는 다르다. TV의 시점은 거의 무한대다. 누워서 보고, 앉아서 보고, 지나가면서 보고, 내려다보기도 한다. 게다가 명절에 가족이 총출동하면 10명 이상은 족히 된다. 10명이 각각 다양한 위치에서 본다고 생각하면 픽셀을 수백, 수천 분의 1로 나눠야 한다. 안경을 쓰지 않기 위해 화질이 떨어지는 비싼 TV를 사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무안경 3D TV는 기존의 LCD 디스플레이 에 한 장의 패널을 더해야 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만 놓고 볼 때 생산수율도 효율적이지 못하고 가격도 비싸다.

    수년 전부터 가전전시회에 무안경 3D TV가 나오긴 했지만 상용화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시회에 놓인 무안경 3D TV는 그나마 시점을 하나로 계산한 것이다. 고정된 위치에서 보라고 발바닥 표시까지 해놨다.

    그렇다면 언제쯤 안경을 벗고 3D TV를 볼 수 있을까. 전자업계에서는 아무리 쪼개도 화질이 생생한 패널을 개발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무안경 3D 방식이 등장해야 상용화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개인용 기기를 중심으로는 무안경 3D 방식이 점차 확대될 것이지만, TV 부문에서는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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